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껌벽과 백담사의 돌탑: 30년 만에 다시 찾은 인제 백담사
- Sangwon Jung
- 2022년 10월 3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정확하진 않지만 30년 만에 다시 찾는 듯하다. 그 시절만 해도 인제는 까마득히 먼 곳으로 여겨지곤 했다. 젊은 시절 이 지역으로 군 배치를 받은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그만큼 인제와 원통은 오지 중의 오지, 멀고 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곳을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편도 2시간 40분 정도면 참 가까운 거리다. 물론 도로가 막히면 시간이 무한정 늘어난다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 출발했다. 미국에 살면서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도 당일로 다녀보곤 했던 경험 덕분에 이번 여행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목적지를 백담사로 정한 건 가을 단풍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백담사의 가을 단풍이 그리 강렬하게 남아있지는 않았다. 물론 방문 시기나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은 제각각이겠지만, 내 기억 속 백담사의 가을은 기대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다.
나를 움직이게 한 진짜 이유는 바로 '돌탑'이었다. 미국에서도 산책길이나 자연 속에서 자주 마주쳤던 것이 돌탑이다. 돌만 보이면 어떻게든 하나씩 올려 쌓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본능인가 싶기도 하다. 거창하진 않지만 무언가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길 빌며 정성껏 쌓아 올린 돌탑은 나에게 늘 정감 있게 다가왔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길가에 작게나마 쌓여 있는 돌탑들을 보며 종종 사진으로 담곤 했다.
그러다 최근 수강생들의 사진을 리뷰하던 중, 백담사 계곡에 엄청난 규모의 돌탑 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속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하나둘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엄청난 수의 돌탑이 계곡을 메우고 있다고 했다. 직접 가서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궁금해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곧장 길을 나섰다.
내가 살던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주변에는 껌을 붙여 만든 '껌벽(Gum Wall)'이라는 세계적인 명소가 있다. 처음에 한 사람이 재미삼아 붙이기 시작한 껌이 골목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메운 곳이다. 사실 다소 비위생적이고 더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그곳에 비하면 백담사 계곡의 돌탑은 훨씬 점잖고 다가오는 느낌 또한 사뭇 다르다. 비바람에 씻긴 돌을 하나하나 올리며 마음에 평온을 비는 행위는 충분히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 의미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어보고자 카메라를 단단히 쥐었다.^^
백담사의 가을도 한창 깊어가고 있었다. 단풍철이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방문객이 제법 많았다.
다리를 건너며 계곡을 내려다보니, 소문대로 돌탑들의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여름철 큰비가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면 수많은 돌탑이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정성스레 하나둘 쌓아 올린다고 한다. 그날도 계곡 여기저기서 자신만의 돌탑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깊어가는 가을빛과 어우러진 돌탑의 풍경이 그윽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어쩌면 30년 전에 보았던 가을보다 훨씬 근사하게 다가왔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돌탑과 단풍까지 온전히 프레임에 담아냈다.
"내년 가을에 꼭 다시 한번 찾아와야지" 하는 기분 좋은 다짐을 하며 돌아섰다. 예상대로 돌아오는 길은 차가 꽤 막혔지만, 가슴속에는 오래도록 남을 뜻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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