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젖은 신록과 빗소리를 걸어 만난 고즈넉함: 순천 선암사
최종 수정일: 8월 9일
순천 일정 3일 차, 마침내 선암사를 찾았다. 개장 시간이 아침 7시라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숙소에서 30여 분 거리라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줄기차게 제법 많은 양이었다. 이른 시간인 데다 비까지 쏟아지니 주차장은 예상대로 한가했다. 준비해 간 우비를 걸쳐 입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발걸음을 옮겼다.
2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걷는 거리가 줄어든다는 정보도 보았지만, 산사로 들어가는 숲길의 운치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 일부러 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했다.
예상했던 대로 걷는 길이 참 좋았다. 비포장이지만 고르고 깔끔하게 닦여있는 길이었다. 경사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완만한 평지길이다. 4월 말이라 산자락마다 신록이 완연했다. 촉촉하게 비를 머금어서인지 초록의 색감이 한층 더 짙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깊고 청량하게 들려온다. 선암사의 대표 명물인 승선교(昇仙橋)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적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무지개 돌다리다. 사진 찍는 분들이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다리 아치 사이로 강선루(降仙樓)를 넣어 담아내는 대표적인 출사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들이 다 찍는 구도의 사진'을 똑같이 답습하기보다는, 나만의 프레임을 조금 더 고민하고 담아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승선교 주변의 운치만 가볍게 담고 다시 걸음을 촉촉히 이어갔다.
사월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강선루를 지나자 길 양옆으로 알록달록한 연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른 아침 비 내리는 산사인데도 올라가는 이들과 내려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제법 눈에 띈다.
사실 사찰을 전문적으로 자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사진 촬영을 하러 다니다가 주변에 사찰이 있으면 간혹 들러보는 정도라, 사찰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여전히 미약한 편이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들어서는 일주문의 형태가 그동안 가보았던 조계종 사찰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그것이 일주문이라는 생각도 못 한 채 무심히 그 밑을 지나쳐 버렸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비로소 그 문이 일주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찰 안에는 수놓아진 연등과 만개한 봄꽃들이 비 내리는 산사의 분위기를 더욱 촉촉하게 빛내주고 있었다. 경내를 찬찬히 걷다 보니, 사찰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작은 읍성 마을을 거니는 듯 사뭇 포근하고 친근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 장대비를 맞으며 구석구석을 둘러보다 보니 선암사의 가람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몸으로 실감 났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사람들은 빗방울 머금은 꽃송이 아래서 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의 발걸음도 점점 늘어났다.
사찰에 대한 깊은 사전 지식 없이 방문했던 터라, 집에 돌아와 원고를 정리하며 알게 된 정보들이 제법 많았다. 무심히 지나쳤던 문이 일주문이었다는 사실 외에도, 그냥 지나쳐 간 해우소(뒷간)가 선암사에서 아주 유명한 명물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일주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화장실인 해우소가 도대체 왜 그렇게 유명한지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절에서 화장실을 근심을 터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라 부른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재래식 해우소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자료를 찾아보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옛 전통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재래식(푸시식) 건물이자 산비탈의 지형을 활용해 통풍이 잘되도록 지어진 독특한 목조건축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방문객들이 재래식 구조를 어색해해서인지, 바로 옆에 수세식 화장실을 새로 지어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비록 사찰의 역사나 건축물을 완벽히 알고 찾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비 내리는 날 찾아간 선암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마음의 소란함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 참 고맙고 소중한 힐링의 시간이 되어주었다.
![[강원도 고성·양양 4박 5일 사진 여정 ④] 백섬 해상전망대의 쪽빛 바다와 늦은 오후의 낙산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ac1a3caae4714289b989688eee79505c~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a39b6_ac1a3caae4714289b989688eee79505c~mv2.jpg)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③] 청간정 해변에서 마주한 동해와 빨간 등대, 하얀 등대의 비밀](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f74f3d8f561141a2be549f8a18bd4659~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a39b6_f74f3d8f561141a2be549f8a18bd4659~mv2.jpg)
![[강원도 고성 4박 5일 사진 여정 ②] 절벽 위의 숨은 누정 '천학정'과 관동제일경 '청간정'](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9278459d0b3a4871ad518485e0cddb6a~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a39b6_9278459d0b3a4871ad518485e0cddb6a~mv2.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