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축제의 그늘, 그리고 서부를 향해 내달리는 600마일의 오기
- Sangwon Jung
- 2024년 8월 1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7월 4일 독립기념일과 사진가의 속상함
오늘은 7월 4일,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이자 국가적 축제일인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밤하늘을 수놓을 불꽃놀이 축제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느라 온 대륙이 환호와 흥분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즐기는 그들의 뜻깊은 명절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은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속이 상해왔다.
태평양을 건너 미 대륙 횡단길에 오른 지 어느덧 14일 차, 보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부푼 꿈과 원대한 기대를 안고 카메라 렌즈를 들고 출발했건만, 지금까지 사진가로서 만족할 만한 컷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접할 때면 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 동부 도로 위의 한계와 무뚝뚝한 시선들
미네소타를 거쳐 워싱턴 D.C.에 이르기까지, 동부의 풍경은 기대했던 것보다 단조로웠고 하루 걸러 내리는 빗줄기는 여행자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 아름답다는 풍경 도로(Scenic Highway)로 들어가 보아도 마땅히 차를 세울 만한 공간이 없어, 눈으로 감탄하는 사이 훌쩍 지나쳐버리기 일쑤였다.
사진이란 모름지기 발로 직접 밟고 걸으며 정직하게 대상을 마주해야 피사체의 진면목이 보이는 법. 차를 타고 시속 60마일로 이동하며 차창 밖으로 진정한 프레임을 담아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동부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무뚝뚝함은 마음을 더욱 헛헛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살던 서부 워싱턴주는 모르는 사람끼리 마주쳐도 늘 밝은 미소로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이곳 동부 사람들은 우리가 먼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도 듣는 척 마는 척 눈길을 피하며 지나치기 일쑤였다. 날씨도, 길도, 사람들의 시선도 내심 마음에 차지 않는 동부의 여정이었다.
🚗 플로리다를 향한 600마일 논스톱 대장정
이럴 바엔 미련을 버리고 결단을 내리는 편이 맞았다. 미국 국립공원의 80% 이상이 몰려있는 유타, 캘리포니아, 아리조나의 그 거대하고 찬란한 서부 대자연을 향해 시간을 아끼기로 한 것이다.
"동부에서의 아쉬움은 여기까지다. 내가 원하는 진짜 프레임은 저 서부의 광야에서 찾아내리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오늘은 무리를 해서라도 플로리다(Florida)까지 단숨에 내달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시닉 하이웨이 코스를 미련 없이 생략하고, 미 동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거대한 주간 고속도로 I-95(Interstate 95)에 차머리를 올려놓았다.
버지니아를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조지아주를 거쳐 플로리다 진입까지…
대략 600마일(약 966km)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 쉬지 않고 달려도 10시간, 휴게소를 들르면 최소 12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아득한 길이었다.
셔터를 누르는 즐거움도 없이 오직 도로 위만 내달려야 하는 이 지루하고 피곤한 운전길이 가장 곤욕스러웠지만, 서부의 장엄한 대자연을 가슴에 품은 사진가 아빠의 엑셀 페달에는 묵직하고 단단한 오기가 들어가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