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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⑮(완결)] 천 년의 기도를 쌓아 올린 어머니의 숲, 강릉 노추산 모정탑길](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8edb4273ebc241309437e99e2d094e95~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8edb4273ebc241309437e99e2d094e95~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⑮(완결)] 천 년의 기도를 쌓아 올린 어머니의 숲, 강릉 노추산 모정탑길](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8edb4273ebc241309437e99e2d094e95~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8edb4273ebc241309437e99e2d094e95~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⑮(완결)] 천 년의 기도를 쌓아 올린 어머니의 숲, 강릉 노추산 모정탑길
어느덧 4박 5일간의 긴 여정을 갈무리하고 일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가슴과 뷰파인더 속에 가득 채워 넣은 풍경의 소득만큼은 참으로 묵직했다. 하지만 이대로 곧장 집으로 향하기엔 못내 마음에 걸리는 곳이 하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누정을 쫓기 전, 내 렌즈가 가장 먼저 집요하게 매달렸던 피사체는 바로 이 땅의 '돌탑'들이었다. 20년 만에 다시 밟은 고국의 산천 어디를 가도, 산모퉁이나 계곡 어귀마다 민초들의 작고 소박한 염원을 얹어둔 아담한 돌탑들이 유독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작은 돌 하나에 기도를 얹어 큰 소망을 이루어내고자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를 온전히 사진에 담아내고 싶었다. 오래전 지인이 귀띔해주었던 그곳, 강릉 왕산면의 '노추산 모정탑길(母情塔길)'. 이런저런 핑계로 몇 해 동안 쉬이 닿지 못했던 그 길을, 집으로 가는 길에서 조금 돌아갈지언정 이번 여행의 마침표로 삼기
Sangwon Jung
11시간 전3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⑭] 신선이 노닐던 무릉도원의 물길, 동해 무릉계곡과 쌍폭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a2dab544ac2147edacf7af8a1ca84c05~mv2.jpg/v1/fill/w_334,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a2dab544ac2147edacf7af8a1ca84c05~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⑭] 신선이 노닐던 무릉도원의 물길, 동해 무릉계곡과 쌍폭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a2dab544ac2147edacf7af8a1ca84c05~mv2.jpg/v1/fill/w_306,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a2dab544ac2147edacf7af8a1ca84c05~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⑭] 신선이 노닐던 무릉도원의 물길, 동해 무릉계곡과 쌍폭포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바닷바람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핸들을 돌려 찾아간 곳은 동해시의 자랑인 무릉계곡(명승)이다. 명성이 자자한 명소답게 초입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풍경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도로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창밖으로 스치는 기암과 울창한 숲의 풍광은 계곡에 닿기도 전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평일이라 오가는 차량도 드물어 한적한 드라이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넓고 쾌적한 주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를 세우고 트레킹화의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 맸다. 평소 산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제법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고쳐 메고, 깊은 심호흡으로 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첫발을 내디뎠다. 안내판을 살펴보니 탐방 코스는 대략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내가 선택한 길은 가장 완만해 보이는 '초급 코스', 바로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왕
Sangwon Jung
11시간 전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⑬] 파도와 기암이 빚은 해상 산책로, 삼척 초곡용굴촛대바위길에서 무릉계곡으로](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3b6aa6e966184ec189952449972679d2~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3b6aa6e966184ec189952449972679d2~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⑬] 파도와 기암이 빚은 해상 산책로, 삼척 초곡용굴촛대바위길에서 무릉계곡으로](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3b6aa6e966184ec189952449972679d2~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3b6aa6e966184ec189952449972679d2~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⑬] 파도와 기암이 빚은 해상 산책로, 삼척 초곡용굴촛대바위길에서 무릉계곡으로
어느덧 강원도에 여장을 푼 지 나흘째 아침을 맞았다. 언제나 그렇듯 카메라를 메고 여행길에 오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니, 이 또한 말릴 수 없는 기분 좋은 역마살이자 '직업병'이지 싶다. 오늘은 삼척의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을 먼저 걷고, 동해시의 대표 명소인 무릉계곡으로 발길을 옮겨볼 생각이다. 모두 생애 처음으로 마주하는 낯선 길이다. 평소보다 제법 많은 걸음을 걸어야 할 것 같지만, 새로운 풍경과 마주한다는 설렘 앞에 다리의 수고로움 따위는 가볍게 접어두고 길을 나선다. 이번 여정에서는 유독 바다를 끼고 걷는 해상 탐방로를 많이 만났다. 강릉의 정동심곡 바다부채길부터 삼척의 맹방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그리고 오늘 찾은 초곡용굴촛대바위길까지. 겉보기엔 비슷한 해안 데크길 같아도, 저마다 품고 있는 기암의 결이 다르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 군사작전 지역으로 묶여 굳게 닫혀 있던 숨은 비경들이라 발을 디딜 때마다 가슴이 벅차
Sangwon Jung
11시간 전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⑫] 다시 찾아간 묵호등대, 그리고 도째비골의 바다 풍경](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d94bfc99ea1e4054852fb88a5f3b179e~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d94bfc99ea1e4054852fb88a5f3b179e~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⑫] 다시 찾아간 묵호등대, 그리고 도째비골의 바다 풍경](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d94bfc99ea1e4054852fb88a5f3b179e~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d94bfc99ea1e4054852fb88a5f3b179e~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⑫] 다시 찾아간 묵호등대, 그리고 도째비골의 바다 풍경
삼척 덕봉산의 시원한 바닷길을 빠져나와 숙소로 들어가는 길, 전날 휴무로 문이 굳게 닫혀 발길을 돌려야 했던 묵호등대로 다시 차를 몰았다. '그냥 지나칠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동해시의 대표 명소를 코앞에 두고 그냥 지나치기엔 못내 마음에 미련이 남았다. 언덕을 올라 등대 입구에 다다르니, 전날과 달리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어 반가움이 앞섰다. 오후 늦은 시각이었지만 하절기에는 오후 8시까지 개방하는 덕분에 여유롭게 들어설 수 있었다. 아담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내에 들어섰다. 묵호 등대 묵호등대는 1963년 6월 처음 불을 밝힌 이래, 묵호항을 오가는 수많은 어선과 화물선의 뱃길을 지켜온 든든한 파수꾼이다.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든 것은 야외 난간을 따라 전시된 전국의 아름다운 등대 사진들이었다. 앞서 "한국의 등대는 어디나 비슷하고 평범하다"며 섣부르게 읊조렸던 내 말이 무색해지는
Sangwon Jung
12시간 전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⑪] 53년 만에 열린 바다 위 섬산, 삼척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와 맹방해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da9e5255a427447f851f6a490b087622~mv2.jpg/v1/fill/w_334,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da9e5255a427447f851f6a490b087622~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⑪] 53년 만에 열린 바다 위 섬산, 삼척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와 맹방해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da9e5255a427447f851f6a490b087622~mv2.jpg/v1/fill/w_306,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da9e5255a427447f851f6a490b087622~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⑪] 53년 만에 열린 바다 위 섬산, 삼척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와 맹방해변
사흘째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로 삼척 맹방해수욕장 곁에 우뚝 솟은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내 '맹방'이라는 이름이 귓가에 맴돌았다. 워낙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난 해변이라 낯설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해변은 평화롭고 고요한 정적에 싸여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은빛 백사장 위로 드문드문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없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이동 거리도 부담 없이 짧고, 바다와 산을 함께 아우르는 해안 탐방로라는 점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이곳을 찾았다. 맹방 해수욕장 맹방해변 오른쪽 끝자락,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하구에 마치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섬처럼 솟은 독특한 봉우리가 바로 덕봉산(德峰山)이다. 군사분계선 이남 동해안의 많은 비경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군 경계 철책에 둘러싸여 반세기가 넘는 53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굳게 통제되었던 땅이었다. 그러다 지난 202
Sangwon Jung
12시간 전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⑩] 한국의 나폴리,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의 장호항](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641e1ed2bc524253a0363abb967c9282~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641e1ed2bc524253a0363abb967c9282~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⑩] 한국의 나폴리,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의 장호항](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641e1ed2bc524253a0363abb967c9282~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641e1ed2bc524253a0363abb967c9282~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⑩] 한국의 나폴리,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의 장호항
죽서루의 웅장한 목조건축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삼척 장호항이다. 원래 계획은 맹방해수욕장의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를 먼저 찾는 것이었으나,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장호항을 먼저 둘러보기로 일정을 틀었다. 맹방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어 이동 거리가 조금 늘어나긴 하지만, 죽서루에서 차로 30분 남짓이면 닿는 부담 없는 길이라 망설임 없이 핸들을 잡았다. 동해안 길은 달릴수록 '다 거기가 거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동이 수월하다. 출발 전 사진으로 마주한 장호항의 해안 암석 지형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우연히 스친 그 바위 풍경이 사진가의 눈길을 끈 것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거창한 수식어도 붙어 있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풍경이 이국적이고 빼어나다는 뜻일 게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국내 최고의 스노클링 성지이자 해양레저 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라지만, 물놀이에
Sangwon Jung
10월 8일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⑨] 자연 암반 위에 얹은 국보 누각, 삼척 죽서루와 진주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beeb630bf0fd48e9904f09d24fd2c88c~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beeb630bf0fd48e9904f09d24fd2c88c~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⑨] 자연 암반 위에 얹은 국보 누각, 삼척 죽서루와 진주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beeb630bf0fd48e9904f09d24fd2c88c~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beeb630bf0fd48e9904f09d24fd2c88c~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⑨] 자연 암반 위에 얹은 국보 누각, 삼척 죽서루와 진주관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의 그윽한 정취를 마음에 담고, 삼척 죽서루(竹西樓)로 핸들을 돌렸다. 동해 추암에서 삼척 죽서루까지는 지척의 거리라 이동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출발 전 손에 쥔 정보는 '국보로 지정된 관동팔경의 하나'라는 점뿐이었다. 하지만 나를 죽서루로 이끈 결정적인 이유는 국보라는 거창한 칭호나 관동팔경의 명성보다, 내 렌즈가 끊임없이 좇고 있는 우리 옛 '누정(樓亭)'이라는 점이었다. 사전 조사에서 마주한 사진들은 얼핏 내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지 못했지만, 관동팔경이라는 타이틀과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득한 역사의 무게감은 국보 누각을 직접 두 눈으로 마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죽서루 곁에는 최근 복원된 삼척도호부 관아의 핵심 건물인 객사 '진주관(眞珠館)'까지 함께 자리하고 있어 사진가로서 둘러볼 가치가 차고 넘쳤다. '죽서루'라는 이름은 누각의 동쪽에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있었고, 그
Sangwon Jung
10월 8일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⑧] 기암괴석과 바다를 품은 선비의 누정,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0cc8ee0443c24278b7de9b5565dc06dd~mv2.jpg/v1/fill/w_334,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0cc8ee0443c24278b7de9b5565dc06dd~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⑧] 기암괴석과 바다를 품은 선비의 누정,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0cc8ee0443c24278b7de9b5565dc06dd~mv2.jpg/v1/fill/w_306,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0cc8ee0443c24278b7de9b5565dc06dd~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⑧] 기암괴석과 바다를 품은 선비의 누정,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
강원도 땅을 밟은 지 어느덧 사흘째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동해시의 대표 명소인 추암 촛대바위로 향한다. 숙소인 묵호에서 지척의 거리라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채비를 마쳤다. 추암 하면 누구나 애국가 첫 소절의 붉은 일출을 떠올린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도 털어놓았듯 나와 일출은 도무지 인연이 닿지 않는다. 평생을 올빼미로 살아온 내게 해 뜨기 전 새벽바람을 가르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닐뿐더러,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일출보다는 시간의 두께와 묵직한 무게감이 배어나는 늦은 오후의 일몰 빛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걸음의 진짜 목적은 촛대바위 그 자체보다, 그 곁을 묵묵히 지키고 선 '해암정(海岩亭)'이라는 정자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내 렌즈가 가장 집요하게 쫓고 있는 피사체는 바로 우리 옛 누정(樓亭)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선조들의 담백한 삶과 낭만을 증언하는 그 그윽한 조화를 온전히 프레
Sangwon Jung
10월 5일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⑦] 삶의 애환이 꽃으로 피어난 바닷가 언덕길, 동해 묵호등대와 논골담길](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6be402ffa9824ccd9daf2a55e8d9cb37~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6be402ffa9824ccd9daf2a55e8d9cb37~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⑦] 삶의 애환이 꽃으로 피어난 바닷가 언덕길, 동해 묵호등대와 논골담길](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6be402ffa9824ccd9daf2a55e8d9cb37~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6be402ffa9824ccd9daf2a55e8d9cb37~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⑦] 삶의 애환이 꽃으로 피어난 바닷가 언덕길, 동해 묵호등대와 논골담길
정동진의 푸른 파도를 뒤로하고, 이번 여행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동해시 묵호로 차를 몰아 묵호등대로 향했다. 사실 묵호등대는 애초 일정에 깊이 염두에 두었던 곳은 아니었다. 그저 숙소 근처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 보니 가장 많은 추천과 사진이 쏟아져 나와 자연스럽게 발길이 끌렸을 뿐이다. 미국에서 해안가에 살던 시절, 워낙 수많은 등대를 마주하며 사진을 담아왔다.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독특한 조형미를 뽐내는 미국의 등대들은 사진가의 렌즈를 끊임없이 유혹하곤 했다. 반면 한국에 돌아와 마주한 방파제 등대들은 대개 비슷한 모양새여서 그저 무덤덤하게 스쳐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 화면 너머로 마주한 묵호등대는 생김새부터 사뭇 달랐고, 탁 트인 높은 언덕배기에서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입지부터 시선을 잡아끌었다. 게다가 등대 아래로 '논골담길'이라는 정겨운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니 들러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전
Sangwon Jung
10월 5일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⑥] 모래시계의 아련한 추억과 바다를 품은 간이역, 정동진](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e60a1c66780a4c73b9c34199de953460~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e60a1c66780a4c73b9c34199de953460~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⑥] 모래시계의 아련한 추억과 바다를 품은 간이역, 정동진](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e60a1c66780a4c73b9c34199de953460~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e60a1c66780a4c73b9c34199de953460~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⑥] 모래시계의 아련한 추억과 바다를 품은 간이역, 정동진
심곡항에서 차를 몰아 언덕 위 썬크루즈 리조트 옆길을 지나 정동진으로 내려섰다. 앞서 바다부채길을 걸으며 아래에서 올려다보았던 그 거대한 배 모양 건물을 도로 위에서 마주하니 색다른 반가움이 스친다. 정동진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곳이다. 특히 우리 세대에게는 9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드라마 《모래시계》의 애절한 여운으로 깊이 각인된 추억의 명소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이곳에 발을 디뎠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 듯도 하고, 워낙 매체를 통해 수없이 보고 들은 탓에 낯설지 않은 기시감 때문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이든 오랜만의 재회이든 그게 무슨 대수랴. 눈앞에 펼쳐진 정동진 바다는 내가 늘 기억하고 그리워하던 동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바다부채길의 거친 갯바위와는 또 다르게, 거침없이 넓고 푸른 수평선과 은빛 포말이 가슴속 묵은 먼지까지 말끔하게 씻어내린다. 정동진역으로 향하기
Sangwon Jung
9월 27일2분 분량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⑤] 230만 년 세월이 빚어낸 해안단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걷다](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79e4be74fd5f4d07b0d99063090bba95~mv2.jpg/v1/fill/w_334,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79e4be74fd5f4d07b0d99063090bba95~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⑤] 230만 년 세월이 빚어낸 해안단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걷다](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79e4be74fd5f4d07b0d99063090bba95~mv2.jpg/v1/fill/w_306,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79e4be74fd5f4d07b0d99063090bba95~mv2.webp)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⑤] 230만 년 세월이 빚어낸 해안단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걷다
이번 여행의 가장 든든한 나침반은 단연 인터넷이다. 검색창에 지역 이름과 '가볼 만한 곳'을 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편리한 세상이다. 다만 내 검색 방식은 글자보다 '이미지'를 먼저 훑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진가로서 현장의 빛과 구도, 지형적 특성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두어야 현장에 섰을 때 당황하지 않고 온전히 피사체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마음에 새기는 "알아야 사진한다"는 철학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준비 과정인 셈이다. 대략적인 풍경을 눈에 익혀두어야 비로소 나만의 사진적 방향과 시선이 선다. 동해시 숙소에 여장을 풀고 다음 날의 첫 행선지로 낙점한 곳은 바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었다. 오랜 세월 군사작전 지역으로 묶여 있어 민간인의 발길이 닿지 않던 천혜의 비경. '정동(正東)'은 옛 한양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위치한다는 뜻이고, '심곡(深谷)'은 깊은 골짜기 속에 들어앉은 마을이라는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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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2분 분량
![[강원도 고성·양양 4박 5일 사진 여정 ④] 백섬 해상전망대의 쪽빛 바다와 늦은 오후의 낙산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ac1a3caae4714289b989688eee79505c~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ac1a3caae4714289b989688eee79505c~mv2.webp)
![[강원도 고성·양양 4박 5일 사진 여정 ④] 백섬 해상전망대의 쪽빛 바다와 늦은 오후의 낙산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ac1a3caae4714289b989688eee79505c~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ac1a3caae4714289b989688eee79505c~mv2.webp)
[강원도 고성·양양 4박 5일 사진 여정 ④] 백섬 해상전망대의 쪽빛 바다와 늦은 오후의 낙산사
청간정 해변을 떠나 북쪽 거진항 방면에 자리한 백섬 해상전망대로 차를 몰았다. 우리나라 최북단인 고성은 통일전망대나 화진포 김일성 별장처럼 굵직한 분단 역사의 흔적을 품은 명소가 유독 많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빡빡한 답사 대신 풍경과 빛에 오롯이 시선을 맡기기로 했기에 다른 곳들은 다음으로 미뤄두었다. 오랜만에 귀국해 전국을 다니다 보면 각 지자체마다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잔도길처럼 너도나도 비슷한 시설물을 쏟아내고 있어 씁쓸한 기시감이 들 때가 잦았다. 그럼에도 이곳 백섬 전망대에 마음이 끌렸던 건, 육지와 작은 바위섬(백섬)을 잇는 자연 친화적인 해상 인도교라는 점 때문이었다. 총길이 137m, 폭 2.5m의 아담한 해상 데크길이다. 해수면에서 4m에서 최고 25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데, 가장 높은 구간 바닥에는 어김없이 투명 강화유리가 깔려 있다. 방문객들은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여 아찔하다고 감탄하지만, 나이 들며 슬며시 찾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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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3분 분량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③] 청간정 해변에서 마주한 동해와 빨간 등대, 하얀 등대의 비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f74f3d8f561141a2be549f8a18bd4659~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f74f3d8f561141a2be549f8a18bd4659~mv2.webp)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③] 청간정 해변에서 마주한 동해와 빨간 등대, 하얀 등대의 비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f74f3d8f561141a2be549f8a18bd4659~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f74f3d8f561141a2be549f8a18bd4659~mv2.webp)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③] 청간정 해변에서 마주한 동해와 빨간 등대, 하얀 등대의 비밀
청간정 누각에서 데크 계단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서자, 비로소 시야가 거침없이 열리며 푸른 동해가 품 안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동해 바다였다. 답답했던 가슴속 응어리가 일순간에 씻겨 내려가듯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밀려왔다. 앞서 들렀던 능파대 역시 눈앞이 망망대해였지만, 기기묘묘한 타포니 바위들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니 바다 자체를 온전히 품지는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백사장에서 마주한 수평선과 부서지는 포말이 유난히 더 깊고 청량하게 눈에 들어왔다. 망원 렌즈로 시선을 멀리 던져보니 갯바위 주변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왜가리 한 마리가 보이고, 그 너머 방파제 끝자락에는 정답게 마주 서 있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해안 포구를 다니다 보면 어디서나 흔하게 마주치는 풍경이 바로 이 '마주 보고 선 붉은 등대와 흰 등대'다. 오래전 한국에 살 때는 무심코 지나쳤고, 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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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2분 분량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②] 절벽 위의 숨은 누정 '천학정'과 관동제일경 '청간정'](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9278459d0b3a4871ad518485e0cddb6a~mv2.jpg/v1/fill/w_334,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9278459d0b3a4871ad518485e0cddb6a~mv2.webp)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②] 절벽 위의 숨은 누정 '천학정'과 관동제일경 '청간정'](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9278459d0b3a4871ad518485e0cddb6a~mv2.jpg/v1/fill/w_306,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9278459d0b3a4871ad518485e0cddb6a~mv2.webp)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②] 절벽 위의 숨은 누정 '천학정'과 관동제일경 '청간정'
기묘한 타포니 바위가 인상적이었던 능파대를 뒤로하고 곧장 천학정(天鶴亭)으로 향했다.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지척이다. 큰길로 나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길목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내비게이션 덕분에 낯선 초행길이라도 길 잃을 염려가 전혀 없다. 능파대에서 조금 벗어나 달리다 보니, 길섶 수풀 사이로 '천학정'이라 굵직하게 새겨진 큼직한 표석이 눈에 들어왔다. 따로 마련된 전용 주차장은 보이지 않아 갓길 한쪽에 차를 대고 나지막한 오르막을 올랐다. '천학정(天鶴亭)'은 바다와 하늘, 거울 같은 수면에 정자가 떠 있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진다. 100년은 족히 넘었을 굽이치는 노송림과 발아래로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윽한 진경산수화를 눈앞에 펼쳐 보인다. 동해의 숨은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라는데, 게으른 내 성정상 평생 이곳에서 찬란한 일출을 담을 날이 과연 있을까 싶어 혼자 픽 웃음이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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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3분 분량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①] 파도를 능멸하는 신비로운 바위, 고성 능파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1753b8156d1d4650b319145df2f0f6e0~mv2.jpg/v1/fill/w_333,h_250,fp_0.50_0.50,q_30,blur_30,enc_avif,quality_auto/ca39b6_1753b8156d1d4650b319145df2f0f6e0~mv2.webp)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①] 파도를 능멸하는 신비로운 바위, 고성 능파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1753b8156d1d4650b319145df2f0f6e0~mv2.jpg/v1/fill/w_305,h_229,fp_0.50_0.50,q_90,enc_avif,quality_auto/ca39b6_1753b8156d1d4650b319145df2f0f6e0~mv2.webp)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①] 파도를 능멸하는 신비로운 바위, 고성 능파대
2025년은 내게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었던 한 해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줄곧 부모님을 모시느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늘 무거운 짐을 진 듯 여의치 않던 나날들이 지나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다드린 뒤에야 비로소 홀로 설 시간이 찾아왔다.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 있던 때, 스스로에게 작은 핑계를 대며 4박 5일간의 긴 여행길에 올랐다. 실로 얼마 만에 나서는 긴 여정인지 모르겠다. 혼자 길을 나선 지 몇 해가 지나서인지 혼자 떠나는 길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목적지는 강원도, 고성에서 삼척까지 푸른 동해안을 따라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셔터를 누르며 달려보기로 했다. 매번 짐을 싸 들고 숙소를 옮겨 다니는 번거로움이 질색이라, 동해시 묵호 쪽에 거점을 잡고 그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위아래로 오르내리기로 큰 틀을 짰다. 첫 기착지는 강원도 최북단 고성이다. 고성의 볼거리들을 찾아보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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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2분 분량


맑아진 하늘과 거센 바람 속, 달동네 추억과 눈 덮인 선암사를 걷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어제와는 달리 맑게 개인 하늘이 보인다. 바람은 여전히 매섭게 불었지만, 파란 하늘을 마주하니 마음이 절로 설렌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순천 드라마 촬영지'다. 지난봄에 왔을 때는 방문객이 너무 많고 차까지 꽉 막혀 아쉽게 포기하고 돌아섰던 곳이다. 당시에는 '드라마 세트장에 뭐 볼 게 있을까' 싶어 미련 없이 쉽게 발길을 돌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곳을 첫 목적지로 잡았다. 추운 날씨 덕분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숙소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기에 가볍게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텅 비어 있었다. 눈은 멈췄지만 매서운 바람은 여전했다. 체감온도도 어제 못지않게 차가웠다. 세트장 안으로 들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많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세트장도 정교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처럼 나잇대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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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0일2분 분량


폭설과 한파를 뚫고 다시 마주한 겨울의 빛: 순천 송광사와 낙안읍성
2월 7일과 8일, 1박 2일 일정으로 아는 분들과 순천 촬영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출발 며칠 전부터 엄습한 엄청난 한파와 대설주의보가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가다가 정 안 되면 돌아오더라도 일단 시동을 건다. 날씨가 정말 춥다. 바람도 매섭다. 거기다 박자라도 맞추듯 눈발까지 거세게 흩날린다. 마음 한구석은 조금 불안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 중간중간 거센 바람과 폭설이 몰아쳤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천천히 달려간다. 다행히 순천 근처에 다다르니 북쪽보다는 눈발이 잦아들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숙소에 들어가서야 알았지만, 내려오는 중간 남원 부근에서 39중 추돌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그 아찔한 고비를 피해 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천행이라 여겨졌다. 숙소로 가기 전 먼저 송광사로 향했다. 눈길을 헤치고 오느라 예정보다 늦어져 일정이 빠듯했다. 송광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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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0일2분 분량


비 젖은 신록과 빗소리를 걸어 만난 고즈넉함: 순천 선암사
순천 일정 3일 차, 마침내 선암사를 찾았다. 개장 시간이 아침 7시라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숙소에서 30여 분 거리라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줄기차게 제법 많은 양이었다. 이른 시간인 데다 비까지 쏟아지니 주차장은 예상대로 한가했다. 준비해 간 우비를 걸쳐 입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발걸음을 옮겼다. 2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걷는 거리가 줄어든다는 정보도 보았지만, 산사로 들어가는 숲길의 운치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 일부러 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했다. 예상했던 대로 걷는 길이 참 좋았다. 비포장이지만 고르고 깔끔하게 닦여있는 길이었다. 경사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완만한 평지길이다. 4월 말이라 산자락마다 신록이 완연했다. 촉촉하게 비를 머금어서인지 초록의 색감이 한층 더 짙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깊고 청량하게 들려온다. 선암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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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5일2분 분량


비 젖은 초가와 굴뚝 연기 너머로: 순천 낙안읍성
우리나라에는 보존이 잘된 3대 읍성이 있다. 해미읍성, 고창읍성, 낙안읍성이다. 이 중에서 오늘은 낙안읍성을 다녀올 생각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거리도 먼 데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30여 년 전 장승을 찾아 전국을 떠돌 때 잠깐 들러본 게 전부라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장소다. 그러다 큰마음 먹고 휴가를 냈다. 진주에 사는 동생이 부모님을 모셔주기로 해서 3박 4일 일정으로 순천행을 결심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좋았던 날씨가 내가 잡은 일정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온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도리어 비가 오면 읍성의 분위기나 운치가 한층 더 좋아질 것 같았다. 거기다 꽃놀이를 즐기는 상춘객도 적을 듯해서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진입부터 내 예상은 여락없이 깨졌다. 엄청난 차들로 순천까지 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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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3일3분 분량


2년 전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주한 탁 트인 남한강: 여주 파사성
여주에 있는 '파사성'이 오늘의 목적지다. 2년 전 용문사를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산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잠깐 들렀던 곳이다. 물론 그때는 올라가지 못했다.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음을 기약하며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늘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결국 2년 만에 다시 찾았다. 파사성은 남한강 동쪽 해발 230m의 파사산 꼭대기에 있는 석성(石城)이다. 한강의 수상 교통과 중부 내륙의 육상 교통을 한눈에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넓은 한강 유역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성의 둘레는 1,800m, 최대 높이는 6.5m로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성벽은 비교적 잘 남아 있으며, 일부 구간은 최근에 복원을 마쳤고 지금도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성 안에서는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다양한 시기의 건물터가 확인되어 파사성이 유구한 세월 동안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수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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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9일2분 분량


벚꽃 봉오리 터지는 성곽길에서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다: 화성 당성
오늘은 화성으로 달려갈 생각이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은 항상 부담이다. 워낙 교통량이 많아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최소 2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목적지를 정했으니 기분 좋게 시동을 건다. 2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정체되지 않았다. 주차장이 꽤 넓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여행안내소까지 갖춰진 걸 보니 이 지역에서 제법 신경을 써서 관리하는 장소인 듯하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주차된 차량이 거의 없다. 당연히 사람들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를 단단히 챙기고 발걸음을 옮긴다. 시멘트로 포장된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마침 방문했던 시점이 벚꽃이 막 터지기 시작할 무렵이라, 여기저기 봉오리를 연 벚꽃들이 가볍게 반겨준다. 일반적인 유튜버들처럼 방문 지역의 세세한 정보를 일일이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오늘도 성곽 입구까지 정확히 몇 분이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리 멀지 않은 짧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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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9일2분 분량


성곽 대신 주춧돌과 갈대밭이 건넨 옛 숨결: 하남 이성산성 추천
하남에 2년 정도 살았다. 그런데 그 주변에 산성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산성에 깊은 관심은 없었다. 간혹 남한산성 그리고 다른 산성 몇 군데를 다니긴 했어도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산성을 찾아다니진 않았다. 그때 알았다면 좀 더 빨리 갔다 왔을걸 하는 아쉬운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다. 지금 사는 곳이 일산이다 보니 하남까지 가려면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하남에서 남한산성이 가깝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남 자체에 또 다른 산성이 있다는 게 도착 전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이성산성은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에서 북쪽 방향으로 내려오는 줄기와 만나 길게 맥을 형성한다. 금암산 줄기에 접해 있으며, 남쪽은 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들이 있으나 북쪽은 작은 구릉만 있어 주변 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성산성은 배후의 평야 지역을 방어하고 강북의 적으로부터 한강 유역을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춘 지점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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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2분 분량


권율 장군의 늠름한 숨결과 한적한 봄 마중: 오산 독산성과 보적사
오늘은 오산에 있는 독산성을 찾을 생각이다. 내가 사는 곳은 일산이다. 연천이나 철원 등 북쪽 방향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 차도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남쪽 방향은 출발하기 전에 늘 망설여진다. 길에 차가 너무 많이 막히기 때문이다. 막히지 않으면 한 시간 안쪽 거리지만, 아침 출근 시간을 피해 출발해도 보통 2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이 걸린다. 막히지 않고 가는 2시간과 막혀서 겨우 도착하는 2시간은 체감상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두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가야 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출발한다. 생각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목적지 주차장은 독산성 세마대지 주차장이다. 정말이지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어찌 다녔을까 싶다. 주차장은 작지 않지만 차들이 꽤 들어차 있다. 그런데 독산성 입구라는 표지판은 잘 보이지 않고, 산성 안에 있는 보적사 입구 일주문만 크게 눈에 들어온다. 일주문 안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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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2분 분량


가파른 오솔길 넘어 시원하게 펼쳐진 포천 시내: 포천 반월성 탐방기
반월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산성으로,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청성산에 위치한다. 성의 형태가 반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반월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성 둘레는 1,080m로 산정상을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테뫼식이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정상 주위에 머리띠를 두른 것처럼 성을 축조한 방식을 말한다. 백제가 한강 유역을 점령하면서 축조하기 시작해 고구려와 신라 모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이 반월성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다. 이 반월성을 본의 아니게 2주 간격으로 두 번이나 다녀왔다. 익숙지 않은 액션캠을 사용하다가 동영상 촬영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순전히 동영상을 다시 찍을 목적으로 두 번 방문하게 된 셈이다. 처음 방문했던 3월 13일은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산책하며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두 번째 방문은 3월 26일이었다. 불과 2주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라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가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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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2일3분 분량


임진강을 품은 고구려의 숨결: 연천 3대 성(호로고루·당포성·은대리성)
경기도 연천에는 고구려 3대 대표 성이라 불리는 세 개의 성이 있다. 워낙 오래된 사적지라 규모나 주변 풍경이 웅장하고 거창하진 않지만, 당시의 모습을 상상을 통해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정도의 흔적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일산에서 연천은 한 시간 안쪽으로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게다가 세 성이 모두 가까이 모여 있어서, 당일 코스로 세 곳을 모두 둘러보며 산책 삼아 다녀오기에 딱 좋다. 일산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다다르는 곳이 '호로고루'다. 옛날에는 임진강 주변을 '호로하'라 불렀다고 한다. '호로하에 있는 오래된 보루'라는 뜻에서 지금은 호로고루라 부른다. 이곳은 처음 방문했던 때 이후로 집에서 가까워 가장 자주 들른 장소가 되었다. 성벽이라 부를 만한 것은 동쪽 성벽 하나뿐이다. 남쪽과 북쪽 벽은 용암 절벽을 그대로 성벽으로 삼아 축조 공력을 줄였다고 한다. 여름철 해바라기 축제로도
Sangwon Jung
2024년 6월 11일1분 분량


병인양요의 흔적과 고단한 계단을 넘어: 김포 문수산성
한국으로 돌아와 몇 군데의 산성과 토성, 그리고 읍성을 돌아다녀 보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속 장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던 이력이 있다.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마음이 남들보다는 조금 더 강한 듯하다. 다녀보면서 늘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찾아다녀 보아야겠노라'고. 하지만 늘 그렇듯 뭐가 그리 바쁜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2024년 3월에 와서야 비로소 첫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일단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2년 전 연천에 있는 호로고루 토성을 찾아가 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이었다. 일산 주변의 자료를 찾아보니 그나마 자주 지나다니던 김포 지역에도 산성이 몇 개 눈에 띈다. 요즘은 처음 방문하는 장소라도 검색을 통해 쉽게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정말 편리해졌다. 첫 번째 목적지로 김포에 있는 '문수산성'을 선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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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1일3분 분량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조선의 성곽: 서산 해미읍성
충청남도 서산에 가면 원형이 잘 남아있는 읍성이 있다. 바로 '해미읍성'이다. 조선 태종 때 축성을 시작해 세종 때 완성된 곳으로, 사적 제116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한국 천주교 3대 성지 중 하나로, 박해 시절 1,000여 명의 신자들이 잡혀와 고문당하고 순교한 아픈 역사를 지닌 장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우리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한국에 돌아와 주로 다니는 곳도 이런 사적지들이다. 그중에서도 해미읍성은 귀국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가 되었다. 주중에 차를 끌고 이동하니 길도 막히지 않아 서울에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어 좋다. 넓은 주차장과 잘 정돈된 읍성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정화해 주는 듯하다. 이곳에서 가장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위풍당당한 소나무들의 자태였다. 우리 민족 특유의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잔뜩 품은 듯한 나무들이 나를 자꾸만 이곳으로 발걸음하게 만든 듯하
Sangwon Jung
2023년 10월 9일2분 분량


눈 쌓인 황사 날의 이색적 만남: 용인 와우정사
오늘의 목적지는 '와우정사'라는 절이다. 당연히 처음 가는 곳이다. 용인에 있다고 한다. 하필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은 데다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가장 심한 날이라니, 말 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어젯밤 내린 눈으로 길 사정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약속된 날이니 마음을 다잡고 출발했다. 이름만 들어보면 절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지만, 일반적인 사찰들과는 이름부터 사뭇 달라 묘한 궁금증이 생겼다. 사진 찍는 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선뜻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까닭은 나도 잘 모르겠다.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울보다는 용인 쪽에 눈이 훨씬 많이 내린 듯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불상의 엄청나게 큰 머리 부분(불두)이었다. 왜 이렇게 머리만 크게 만들어두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오래전 장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닐 때, 머리만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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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8일1분 분량


시애틀 껌벽과 백담사의 돌탑: 30년 만에 다시 찾은 인제 백담사
정확하진 않지만 30년 만에 다시 찾는 듯하다. 그 시절만 해도 인제는 까마득히 먼 곳으로 여겨지곤 했다. 젊은 시절 이 지역으로 군 배치를 받은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그만큼 인제와 원통은 오지 중의 오지, 멀고 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곳을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편도 2시간 40분 정도면 참 가까운 거리다. 물론 도로가 막히면 시간이 무한정 늘어난다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 출발했다. 미국에 살면서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도 당일로 다녀보곤 했던 경험 덕분에 이번 여행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목적지를 백담사로 정한 건 가을 단풍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백담사의 가을 단풍이 그리 강렬하게 남아있지는 않았다. 물론 방문 시기나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은 제각각이겠지만, 내 기억 속
Sangwon Jung
2022년 10월 30일2분 분량


해바라기는 진 뒤였지만 ; 연천 호로고루의 아침
경기도 연천에 고구려 시대의 유물인 토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임진강을 접한 현무암 천연 절벽 위에 자리한 옛 토성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귀중한 문화유적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이 오래된 토성이라는 사실보다 먼저 알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다. 바로 매년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는 장소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배우는 수강생들이나 다양한 SNS를 통해 자주 접했던 곳이기도 하다. 축제 기간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것 같아 아예 가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게다가 해바라기 사진이야 찍어도 그만, 안 찍어도 그만인 피사체라 그리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 9월 말, '아침 일찍 다녀오면 사람도 적고 큰 지장이 없겠지' 하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 대부분 사진 찍는 분들은 노을이 지는 석양 무렵에 많이 찾아오는 듯했다. 마침 10월 2일까지가 해바라기 축제 기간이라, 내심 토성도 둘러보고 해바라기도 함께 보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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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9일2분 분량


시간을 사진에 담다: 안성 죽주산성
20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가장 먼저 찾아다니기 시작한 곳이 바로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다. 그중에서도 산성과 토성은 내가 즐겨 찾는 주요 장소다. 작년에 처음 찾아간 '죽주산성'은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다녀왔다. 산성 특유의 멋도 있지만, 사진적인 요소가 풍부하다는 게 다시 찾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묘한 모습의 석상들이 길목에 누워 있다. 입구 반대쪽으로는 절이 있는 듯했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성문 같은 입구가 마주한다. 오래된 산성이지만 제법 잘 복원되어 있는 모습이다. 성문 너머로 건너다보이는 풍경이 참 예쁘다. 성곽을 따라 걷는 둘레길도 잘 다듬어져 있다. 오래된 성곽을 차분히 밟고 걸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성곽을 따라 난 길이 더없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제법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하는 포인트다. 그 한
Sangwon Jung
2022년 10월 9일2분 분량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까치를 보니 왠지 기분도 상쾌해진다. 40년 만인가, 50년 만인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무지하게 오랜만에 들른 곳, 바로 임진각이다. 지금은 그 뒤편에 '평화누리 공원'이라는 어엿한 이름이 붙어 있다. 중학교 시절, 사이클을 타고 두 번인가 페달을 밟아 찾아왔던 곳이다. 그 시절과는 모든 것이 몰라보게 바뀌었고 기억마저 아득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 한구석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장소다. 서울시청에서 북서쪽으로 약 56km,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7km 남쪽으로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곳이 바로 임진각이다. 6·25전쟁의 비극과 아픔이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 전쟁의 아픔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의 언덕', '음악의 언덕' 같은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 공간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위로를 더해준다. 남
Sangwon Jung
2022년 5월 29일1분 분량


아듀 2021 신세계 백화점 라이트 쇼
매년 했던건지는 잘 모름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사람들이 많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잊게해준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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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1일1분 분량


2021년 서울 첫눈
12월 18일, 눈이 쏟아진다. 첫눈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다. 얼마 전 눈 같지도 않은 눈이 잠깐, 그리고 조금 흩날린 적은 있단다. 하지만 난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인정할 수 없다. 이번에 내린 눈은 양도 엄청나다. 누가 뭐라 해도 나에겐 이것이 첫눈이다. 사진을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일기예보를 본다. 그럭저럭 정확도가 높은 예보였다.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고 한파주의보도 한몫한다. 카메라를 단단히 챙기고 출근한다. 하늘은 눈 소식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이러다 설마 오보로 끝나나 싶을 정도였다. 예정된 오후 2시, 하늘이 구름으로 꽉 차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눈발이 쏟아진다.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경복궁으로 빠른 걸음을 옮긴다. 가져온 작은 우산이 제법 도움이 된다. 우산이 없었으면 난리가 났을 정도로 쏟아진다. 눈 소식을 접했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궁으로 들어온다. 카메라로 완전무장한 분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Sangwon Jung
2021년 12월 19일1분 분량


추억이 묻어나는곳 양수리
앞에 올린 용문사를 가기 전 들린 곳이다. 학교 다닐 때 가보고 정말 처음이다. 그러니 35년은 족히 넘었다. 각종 SNS에서 사진으로 많이 보아서 그런지 생소함은 없다. 나이 먹고 들어간 사진과 그리고 MT로 몇 번 가본 양수리. 누구 말처럼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다시 찾은 양수리는 많은 추억을 끄집어낸다.
Sangwon Jung
2020년 11월 6일1분 분량


가을이 간다. 용문사
정확하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 오고 처음인지 그 후에 한 번 더 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무지하게 오랜만이다. 짧아도 20년이 넘었다. 과거에는 상당히 먼 곳으로 기억했는데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용문사는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유명한 곳이다. 당연히 용문사도 천년 고찰이다. 예년보다 가을이 빨리오고 가는듯하다. 가는 가을이 아쉽다. 잡아볼 요량으로 큰 마음 먹고 출발한다. 가는 길에 양수리도 들렸다. 이곳도 학교 다닐 때 MT로 오고 처음 가는 듯 하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이쁘다. 아기자기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지는 않다. 억지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카메라 들고 쉽게 나가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도 좋다. 일단 공기가 좋다. 오랜만에 천고마비를 보는 듯 하다. 코로나 시절에 이정도의 외출도 감지덕지다. 도착하니 다른 나무는 멀쩡한데 은행나무 잎만 다 떨어졌다. 노란색도 아닌데 떨어졌다. 오래 살다 보
Sangwon Jung
2020년 11월 6일1분 분량


제주도 스케치
정말 오랜만에 큰 마음 먹고 제주도를 찾았다. 요즘 들어 이웃 동네 보다 더 많이들 찾는 곳이 제주도라고 한다. 외국 나가 오래 산 나는 그렇게 자주 다닌다는 제주를 정말이지 오랜만에 찾았다. 결혼해서 신혼 여행 그전에 학교 다닐 때 촬영 여행이 전부다. 그러니 제대로 찾은 게 30년이 넘는듯 하다. 아 5년전에 가족 여행으로 잠깐 다녀간 적이 있지만 그때는 가족 여행이라 내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기억이 남지 않는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찾았다. 평일 날 찾았는데도 비행기가 북적북적한다. 비행 시간은 짧은데 타고 내리는 특히 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은 걸린다. 비행기를 타니 졸 틈도 없이 바로 내린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제주 하늘에서 본 한라산이나 바다 풍경이 시선을 끈다. 비행기 여행중에는 늘 혹시 라는 생각으로 창가에 앉는게 습관이 되었다. 이날도 창가에 앉았는데 앉기를 잘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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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9일1분 분량


남한산성의 가을
가을이 깊어간다. 날씨도 좋다. 한국 올 때 가장 걱정하던 미세먼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만 그런지는 모른다^^ 11월 들어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다. 입고 다니는 옷들이 겨울 옷이다. 예년보단 조금 일찍 겨울이 오는듯 하다. 한국에 가을도 느낄 겸 가벼운 운동도 할 겸 집에서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향한다. 남한산성은 근무하던 부대가 있던 곳이라 남다른 장소이기도 하다. 몇년전 딸하고 봄에 올라오고는 5년만에 다시 찾는 길이다. 혼자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수 없다. 당분간은 혼자 여행을 계속해야 할 듯 하다. 평일이고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가는 길도 뻥뻥 뚫린다. 남한산성 중앙주차장에 도착하니 집에서 30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주차장도 여유롭다. 사람도 많지 않은게 딱 좋다. 너무 오랜만에 온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감이 오질 않는다. 일단은 산책하는 마음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나와 왼쪽으로 올라가니 사람도 많고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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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7일2분 분량


강화도 교동
20년 만에 한국에 나와 이것저것 처리하느라 그동안 여행다운 여행 한 번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어디론가 떠나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강화도다. 강화에는 토박이 고등학교 친구가 산다. 이 친구 덕분에 어릴 적부터 강화는 자주 다녔다. 물론 늘 그 친구 집만 왔다 갔다 했을 뿐, 딱히 다른 곳을 돌아다닌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전등사나 마니산 정도. 나에게는 그 정도가 강화의 전부인 줄만 알았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찾은 곳 역시 강화였다. 당연히 친구를 만나러 간 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화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이전과 조금 다른 강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친구가 추천해 준 장소, 바로 '교동도'였다. 강화도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볼거리와 이야기가 넘쳐났다. 강화의 다른 곳들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 찬찬히 둘러보기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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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7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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