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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잃어버린 삼각대, 그리고 워싱턴 D.C. 길목에서 반추한 선입견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7월 27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장대비 속의 두통, 그리고 덜컥 내려앉은 가슴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워싱턴 D.C. 방향으로 남하하는데, 델라웨어(Delaware)주 경계를 지날 무렵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부의 날씨는 고국 한국의 장마철처럼 습하고 변화무쌍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톨게이트 통행료에 지쳐갈 무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어컨 바람 때문에 머리까지 지끈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머릿속에 번개처럼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어? 삼각대… 삼각대를 차에 실었던가?"

아침 일찍 뉴욕 호텔 주차장 벽면에 기대어놓았던 아끼는 카메라 삼각대! 서둘러 차를 빼느라 트렁크에 챙겨 넣었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급히 고속도로 휴게소로 차를 대고 트렁크를 열어보았지만, 역시나 삼각대는 없었다. 분신과도 같은 촬영 장비를 두고 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서두르다 실수를 저지른 자신에게 화가 나 속이 무척 상했다.


📞 200마일 밖 뉴욕과의 통화와 안도

가슴을 졸이며 뉴욕 호텔로 전화했다. 통화 요청을 받은 딸 예지가 현지 주차장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지배인과 통화를 시도했다. 초조하게 기다린 20분 후, 다행히 삼각대를 주차장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찾아줬으니 뭘 줄 거냐"고 툭 던진 직원의 농담에 예지는 나쁜 사람들이라며 씩씩거렸지만, 장비를 분실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호텔 프런트에 부탁하고 지인에게 연락해 보관을 청했지만, 당장 뉴욕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득한 걱정은 남았다.


쓸데없이 서두르다 일으킨 헤프닝에 여행자의 마음은 영 찜찜했지만, 차창 밖으로 D.C.가 가까워질수록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 델라웨어를 지나 워싱턴 D.C.의 경계로

메릴랜드(Maryland)주를 거쳐 마침내 미합중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경계에 다다랐다.

워싱턴 D.C.로 들어서기 전, 주변 교민들로부터 "흑인 비중이 높아 위험하니 밤에는 다니지 말고 서둘러 빠져나오라"는 조언과 우려를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내심 불안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 도심 가까이 들어서자 거리의 풍경과 만나는 사람들의 인종이 눈에 띄게 변해갔다. 거리나 건물은 생각보다 정갈하고 깨끗했지만, 나도 모르게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설 때마다 차 문을 딸깍 잠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막내 도희의 학교, 그리고 정직한 시선

문득 우리가 살던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서부에서도 흑인 거주 지역은 늘 교민 사이에서 '위험지역'으로 통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가족은 미국에 처음 온 2년 동안 그 지역에서 살았고, 막내 도희를 그 동네 학교에 보냈다. 한국 아이라고는 도희와 같은 반 친구 단 둘뿐이었지만, 도희는 이사를 간 후에도 굳이 그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어 할 만큼 다정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곳 아파트와 동네에서 만난 흑인 이웃들은 백인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상냥하게 우리를 맞아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대도시의 흑인 거주지를 지날 때 밀려오는 이 본능적인 경계심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언론과 타인이 씌워놓은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인 동시에, 불평등했던 역사적 상흔 속에서 그들이 지니게 된 사회적 소외감이 빚어낸 씁쓸한 단면일지도 몰랐다.


빗물이 얼룩진 차창 밖으로 D.C.의 웅장한 의사당 지붕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편견과 차가운 긴장감을 걷어내고 마주할 미합중국의 심장부. 그곳에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역사의 프레임을 향해 마음을 고쳐먹고 조용히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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