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데이토나 해변의 뜨거운 안개, 그리고 스페인어의 도시 올랜도
- Sangwon Jung
- 2024년 9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푹푹 찌는 아침과 데이토나(Daytona) 해변의 모래
아침부터 날씨가 푹푹 쪘다. 지난밤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늦게 잠든 탓에 아침에 일어나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뉴욕에 아끼는 삼각대를 두고 온 후로 마음 한구석에 피어오르던 씁쓸함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은 그 유명한 플로리다 해변을 구경하고, 테마파크의 성지 올랜도(Orlando)로 넘어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시월드를 둘러보기로 한 날이다. 아이들을 위한 일정이기도 했지만, 사실 작년 봄방학 때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의 정교함에 매료되었던 내가 은근히 더 기대하던 길이었다.
시간에 쫓겨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사 들고 출발했지만, 빵도 질기고 무척 아쉬운 맛이었다. 플로리다는 첫 진입부터 묘하게 심통을 부리는 듯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해안 도시 '데이토나(Daytona)'에 들어섰다. 바깥 기온은 벌써 섭씨 39도 육박하여 후끈후끈하고 끈적거렸다.
5달러의 해안 주차료를 내고 모래사장으로 차를 몰아 들어갔다. 뜨거운 햇볕 아래 구릿빛으로 몸을 태우는 수많은 인파 위로, 바다에서 밀려온 짙은 해무(海霧)가 몽환적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였지만, 발끝에 닿는 모래가 짓찧어놓은 듯 너무나 고왔다. 역시 듣던 대로 플로리다의 해변다운 아름다움이었다.
🌊 바닷물 소동과 올랜도(Orlando) 진입
수영복도 입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든 아이들은 순식간에 옷이 젖어버렸다. 올랜도로 넘어갈 시간이 촉박한 데다 날도 너무 더워, 근처에 변변한 샤워장이 보이지 않길래 마시는 생수로 대충 아이들의 소금기를 씻겨내고 차에 올랐다.
그런데 차머리를 돌려 나오다 보니 해변 입구 쪽에 어설프게나마 간이 샤워 시설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었지만 이미 지나친 길, 허탈하게 웃으며 올랜도를 향해 엑셀을 밟았다.
피로와 졸음이 쏟아져 조수석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차 안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차창 밖으로 마침내 올랜도(Orlando)의 거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졸린 눈으로 마주한 올랜도의 첫인상은, 도시 전체가 '오락과 휴양'이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정교하게 설계된 거대한 계획도시 그 자체였다. 시가지 구석구석이 거대한 놀이기구와 테마파크로 채워져 있어 활기가 넘쳤다.
🗣️ 스페인어의 거리와 예견된 미래
올랜도 거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남미계(히스패닉) 이주민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플로리다의 역사적 배경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백인이나 아시아인을 찾기 힘들 정도로 거리 전체가 남미의 정취로 가득했다.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언어 역시 영어가 아닌 정겨운 스페인어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미국 공공기관과 사회 전반에서 제2의 언어로 깊숙이 자리 잡은 스페인어를 직접 체감하며, "조만간 이 나라의 언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003년 예견하셨던 문화적 단상은 세월이 흘러 2026년 현재 완벽한 현실이 되었다.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 남부 전역에서 히스패닉 문화와 스페인어는 미국 대중문화와 경제의 거대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올랜도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 수도로 번성하고 있다.)
이국적인 언어와 화려한 테마파크의 불빛이 교차하는 곳. 아이들의 눈빛이 다시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해지는 것을 느끼며, 우리 가족은 올랜도의 테마파크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