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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코코란 미술관의 로버트 프랭크, 그리고 백악관 울타리 너머의 단상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7월 3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축제의 들뜸 속, 코코란 미술관에서 만난 로버트 프랭크

긴장감이 흐르던 거리를 지나 백악관 주변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피부색도 다양해지고 거리의 풍경도 활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바로 내일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라 도심 전체가 축제 준비와 몰려든 관광객 인파로 활력이 넘쳤다. 조금 전 길목에서 느꼈던 스산함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대도시의 축제 전야 풍경이었다.


먼저 백악관으로 향하던 중, 인근의 고풍스러운 건물 '코코란 미술관(Corcoran Gallery of Art)' 전면에 걸린 플래카드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현대 사진의 거장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기획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홀린 듯 들어가 마주한 전시작들은 그의 대표작인 〈미국인들(The Americans)〉 외에 1950년대 영국에서 작업했던 깊은 스펙트럼의 〈London/Wales〉 시리즈였다. 은행가 코코란의 기증품을 기반으로 서양 미술품과 조각, 직물까지 다채롭게 다루던 그 미술관에서, 아빠의 영향을 받아 눈을 반짝이며 프레임을 관람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고 감사했다.


(당시 들렀던 워싱턴 D.C.의 가장 오래된 민간 미술관인 코코란 미술관은, 훗날 2014년 조지 워싱턴 대학교(GWU)로 인수되어 '코코란 예술 및 디자인 학교'이자 대학교 미술관으로 전환되며 그 역사적 명맥을 오늘날까지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이어가고 있다.)


📸 백악관 울타리 밖의 실소와 관광 상품화의 힘

오늘 안에 D.C.를 둘러보고 이동해야 하는 짧은 일정 탓에 미술관을 나와 곧바로 백악관(The White House)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타리 바깥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이 대통령의 집무실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셔터를 누르다 보니 문득 혼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살면서 고국의 청와대 앞길도 제대로 한 번 걸어본 적이 없는데, 멀리 남의 나라 대통령 집을 보겠다고 이 난리를 치고 서 있다니!"


별것 아닌 대통령의 거처조차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화려한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켜 놓은 그들의 기막힌 스토리텔링과 상품화 능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13일간의 대륙 횡단 동안 느낀 점 중 하나는 유명 관광지마다 넘쳐나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유독 이번 여정에서는 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9·11 이후 한층 까다로워진 미국의 입국 심사와, 당시 다소 주춤했던 한국의 침체된 경제 사정이 타국 여행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으리라 혼자 짐작해 보았다.


🏛️ 내셔널 몰의 질서와 미국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

워싱턴 D.C.의 도시 설계는 참으로 명료하고 위엄이 넘쳤다. 우뚝 솟은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을 기점으로 북쪽에는 백악관, 동쪽에는 의사당, 서쪽에는 링컨 기념관, 남쪽에는 제퍼슨 기념관이 십자가 축을 이루며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축을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스미소니언 박물관군과 미술관들이 늘어서 수많은 이들에게 문화적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었다.


질서정연하게 정비된 도시 기하학, 그리고 자신들의 짧은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여 국민들에게 자부심으로 선사하는 그들의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어 놓은 숨은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겉으로 보면 개인주의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자유분방한 나라 같지만, 그 내면에는 거대한 이념과 시스템이라는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이 사회를 단단히 이끌어가고 있었다. 국가적 위기나 중요한 순간마다 엄청난 단결력으로 묶이던 그들의 모습이, D.C.의 웅장한 기념비 마천루들 사이로 묵직하게 오버랩되고 있었다.


코코란 미술관
코코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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