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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디즈니를 지나 마이애미 길목에서, 플로리다 늪지대와 2003년의 랜선 해프닝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11월 3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디즈니월드의 과감한 통과와 남부의 꼬인 동선

범고래 쇼를 빼면 시월드 역시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 비해 아쉬움이 컸다.

올랜도에 온 김에 세계 최대라는 '디즈니월드(Walt Disney World)'를 들를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LA에서 디즈니랜드를 경험했던 터라 뻔한 오락에 사흘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내 뜻을 깊이 이해하고 선뜻 따라준 예지와 도희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마이애미로 향하는 시각이 너무 늦어버리는 바람에,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긴 무리였다.  

사실 플로리다에 들어오면서 한여름 성수기라 방이 없을까 봐 며칠 전부터 미리 모텔들을 예약하며 이동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의 진짜 성수기는 쾌적한 '봄'이었고, 한여름은 폭염과 허리케인 때문에 현지인들도 기피하는 시즌이었던 것이다!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탓에 사서 고생을 한 셈이었다.  


게다가 더 난감한 문제가 터졌다. 며칠 전 예약해 두었던 모텔은, 원래 플로리다 남부 끝까지 다 둘러보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머물려고 잡아둔 숙소였던 것이다!  


마이애미를 바로 눈앞에 두고 도착할 때쯤 보니 시간은 이미 너무 늦었고, 예약한 모텔은 취소도 불가능해 가지 않으면 생돈을 날려야 할 처지였다. 결국 마이애미 진입을 바로 코앞에 두고 차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방이 있는 북쪽 모텔을 향해 2시간을 도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 도로 위의 벌레 세척기와 낯선 운전 문화

버지니아 이후 무료였던 고속도로는 플로리다에 들어서자 다시 찔끔찔끔 톨게이트 비용을 요구했다.

밤이 되자 덥고 습한 남부의 기후 탓에 수만 마리의 날벌레들이 유성처럼 자동차 앞유리에 부딪혀 장렬히 전사했다. 워셔액으로도 잘 지워지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플로리다 휴게소에는 자동차 앞유리만 전용으로 세척해 주는 자동 열 식힘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더위와 짜증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그러나 도로 위의 운전 문화는 씁쓸함을 남겼다.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얌체처럼 끼어들고 과속과 난폭운전을 일삼는 이들이 태반이라, 도로 곳곳에서 아찔한 사고 현장을 목격해야 했다. 남미계 이주민 비율이 높은 남부 특유의 무질서함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질서정연한 미국의 모습과는 너무나 사뭇 달랐다.


💻 끝없이 펼쳐진 늪지대와 2003년의 랜선(LAN) 해프닝

예약해 둔 모텔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아득하고 정갈한 지평선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플로리다 특유의 습지(Everglades) 풍경이 인상적으로 펼쳐졌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도로 깊숙한 곳에 위치한 모텔에 무사히 들어섰다. 다행히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도 최고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무료 인터넷'이 제공되어 아이들이 무척 기뻐했다.


저녁을 먹고 긴급한 메일을 확인하려 예지와 함께 모텔 오피스로 갔으나, 당시 오피스 컴퓨터에는 안타깝게도 한글 지원(언어팩)이 되질 않아 글자가 모두 깨져 보였다. 가지고 간 노트북에 모텔 직원이 쥐여준 파란색 랜(LAN) 코드를 꽂아보았지만 인터넷 연결은 번번이 실패했다.


속 시원히 이메일을 확인한 예지는 신이 나서 즐거워했지만, 중요한 확인을 미뤄둔 나는 '모르는 게 약이려니' 마음을 달래며 예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사진가로서 제대로 된 프레임 한 장 담지 못하고 잠자리에 드는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지만, 밤벌레 소리 소란한 플로리다 늪지대의 밤은 그렇게 조용히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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