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장군의 늠름한 숨결과 한적한 봄 마중: 오산 독산성과 보적사
- Sangwon Jung
- 2024년 6월 1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오늘은 오산에 있는 독산성을 찾을 생각이다. 내가 사는 곳은 일산이다. 연천이나 철원 등 북쪽 방향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 차도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남쪽 방향은 출발하기 전에 늘 망설여진다. 길에 차가 너무 많이 막히기 때문이다. 막히지 않으면 한 시간 안쪽 거리지만, 아침 출근 시간을 피해 출발해도 보통 2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이 걸린다. 막히지 않고 가는 2시간과 막혀서 겨우 도착하는 2시간은 체감상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두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가야 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출발한다.
생각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목적지 주차장은 독산성 세마대지 주차장이다. 정말이지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어찌 다녔을까 싶다. 주차장은 작지 않지만 차들이 꽤 들어차 있다. 그런데 독산성 입구라는 표지판은 잘 보이지 않고, 산성 안에 있는 보적사 입구 일주문만 크게 눈에 들어온다. 일주문 안으로 들어선다. 산성 어디나 그렇듯 입구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나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올라가는 길은 사찰까지 연결되어 있어 시멘트 도로로 잘 포장되어 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보적사 방향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독산성'이라고 적혀 있다. 조금은 외진 듯하고, 좁고 험한 길처럼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얼마간 걸어가니 나지막한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곧바로 내려가는 길로 이어지는데, 길게 이어진 철조망이 주변 분위기를 다소 깎아내린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설치했겠지만 보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계단과 철조망 구간이 끝나자, 산길이라기보다는 한적하고 소박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도리어 운치가 훨씬 좋아진다. 여러 곳을 여행 다녀보니,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는 2월 말에서 3월 사이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은 방문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꽃놀이 상춘객들로 붐비지 않는다. 나뭇잎이 무성하지 않아 다소 삭막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 차분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딱 맞는다.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독산성을 오르는 코스가 몇 개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길이 주 탐방로는 아닌 듯하다. 정식 입구라 하기엔 조금 어수선한 감이 있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니 자연 친화적인 계단이 나타난다. 오르기도 편안하다. 이런 계단을 따라 계속 걸음을 옮긴다. 산성 주변으로는 개인 묘지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마침내 산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에도 잘 정돈되어 있고 복원도 제법 깔끔하게 이루어진 듯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꽤 보였다. 다들 가볍게 운동 삼아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독산성은 삼국시대 백제에 의해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이다. 처음에는 토성이었으나, 신라 시대에 이르러 돌로 다시 쌓았고 고구려 역시 중요 요충지로 활용했던 성이라 한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다했으며, 특히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장소로 유명하다.
'세마대'라는 명칭 역시 그 시절 권율 장군이 쌀로 말을 씻겨 물이 많은 것처럼 왜군을 속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지만, 엄밀한 정설은 아니라고 한다. 세마대지에 얽힌 일화는 워낙 많은 자료에 나와 있으니 굳이 나까지 일일이 보탤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였을까, 본의 아니게 세마대지는 따로 둘러보지 않고 성곽을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 들러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다른 산성들과 마찬가지로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는 데 1시간 정도면 충분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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