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한파를 뚫고 다시 마주한 겨울의 빛: 순천 송광사와 낙안읍성
최종 수정일: 8월 9일
2월 7일과 8일, 1박 2일 일정으로 아는 분들과 순천 촬영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출발 며칠 전부터 엄습한 엄청난 한파와 대설주의보가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가다가 정 안 되면 돌아오더라도 일단 시동을 건다.
날씨가 정말 춥다. 바람도 매섭다. 거기다 박자라도 맞추듯 눈발까지 거세게 흩날린다. 마음 한구석은 조금 불안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 중간중간 거센 바람과 폭설이 몰아쳤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천천히 달려간다. 다행히 순천 근처에 다다르니 북쪽보다는 눈발이 잦아들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숙소에 들어가서야 알았지만, 내려오는 중간 남원 부근에서 39중 추돌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그 아찔한 고비를 피해 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천행이라 여겨졌다.
숙소로 가기 전 먼저 송광사로 향했다. 눈길을 헤치고 오느라 예정보다 늦어져 일정이 빠듯했다. 송광사에 들어서자 엄청난 눈발이 퍼부었다. 거기다 돌풍까지 몰아쳐 체감온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주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이라 가슴은 설레었지만, 추위 때문에 몸이 굳어 움직임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송광사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언제 왔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정녕 온 적이 있기는 했는지 스스로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작년 봄 순천을 찾았을 때 선암사는 들렀지만 송광사는 미처 들르지 못했었다.
매서운 눈보라 때문에 풍광을 세세히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는 선암사에 비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찾아온 방문객들이 간혹 눈에 띈다. 아마 우리처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여정이라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한 것이리라.
얼굴이 터질 듯 차갑고, 두툼한 장갑을 낀 손도 무색할 만큼 손끝이 얼어붙었다. 핫팩마저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추위와 눈보라를 마주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이색적이고 험난한 체험이었다. 어떻게 셔터를 눌렀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였지만, 그렇게 첫 촬영을 마치고 산을 내려왔다.
송광사를 나와 곧바로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다행히 해가 길어져 가능한 일정이었다. 낙안읍성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잦아든 눈발 너머로 하늘이 살짝 드러나 다행이었다. 멋진 일몰까지 마주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인 듯싶어 이내 마음을 비웠다. 늦은 시각에 혹한의 날씨였음에도 이곳 역시 적게나마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눈이 쌓이고 기온이 떨어져 성곽 윗길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낙안읍성의 전체 풍경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데, 안전을 위한 조치라 하니 별수 없었다. 대신 아쉬움을 달래며 골목 구석구석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매서운 추위와 어둑어둑해지는 어둠이 어우러져 마을 분위기가 상당히 을씨년스러웠다. 작년 봄에는 장대비로 애를 먹이더니, 이번에는 매서운 한파가 나를 시험하는 듯했다.
읍성을 나와 순천 시내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마저 건너뛰었던 터라 모두들 허기가 극에 달해 있었다. 잠시 후 전라도 특유의 푸짐하고 어마어마한 밑반찬이 상을 가득 채웠다. 빈속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야 기분 좋게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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