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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올랜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익스프레스 패스와 파김치가 된 밤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11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올랜도의 헤매임,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올랜도 모텔에 짐을 풀고 먼저 시월드(SeaWorld)를 가려고 나왔는데,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 들어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살짝 화가 나 차머리를 돌려 근처의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Orlando)로 먼저 향했다.


하필 주말인 토요일이라 테마파크 안은 몰려든 인파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루 만에 다 둘러보기는 불가능해 보여 아이들과 상의한 뒤 가장 보고 싶은 놀이기구만 골라 줄을 서기로 했다.


플로리다의 후텁지근한 더위 속에서 하나의 테마를 보기 위해 1시간 반 가량을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남미계 관광객들이 많아 도로에서부터 겪었던 무질서함과 양보 없는 분위기에 지쳐가던 참이었다.


🎟️ 익스프레스 패스(Express Pass)와 분무 선풍기

한참을 땀 흘리며 서 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다른 줄로 먼저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돈을 더 지불하면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하는 '익스프레스 패스(Express Pass)'라는 티켓이었다.


자본주의의 지독한 상술에 순간 화가 치밀고 아이들 교육상으로도 씁쓸해 보였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타국의 시간 속에서 무더위에 지쳐가는 아이들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거금을 주고 우리 가족도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한 것이다!


아빠의 주머니는 얇아졌지만, 대기 시간 없이 거침없이 들어서자 아이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푹푹 찌는 습한 날씨를 달래기 위해 공원 동선마다 호수를 연결해 미세한 물안개를 뿜어내던 '분무 선풍기' 장치들이 늘어서 있었다. 잠시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지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남부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 LA와 올랜도, 그리고 파김치가 된 밤

밤 10시 폐장 시간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구석구석을 걷고 또 걸었다.

유명 영화의 명장면을 특수효과로 재현한 테마파크는 언제나 흥미로웠지만, 작년 봄방학 때 들렀던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비해서는 내심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 영화 촬영장 세트 부지를 활용해 생동감 넘치는 현장감을 안겨주었던 LA와 달리, 이곳 올랜도는 순수 오락 위주의 계획된 상업 시설로 꾸며져 있어 스케일이나 사실감 면에서 서부의 오리지널 스튜디오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모텔로 돌아왔다. 뜨거운 해변의 모래와 테마파크의 소음, 익스프레스 패스의 속도감이 교차했던 15일 차의 긴 하루.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을 침대에 눕히며, 남부의 열기 속에서 그렇게 또 하루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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