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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마천루의 전경, 다리미 빌딩, 그리고 뜨거운 뉴욕의 밤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7월 1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2일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15불의 장사속

호텔로 돌아와 잠깐 짐을 정돈한 뒤 밖으로 나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으로 향했다. 그런데 길을 나서고 보니 바로 우리 숙소 옆 블록에 우뚝 서 있는 게 아닌가! 뉴욕에도 도착한 첫날 밤에 바로 와보았으면 동선도 아끼고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유쾌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입구는 이미 빌딩을 올라가려는 관광객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목마다 안내원들이 다짜고짜 줄을 세워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벽면에 사진들을 죽 걸어놓고 사 가라는 식이었는데, 무려 15달러(2003년 당시 가격)나 했다! 사진 한 장에 담긴 기막힌 상술에 혀를 내두르며 우리 가족은 미련 없이 그냥 걸어 나왔다.


80층까지 고속 엘리베이터로 올라간 뒤, 다시 건물을 한 바퀴 돌아 86층 야외 전망대행 엘리베이터로 갈아탔다. 원래 102층 꼭대기 전망대도 있지만 당시에는 86층까지만 일반에 공개되고 있었는데, 이 역시 9·11 테러 이후 강화된 보안 조치의 여파인 듯했다.


(당시 통제되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102층 통유리 전망대'는 훗날 전면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재 완벽히 재개방되어 운영 중이다. 또한 당시의 어수선했던 줄서기 문화 대신 2026년 현재는 전면 예약제와 최첨단 디지털 전시관을 갖춘 뉴욕의 대표 명소로 탈바꿈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뉴욕 전경을 마주했지만, 생각보다 엄청나게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올려보낸 탓에 좁은 난간 통로가 북새통을 이루어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프레임을 담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천루 꼭대기에서 내다본 뉴욕 건물들의 옥상 풍경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반듯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 사진가들의 로망, 다리미 빌딩(Flatiron Building)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나와 뉴욕의 또 다른 건축 명소인 '다리미 빌딩(플랫아이언 빌딩 - Flatiron Building)'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조금 전 엠파이어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니 다리미 빌딩 역시 우리 숙소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1902년에 완공된 21층 높이(91m)의 이 독특한 건축물은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였다. 뾰족한 삼각형 부지 모양을 따라 건물을 짓다 보니 외관이 꼭 옷을 다리는 '다리미' 형태를 닮아 '다리미 빌딩'이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특히 이 빌딩은 사진가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고전과도 같은 장소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등 근대 사진의 거장들이 거친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며 수많은 명작을 남겼던 거장의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거장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빌딩 앞에 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깊은 감동에 젖어들었다.

🥟 한인타운의 만두와 김치 상자의 온기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한인타운의 자그마한 만두 전문점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적당한 양과 깊고 진한 만두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시애틀이나 타코마 식당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맛에 배가 고팠던 아이들도 볼이 미어터져라 맛있게 그릇을 비워냈다.


저녁을 먹고 호텔 아이스박스에 넣을 얼음을 사기 위해 한인 마켓과 상점들을 돌아다녔으나, 이상하게도 맨해튼 도심 상점에서는 얼음을 파는 곳이 없었다.


호텔 방 냉장고가 있긴 했지만, 혹시라도 김치를 넣어두었다가 강한 냄새가 배어 다음 투숙객이나 호텔 측에 피해를 줄까 봐 아내는 한사코 냉장고 사용을 마다했다. 자기가 손해를 볼지언정 절대 남에게 피해 주기를 싫어하는 아내의 남다른 마음씨에 가끔은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타국에서 보여주는 그 곧고 순수한 배려심이 내심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다행히 에어컨을 종일 틀어놓은 호텔 방 덕분에 멀리 로체스터에서 채워 넣었던 얼음이 녹지 않고 조금 남아있어 아이스박스의 김치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었다.


뙤약볕 아래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 온 가족의 얼굴과 어깨는 붉게 익어있었다. 선크림 바르는 것도 잊은 채 발바닥이 부르터라 뉴욕의 구석구석을 누볐던 하루. 온몸은 쑤시고 피곤했지만, 가슴속만큼은 그 어떤 여행보다 유익하고 뜨거운 뿌듯함으로 가득 찬 뉴욕에서의 둘째 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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