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폭우 속의 주유와 나이아가라 초입의 뜻밖의 실망감
- Sangwon Jung
- 2022년 7월 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온몸이 젖은 주유와 빗길 속 질주
펜실베이니아를 벗어나 뉴욕주로 들어서서 조금 내달리자 반가운 휴게소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마주한 휴게소라 그런지 기름도 넣고 휴식도 취하려는 차량들로 꽤나 북적거렸다.
기름을 채우려 주유기로 들어선 바로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질 듯 엄청난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번개가 번쩍이고 세찬 바람까지 휘몰아치는데, 하필이면 주유기의 고정 고리가 고장 나 버렸다. 거센 폭풍우 속에서 주유 레버를 손으로 계속 움켜쥐고 서 있어야 했다. 지붕이 있는 주유소였음에도 불어오는 장대비에 순식간에 온몸이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겨우 주유를 마치고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섰지만, 강풍에 차체가 휘청거리고 시야가 가려 식은땀이 났다. 한국 같으면 고속도로 전광판마다 빗길 감속 운행 경고가 요란하게 떠있을 텐데, 이곳 미국 도로에서는 감속 안내판 하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비가 오든 강풍이 불든 동부의 운전자들은 항상 일정한 속도로 과속을 일삼으며 질주했다.
🌤️ 버팔로의 파란 하늘과 거미줄 같은 동부 도로
비가 이렇게 계속 쏟아지면 목적지인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에 도착해도 사진 한 장 못 찍고 허탕을 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 숙소를 폭포 너머 로체스터(Rochester)에 미리 예약해 두었기에, 기상이 나쁘다고 여정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나이아가라 근처의 인근 도시인 버팔로(Buffalo)에 가까워지자 거짓말처럼 비가 가늘어지더니, 먹구름 사이로 맑고 파란 하늘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던 호우가 씻은 듯 그쳐주니 참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문제는 도로였다. 한적하고 단조롭던 서부 도로와 달리, 동부의 도로는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엉켜 있어 진입로를 찾기가 어마어마하게 까다로웠다. 지도를 펼쳐보아도 온통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이아가라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놓쳐 원래 가려던 길이 아닌 약간 돌아가는 우회 도로로 접어들고 말았다.

🏚️ 정크 모텔과 상업적 '비지터 센터'의 민낯
우회 도로이긴 했지만 어차피 폭포로 향하는 길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는 주변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대감은 이내 깊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명색이 세계 3대 폭포이자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대표 명소인데, 도로 주변의 분위기는 정돈되기는커녕 산만하고 어수선하다 못해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깔끔한 체인 모텔은 찾아보기 힘들고, 초라하고 낡은 개인 모텔과 이른바 '정크 모텔(Junk Motel)'들이 지저분하게 늘어서 있었다.
게다가 오하이오주를 지날 때부터 도로변에 유난히 많이 보이던 '나이아가라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 표지판들의 민낯도 알게 되었다.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식 안내소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선물 가게나 폭포 투어 패키지를 호객하여 판매하는 상업적 업소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나친 상업주의와 어수선한 도심 외곽 풍경에 살짝 서운한 마음을 안은 채, 마침내 거대한 물소리가 진동하는 나이아가라 폭포 주립공원의 입구로 차를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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