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맨해튼의 탈출, 링컨 터널을 넘어 뉴저지 주유소의 추억
- Sangwon Jung
- 2024년 7월 2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새벽 6시 30분의 맨해튼 탈출과 유엔 본부
뉴욕 다운타운을 차로 빠져나갈 일이 아침부터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었다. 좁고 복잡한 일방통행 도로에 출근길 차량 밀물까지 들이닥치면 몇 블록을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뒤 서둘러 짐을 챙겼다.
아침 6시 30분, 서둘러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구석에 세워두었던 삼각대를 잊고 갈까 봐 예지 쪽으로 옮겨놓고, 정들었던 호텔 전경을 카메라 프레임에 마지막으로 담았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어제 시간에 쫓겨 미처 보지 못했던 유엔 본부(UN Headquarters) 건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차머리를 돌렸다.
아침 햇살 아래 출근 차량들로 맨해튼 거리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서울보다 도로 폭은 좁아 보였지만, 무질서한 듯하면서도 일방통행 도로 특유의 흐름 덕분에 염려했던 것만큼 꽉 막히지는 않았다. 차창 밖으로 유엔 본부 건물의 웅장한 자태를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며, 몇 바퀴를 서성인 끝에 마침내 뉴저지 방향 표지판을 잡았다.
🚇 링컨 터널과 빗속의 뉴저지
뉴욕 맨해튼에서 허드슨강을 건너 뉴저지로 넘어가는 길은 다리가 아닌 강 밑을 뚫고 지나가는 '링컨 터널(Lincoln Tunnel)'이었다. 어둡고 기나긴 강 밑 터널을 차로 통과하는 기분이 자뭇 색다르고 묘했다.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또 다른 명물로는 거대한 복층 구조의 조지 워싱턴 브리지(George Washington Bridge)가 있는데, 당시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통행료(2003년 당시 $14불)가 무시무시했던 반면, 링컨 터널을 통해 맨해튼을 '나가는' 방향은 통행료를 받지 않아 알뜰한 여행자에겐 반가운 길이었다.
(당시 맨해튼을 '나가는' 서쪽 방향은 통행료가 무료였고 들어오는 진입 방향만 톨비를 받던 링컨 터널과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2026년 현재 모두 현금 부스가 전면 철거되고 무인 번호판 인식(EZPass / Pay by Plate) 스마트 정산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링컨 터널을 빠져나오자 꾸물거리던 하늘에서 기다렸다는 듯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에 적셔진 주변 풍경은 꼭 고국 서울의 장마철처럼 습하고 우중충했다. 우리가 살던 서부 시애틀은 비가 내려도 늘 상쾌하고 산뜻한 향기가 났는데, 미 동부의 빗길은 이상하게도 끈적거리고 묵직한 기분을 선사했다.
공장 지대와 낮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백인보다 흑인 비중이 높았던 뉴저지의 첫인상은, 붉은 벽돌과 마천루로 반짝이던 맨해튼과 너무나 달라 다소 낯설고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 주유소의 '풀 서브(Full Serve)' 해프닝과 재발견
표지판이 부실해 길을 잘못 들어 뉴저지 도로 위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기름을 채우기 위해 주유소로 들어갔다. 차를 대자마자 직원이 나오더니 반갑게 기름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서부 오레곤주처럼 법적으로 셀프 주유가 금지된 곳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차를 대었던 레인이 직원이 기름을 넣어주는 '풀 서브(Full Serve)' 구역이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주유 서비스를 받고 고마운 마음에 팁까지 얹어주고 나왔다. (훗날 알고 보니 뉴저지주 역시 오레곤주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운전자가 직접 주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직원이 넣어주는 독특한 주유 법률을 가진 주였다.)
그 당시엔 뉴욕의 변두리 공장 지대처럼 보여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던 뉴저지. 하지만 횡단 여행이 끝난 후에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뉴저지를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내 생각은 완벽히 바뀌었다.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을 바라보는 팰리세이즈 파크, 포트리 일대는 쾌적한 주거 환경과 저렴한 물가 덕분에 뉴욕에서 이주해 온 한인 교민들이 대거 둥지를 틀며 미 동부 최대의 활기찬 한인타운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2003년 빗속에서 마주했던 낯선 뉴저지의 풍경 위에, 수많은 동포들의 정겨운 삶의 터전이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빗길을 헤치며, 우리 가족의 자동차는 이제 또 다른 미 동부의 역사적 도시를 향해 남쪽으로 시원하게 휠을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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