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산타페의 푸에블로 양식, 고속도로의 아찔한 아이스박스 소동과 타오스의 밤
- Sangwon Jung
- 7월 23일
- 2분 분량
🏛️ 푸에블로 양식이 빚어낸 전통의 도시, 산타페(Santa Fe)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산타페(Santa Fe). 같은 길을 피하려 일부러 풍경 도로(Scenic Highway)를 택해 들어섰지만, 예상과 달리 좁고 더딘 길에 지루함만 길어지며 늦은 시각에야 시내에 다다랐다.
하지만 산타페가 주는 독보적인 정취만큼은 역시 대단했다. 차가운 현대식 고층 건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쇼핑몰이든 책방이든 관공서든, 모든 건물이 원주민의 고유 양식인 '푸에블로(Pueblo) 흙벽 건축'으로 나지막하고 정갈하게統一되어 있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적인 예술품 같았으며, 미국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뉴멕시코 주민들만의 강한 전통과 자부심이 돋보였다.
유명 서점 보더스(Borders)에 들러 이동하는 동안 읽을 책을 사주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긴 차 안에서 군말 없이 독서에 몰입해 주는 예지와 도희의 기특함이 지친 여행길에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 시속 120km 고속도로 위, 아찔했던 대형 아이스박스 소동
간단한 부식을 챙겨 저녁 7시 무렵, 오늘 밤 숙소가 있는 '타오스(Taos)'를 향해 고속도로에 올랐다.
낮 동안 휴게소 기온이 섭씨 38도를 웃돌 만큼 뜨거웠던 데다, 오랜 운전 동안 에어컨 바람을 쐬다 보니 속이 미식거리고 머리가 아픈 냉방병 증세가 도졌다. 22일간 쌓인 피로 속에서 아이들도 "언제 집에 가요?" 하고 지친 기색을 비추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운전 인생 20년 만에 가장 아찔하고 끔찍한 위기가 찾아왔다!
시속 75마일(약 120km/h)로 시원하게 달리고 있던 고속도로 상에서, 앞서가던 차들이 갑자기 갈팡질팡 지그재그로 번개처럼 꺾는 것이 보였다. 바로 그 순간, 도로 한가운데서 어느 차엔가 떨어진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우리 차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급브레이크를 잡자니 뒤따라오던 차들과의 추돌로 대형 사고가 날 게 뻔했고, 핸들을 급하게 꺾으면 우리 차가 뒤집힐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수 초간의 순간!
나는 묵직하게 브레이크를 나누어 밟으며 속도를 줄인 뒤, 그대로 아이스박스를 정면으로 받아내는 결단을 내렸다.
"쿵- 드르르륵!"
다행히 우리 차가 차체가 높고 튼튼한 4륜구동(4WD)이었던 덕분에, 아이스박스는 튕겨 나가지 않고 차 밑바닥으로 들어가 산산조각이 나며 뒤로 빠져나갔다. 뒤따라오던 차들도 놀라 비명을 지르며 비켜섰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항상 방어운전을 자부해 왔지만, 대륙의 도로 위에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음을 뼈저리게 각인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 시원한 타오스(Taos)의 밤바람에 피로를 씻으며
식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타오스로 접어들자, 깊은 협곡과 높아진 고도 덕분에 기온이 섭씨 24도까지 뚝 떨어졌다. 창문을 내리자 온풍기 같던 열기 대신 쾌적하고 시원한 사막의 밤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다운타운 끝자락에 위치한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모래바람과 섭씨 38도의 폭염, 그리고 도로 위의 위기상황까지… 참으로 고되고 파란만장했던 22일 차의 하루가 깊어가고 있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대형 사고 없이 온 가족이 무사히 이 시원한 산골 마을에 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밤이었다. 남은 서부의 여정을 향해, 사진가는 다시금 마음의 정비를 마치고 깊은 잠을 청했다.
🏛️ [미 서남부 주요 주(State) 역사 스크랩] 뉴멕시코 (New Mexico) - "Land of Enchantment"

이름과 역사: 스페인 탐험가가 '새로운 멕시코'라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1598년 스페인 식민지가 되었다가 1821년 멕시코 영토를 거쳐, 1848년 미-멕 전쟁 이후 미국 영토로 편입되었다.
주도 산타페(Santa Fe): 미국 주의 주도 중 가장 고도가 높은 곳(해발 약 2,130m / 7,000ft)에 위치한다. 1610년에 세워진 주지사 관저(Palace of the Governors)는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의 공공건물이다.
원주민 푸에블로(Pueblo) 문화: 주 내 18개 원주민 부락과 보호구역이 존재하며, 토기와 은세공 등 푸에블로족의 고유 예술과 푸에블로 양식 건축물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주민의 1/3이 가정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독특한 문화적 자부심을 지닌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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