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오솔길 넘어 시원하게 펼쳐진 포천 시내: 포천 반월성 탐방기
- Sangwon Jung
- 2024년 6월 12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반월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산성으로,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청성산에 위치한다. 성의 형태가 반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반월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성 둘레는 1,080m로 산정상을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테뫼식이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정상 주위에 머리띠를 두른 것처럼 성을 축조한 방식을 말한다. 백제가 한강 유역을 점령하면서 축조하기 시작해 고구려와 신라 모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이 반월성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다. 이 반월성을 본의 아니게 2주 간격으로 두 번이나 다녀왔다. 익숙지 않은 액션캠을 사용하다가 동영상 촬영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순전히 동영상을 다시 찍을 목적으로 두 번 방문하게 된 셈이다.
처음 방문했던 3월 13일은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산책하며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두 번째 방문은 3월 26일이었다. 불과 2주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라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가지마다 맺힌 꽃봉오리들이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처음 갔을 때는 사전 자료에서 본 대로 군내면사무소에 주차할 생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면사무소 입구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난리가 나 있었다. 좁은 길에 차들이 엉키고 설켜 주차할 곳이 없는 것은 물론, 차를 돌려 나오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선거철이라 그런지 면사무소에서 큰 행사가 열린 모양이었다. 이럴 때야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차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식당이나 편의점 앞의 빈 공간에는 오래 차를 세워둘 수 없을 것 같았고, 사설주차장도 눈에 띄지 않았다. 멀리까지 와서 촬영도 못 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순간 난감해졌다. 내비게이션으로 주변 주차장을 검색해 보아도 가까운 곳에는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주변을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큰길로 나오다 보니 '청성역사공원'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유료든 무료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일단 들어갔다. 주차장이 꽤 넓었지만 이미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우 빈자리를 찾아 차를 세운 뒤, 군내면사무소 쪽으로 한참을 걸어갈 각오로 채비를 마쳤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출발하려는데, 마침 산 쪽에서 내려오시는 분이 있어 반월성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그분은 자신이 내려온 길로 올라가도 산성이 나온다며 반가운 길 안내를 해주셨다. 길은 조금 가파르고 계단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계단'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김포 문수산성의 매운맛 계단이 떠올라 잠시 주춤했지만,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곧바로 올라갔다.
꽤 가파른 길이었다. 중간쯤 올라가니 팔각정과 기념탑이 서 있는 넓은 평지가 나왔다. 그곳을 지나 다시 가파른 오솔길로 들어섰다. 계속해서 오르막이 이어졌다. 정식 산성 탐방로가 아닌지 주변이 조금은 어수선하고 산만한 산길이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계단이 나왔다. 긴장하며 올라갔지만 다행히 그리 길지 않은 계단이었다. 문수산성의 끝없던 계단에 비하면 양반인 셈이다. 계단을 다 오르자 저 멀리 산성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생하며 올라온 수고로움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산성은 제법 깔끔하게 복원되어 있었다. 성곽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걸어가는 길의 운치도 참 좋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나름의 멋을 지닌 소나무와 여러 나무들이 반갑게 안내해 준다. 산성을 걸을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힘겹게 복원 작업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깊은 고마움이 밀려온다. 복잡하고 사람 많은 도심을 떠나 가족이나 연인끼리 가볍게 운동 삼아 산책하기에 참 잘 어울리는 장소다.
두 번째 갔을 때는 원래 목적지였던 군내면사무소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날은 행사가 없어 주차장이 한가했다. 편하게 주차를 마치고 지난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길로 올라갔다. 면사무소 바로 앞은 예전에 관아(사또님이 계시던 곳)가 있던 터라고 한다. 안내판 뒤로 넓은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폭이 넓은 시멘트 길이었다. 늘 그렇듯 산성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오르막의 연속이다. 그 오르막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기에 '이 길은 과연 어떨까' 하는 은근한 긴장감을 안고 걸음을 옮겼다. 불과 2주 만에 다시 찾은 길인데도 날씨는 완연한 봄날이었다. 봉오리를 터뜨리려는 꽃들과 숲속에서 한창 진행 중인 벌목 작업이 눈에 띄었다.
20분쯤 걸어 올라가니 마침내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 쪽은 지난번 보았던 대로 아직 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완만한 경사라 지난번 오솔길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반대 방향으로 성을 돌아보았다. 같은 길이라도 걷는 방향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전혀 달랐다. 동영상 촬영 목적으로 왔는데, 사진으로 담고 싶은 소재들도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한 바퀴를 걸었다.
정상 부근에 올라서니 포천 시내가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과 함께 옛 선조들의 늠름한 기상이 느껴지는 듯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산성을 만나게 될지 기분 좋은 기대를 품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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