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아진 하늘과 거센 바람 속, 달동네 추억과 눈 덮인 선암사를 걷다
- Sangwon Jung
- 2025년 2월 1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어제와는 달리 맑게 개인 하늘이 보인다. 바람은 여전히 매섭게 불었지만, 파란 하늘을 마주하니 마음이 절로 설렌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순천 드라마 촬영지'다. 지난봄에 왔을 때는 방문객이 너무 많고 차까지 꽉 막혀 아쉽게 포기하고 돌아섰던 곳이다. 당시에는 '드라마 세트장에 뭐 볼 게 있을까' 싶어 미련 없이 쉽게 발길을 돌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곳을 첫 목적지로 잡았다. 추운 날씨 덕분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숙소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기에 가볍게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텅 비어 있었다. 눈은 멈췄지만 매서운 바람은 여전했다. 체감온도도 어제 못지않게 차가웠다. 세트장 안으로 들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많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세트장도 정교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처럼 나잇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옛 추억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장소들이 많아 기분이 사뭇 묘해졌다. 세트장 구석구석을 둘러본 뒤 산 위에 자리한 달동네 세트장까지 걸어 올라갔다. 어릴 적 마주했던 달동네의 아늑하고 어스름한 분위기와 너무나 닮아 있어 정겨운 친근감마저 들었다.
아침조차 건너뛰고 부지런히 둘러보았던 터라, 세트장 안 매점에서 파는 컵라면으로 가볍게 허기를 채우며 추위를 녹였다. 그 추위 속에서 먹은 라면 맛이 군 시절 추운 야외에서 먹던 그 맛과 너무나 똑같아 도리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두 번째 목적지로는 선암사를 선택했다. 최근 순천 관광의 대표 명소로 꼽히는 순천만 국가정원과 습지대는 이번엔 들르지 않고 지나치기로 했다.
선암사는 작년 봄에도 엄청난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찾았던 곳이다. 비가 거세게 쏟아져 애를 먹긴 했지만, 그 나름의 고즈넉한 운치가 너무 좋아 온몸이 젖으면서도 정신없이 둘러보았던 기억이 깊게 남아있다.
눈이 쌓인 선암사의 풍경은 어제 들렀던 송광사보다 한층 더 깊은 운치를 자랑했다. 조계종의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었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답게 선암사가 풍기는 특유의 무게감이 마음 깊이 전해져 왔다.
혹한의 날씨에도 선암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경내 풍경을 프레임에 담으며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2시를 훌륭히 넘어서고 있었다. 도로가 결빙될까 두려워 해가 지기 전에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 원래 목표였는데, 사찰 풍경에 몰입하다 보니 그 계획도 깔끔하게 물 건너가고 말았다.^^
절 입구에 자리한 식당으로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상 위로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 반찬들은 전라도 한정식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비록 짧은 1박 2일 일정이었고 매서운 대설과 한파를 뚫고 다녀온 고된 여정이었지만, 나름의 소중한 성과와 사진을 남긴 뜻깊은 시간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어제의 험난했던 상황과 완전히 달랐다. 도로 위에 수북이 쌓였던 눈은 온데간데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올라가는 고속도로 역시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토요일 상행선인 데다 악천후 소식에 내려온 차들이 적었던 덕을 본 모양이다. 무사히 집에 도착해 다음 여정을 기분 좋게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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