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양요의 흔적과 고단한 계단을 넘어: 김포 문수산성
- Sangwon Jung
- 2024년 6월 1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한국으로 돌아와 몇 군데의 산성과 토성, 그리고 읍성을 돌아다녀 보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속 장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던 이력이 있다.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마음이 남들보다는 조금 더 강한 듯하다. 다녀보면서 늘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찾아다녀 보아야겠노라'고. 하지만 늘 그렇듯 뭐가 그리 바쁜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2024년 3월에 와서야 비로소 첫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일단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2년 전 연천에 있는 호로고루 토성을 찾아가 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이었다.
일산 주변의 자료를 찾아보니 그나마 자주 지나다니던 김포 지역에도 산성이 몇 개 눈에 띈다. 요즘은 처음 방문하는 장소라도 검색을 통해 쉽게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정말 편리해졌다.
첫 번째 목적지로 김포에 있는 '문수산성'을 선택했다.
내비게이션에 '김포 문수산성'이라 치고 출발한다. 집에서 약 한 시간 거리로 상당히 가까운 곳이다. 강화대교를 눈앞에 두고 우회전하니, 오른쪽으로 커다란 성문이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문수산성 남문인 듯했다. 그곳을 지나 안내하는 대로 계속 나아갔다.
목적지 근처라는 내비의 안내에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산성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차를 돌리려다 보니 또 다른 성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문이었다. 성문 크기로 보아 전체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을 듯했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비에 '문수산성 주차장'이라고 다시 입력한 뒤 안내를 따라갔다. 갈수록 내비에 의존하게 되어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잠시 달리니 문수산 산림욕장 주차장이 나왔다. 매표소 직원분께 문수산성 입구가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주차비는 하루 종일 2,000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산성 입장료는 따로 없다. 친절하게 안으로 좀 더 들어가 차를 세우고 조금 올라가면 된다고 일러주신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왕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란다. 시간으로 보아서는 만만치 않은 길 같았다.
차를 세우고 조금 올라가니 커다란 안내판에 다양한 코스가 그려져 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알 길이 없어 안내판 바로 옆, 위로 길게 뻗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아마 1코스 길인 듯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계단이 가파르고 높다. 올라가고 올라가도 끝이 없다. 늘 평지만 걸어 다녀서 그런지 시작부터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원래 산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오르는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뻥 뚫린 바다나 들판을 좋아하는 편이라, 주변이 막힌 산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몇 군데 다녀본 산성들은 그리 힘들지 않게 올랐기에 그 생각만 하고 문수산성에 온 것이다. 하지만 이건 보통이 아니다. 문수산 높이가 376m라는데, 이걸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다.
어렵사리 첫 번째 계단을 올라온 뒤 계속 산길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잠시 산길이 나오다가는 다시 연속된 계단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줄곧 계단으로 이어진 코스였다.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저질 체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간중간 만나는 분들의 연배가 나보다 높아 보이는데도 다들 잘만 걸어 올라간다. 나도 적은 나이는 아닌데 그 모습을 보니 쓴웃음이 난다. 나의 목적은 등산이 아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산성의 흔적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저 좁은 산길과 울퉁불퉁한 돌길, 그리고 끝없는 계단뿐이다.
그래도 어차피 시작한 길,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참 계단을 올라 숨을 몰아쉬며 가다 보니 헬기장이 나오고, 그제야 산성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부터 보이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40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복구공사를 거쳐서인지 성벽의 색이 울긋불긋하다. 기존 성돌 사이에 새 돌을 끼워 넣어 작업한 듯했다. 그래도 너무나 반가웠다.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과 혼이 느껴지는 듯해 가슴이 뭉클했다.
복원 공사를 하느라 고생했을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밀려왔다. 힘든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이 성이 품고 있는 역사와 삶의 숨결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정성스럽게 프레임에 담아본다.
아직도 정상은 아니었다. 정상 부근 역시 높고 긴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계단을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해 보니 오르는 수고로움도 그리 힘들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문수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과 문수산성 장대지가 반겨준다. 새로 신축한 듯 역사에 비해 너무나 젊고 씩씩한 모습이다. 왼쪽에는 커다란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 서니 사방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뻥 뚫린 시원함이 올라오느라 고생했던 순간들을 싹 잊게 해준다. 간혹 느끼는 것이지만, 바로 이 기분 때문에 사람들이 산을 찾는가 보다.
다시 올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아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냈다.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때 축조된 산성이다. 조선 말기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면적은 약 20만 ㎡, 둘레는 2.4km에 달한다. 강화의 갑곶진을 마주 보고 있는 문수산의 험준한 줄기에서 해안지대를 연결한 성이다. 현재는 해안 쪽 성벽과 문루는 사라지고 산등성이를 잇는 성곽만 남아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올라간 코스가 계단이 가장 많은 1코스였다. '순간의 선택이 길을 좌우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가장 짧은 코스라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잘 다녀온 셈이다.
촬영까지 겸하며 돌아보니 총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다리가 뻐근하지만 아주 실속 있고 보람찬 하루였다. 다음 여정을 기분 좋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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