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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속아서 달린 US-1번 국도, 7마일 다리의 배신감과 과감한 유턴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5년 4월 9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7마일 브릿지
7마일 브릿지

🚦 120마일의 착각, 지독한 US-1번 국도

마이애미의 실망을 뒤로하고 키웨스트(Key West)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US-1번 국도에 들어섰다.

약 120마일(약 193km) 거리라 왕복 240마일, 넉넉잡아 4시간이면 다녀올 줄 알았던 내 계산은 출발과 동시에 처참하게 깨졌다. 도로가 여러 해안 마을과 섬들을 지나다 보니 군데공사에 끝없는 신호등이 길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시속 45~55마일을 넘지 못하는 거북이 서행 속에 주변 풍경마저 산만하고 산뜻하지 못해 '죽을 맛'이었다. "그냥 돌아갈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다녀간 이들이 워낙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터라 후회하지 않으려고 속는 셈 치고 계속 엑셀을 밟았다.


🌉 13km 세븐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의 허탈함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길 끝에, 마침내 그 유명하다는 '세븐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에 다다랐다. 약 7마일(13km) 동안 바다 위 섬과 섬을 잇는 거대한 해상 다리였다.

그러나 다리를 마주한 순간, 가슴속에서 헛웃음과 함께 깊은 배신감이 밀려왔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못 되어도 최소한 우리 동네 다리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다리 생김새가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볼품이 없었던 것이다! 이 수수한 콘크리트 다리 하나를 보겠다고 그 금쪽같은 시간과 기름값을 들여 여기까지 달려왔나 싶어 속상하기까지 했다.


⚓ 구 다리(Old Bridge)의 지혜와 키웨스트 바로 앞에서의 유턴

자세히 보니 우리가 달리는 새 다리 옆으로 1921년에 건설되었다는 빛바랜 옛 다리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보통은 새 다리를 지으면 옛 다리를 철거하기 마련인데, 그들은 구 다리를 버리지 않고 역사적 유산이자 볼거리로 곁에 남겨둔 것이었다.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13km의 해상 도로를 달리는 기분 자체는 색달랐지만, 지칠 대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 옆에 쓸쓸히 서 있던 1920년대 옛 다리 'Old Seven Mile Bridge'는, 훗날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쳐 오늘날 바다 위를 걷고 자전거를 타는 세계적인 해상 산책로이자 플로리다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헤밍웨이의 생가와 유명 명소들이 가득한 키웨스트(Key West)였지만, 우리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고민 없이 차머리를 180도 돌려버렸다!


며칠간 쌓인 피로에 더해 "가봤자 또 실망투성이일 것"이라는 오기가 발동했던 탓이다. 물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그 눈앞의 키웨스트를 안 보고 돌아온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긴 했지만 말이다.


헛걸음과 유턴으로 얼룩진 플로리다 최남단의 길목. 하지만 바다 위를 질주했던 그 허탈하고도 유쾌했던 길 위의 기억은, 우리 가족 횡단기에서 가장 잊지 못할 웃음의 프레임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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