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미시시피강의 유혹과 한글 간판이 준 온기
- Sangwon Jung
- 2021년 12월 19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기대와 달랐던 미시시피강변, 61번 시닉 하이웨이
마침내 눈앞에 거대한 미시시피강(Mississippi River)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고 미 대륙 31개 주에 걸쳐 흐르는 대동맥. 이 강만 건너면 드디어 위스콘신(Wisconsin)주다. 약간의 기대를 품고 미네아폴리스 방향으로 올라가는 61번 시닉 하이웨이 북쪽 도로로 핸들을 틀었다. 강을 우측에 끼고 달리는 전형적인 강변도로였지만, 솔직히 사진가로서 볼거리는 그리 풍성하지 않았다. 마치 고향의 양평이나 양수리 강변길을 달리는 듯 차분하고 평범한 풍경이었다. 게다가 갓길이 협소해 도중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 렌즈를 댈 만한 장소를 찾기도 힘들었다. 20분가량 올라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를 돌렸다. 고속도로(I-90)로 지체 없이 달렸다면 시간을 한참 아꼈을 텐데, 돌아온 길에 비해 눈에 담은 풍경이 적어 조금은 야속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길 위에서 치르는 소소한 기회비용이리라. 다리를 건너 위스콘신주 35번 도로로 진입해 다시 강줄기를 끼고 주도인 매디슨(Madison)을 향해 남하했다.
🏛️ 활기찬 행정도시 매디슨, 그리고 정겨운 한글 간판
저녁 무렵 들어선 매디슨(Madison)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였다. 미국의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의 이름에서 따온 이 도시는 위스콘신주의 주도(State Capital)다. 보통 미국의 주도들은 행정 중심지라 조용하고 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매디슨은 명문 위스콘신 대학교(UW-Madison)와 상업 지구가 어우러져 젊음과 활력이 넘쳐났다. 횡단 첫날 밤처럼 방을 구하지 못할까 은근히 걱정하며 모텔 표지판을 따라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는데, 길을 잘못 들어 단지 안에서 헤매고 말았다. 바로 그때, 낯선 미국 도시 한복판에서 믿기 힘든 반가운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매디슨 한인 장로 교회’라는 선명한 한글 간판이었다! 일주일 만에 만난 고국의 글자가 어찌나 반갑던지 홀린 듯 차를 세웠다. 마침 교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싹싹한 유학생 청년들에게 길을 물었다. 시애틀에서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청년은 "여기는 겨울이 너무 추워 고생이지만 교육 도시라 유학생들이 참 많다"며 이국땅의 삶을 나누어 주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둔 탓에 오래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채 돌아섰지만, 낯선 길 위에서 주고받은 정겨운 우리말 몇 마디는 지친 여정에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 세 개 주를 관통한 520마일의 피날레
주말이라 그런지 도시 규모에 비해 모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알아보는 곳마다 일제히 'No Vacancy(빈방 없음)' 불이 켜져 있었고 전화 문의도 전부 실패였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버젯(Budget)'이라는 렌탈 회사에서 운영하는 오래된 모텔의 문을 두드렸는데, 다행히 단 하나 남은 방이 있었다! 낡아서 특유의 케케묵은 냄새는 좀 났지만, 냉장고부터 기본 집기가 완벽하게 갖춰진 단비 같은 보금자리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9시. 부랴부랴 짐을 풀고 밥을 지어 늦은 저녁을 먹은 뒤, 노트북을 켜고 오늘 찍은 소량의 사진들을 백업했다.
오늘 하루 동안 사우스다코타에서 출발해 미네소타를 거쳐 위스콘신까지 무려 3개 주, 520마일(약 837km)을 내달렸다. 내일이면 드디어 미 대륙의 거대 메트로폴리스, 일리노이주 시카고(Chicago)로 들어서게 된다. 대서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날 첫 대도시의 소음과 서부와는 다른 치안 소문들에 약간의 긴장감이 밀려오지만, 시골 촌놈이 다 된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유쾌한 미소를 지어본다. 찌푸둥한 몸을 누이고 깊은 잠에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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