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올랜도 시월드의 성조기와 범고래 쇼, 마이애미로 향하는 발걸음
- Sangwon Jung
- 2024년 11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9시 개장과 성조기, 그리고 미국인의 자부심
오늘도 아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개장 시간에 맞춰 모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시월드(SeaWorld)'로 향했다. 사진 촬영이 목적이었던 나로서는 내키지 않는 걸음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마지못해 선택한 일정이었다.
오전 9시 정각, 개장을 기다리던 인파 속에서 갑자기 미국인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한곳을 향해 정중히 가슴에 손을 얹었다. 스피커를 통해 미 국가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들은 성조기를 향해 경례를 올리고 있었다. 과거 고국에서 보았던 국기 게양식의 풍경이 멀리 타국의 테마파크에서 똑같이 펼쳐진 것이다.
미국인들의 자국에 대한 자부심은 일상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연스럽게 애국심으로 고취되곤 했다. 지난 9·11 테러 직후 승용차는 물론 버스, 소방차, 오토바이까지 대형 성조기로 도배되었던 길거리 풍경, 도희와 갔던 야구장에서 스크랩 화면 가득 애국심을 강조하던 멘트에 환호하던 대중의 모습…
겉으로는 한없이 자유롭고 때로는 방종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국가적 자부심으로 단단하게 결집하는 힘—그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이라는 나라를 받치고 있는 진짜 저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시 플로리다 유난히 많던 성조기 물결을 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제브 부시(Jeb Bush)가 주지사로 재임 중이던 남부 특유의 보수적 자부심과 7월 4일 독립기념일 열기가 이어지던 정취를 짐작해 보기도 했다.)
🐬 $211불의 비명과 물에 빠진 생쥐들
티켓 창구에서 4명 가족 입장료로 자그마치 211달러를 지불했다. 속으로는 정말 '죽을 맛'이었지만 아이들에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지도 코스를 짜서 서둘러 둘러보려 했지만, 주요 메인 공연들이 오전 11시 이후에 집중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조급함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감상하기로 했다.
"당시 현장 창구에서 4명 가족 티켓값으로 211달러를 긁으며 속으로 '죽을 맛'이라 비명을 질렀는데, 세월이 흘러 미 대륙 테마파크의 입장료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재 올랜도 시월드의 현장 정가 기준 1인 입장료는 약 147달러를 넘어서며, 4인 가족이 입장하려면 주차비와 세금을 포함해 600달러(한화 약 8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23년 전 $211불에 가슴 졸이던 아빠의 비명은, 오늘날 여행자들에겐 그저 부러운 '호시절의 추억'이 된 셈이다."
동부 진입 후 마음껏 셔터를 누르지 못해 한숨만 나오는 상황에서, 차 트렁크 속 무더위에 노출되어 있을 소중한 필름들 걱정에 보는 내내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럼에도 시월드의 하이라이트인 '범고래 쇼(Shamu Show)'만큼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범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원형으로 돌다가 강렬한 꼬리짓으로 관중석을 향해 세차게 물보라를 뿌려댔다.
물을 피해 높은 상단에 앉았던 우리 부부와 달리, 맨 앞줄 스플래시 존(Splash Zone)에 앉아있던 예지와 도희는 공연이 끝난 후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모양새로 올라왔다. 온몸이 흠뻑 젖어 돌아왔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남부의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린 환하고 시원한 웃음이 가득했다.
🚘 필름의 불안을 안고 마이애미로
오후 3시 무렵, 시월드의 주요 관람을 마치고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왔다.
셔터를 누르지 못해 줄어들지 않는 필름 통들을 바라보며 사진가로서의 마음은 여전히 조급했지만, 물에 젖어 웃는 아이들의 온기와 함께 차머리를 마침내 플로리다 최남단 마이애미(Miami) 방향으로 돌렸다.
뜨거운 남부의 태양 아래, 우리 가족의 횡단 도로는 마침내 대서양의 화려한 휴양 도시 마이애미를 향해 시원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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