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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그라운드 제로의 상흔, 그리고 엘리스 섬에서 바라본 허전한 스카이라인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6월 3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2일



🖤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와 희생자들의 이름

지하철에서 내려 9·11 테러의 비극이 서린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앞으로 향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자리에는 거대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주변 건물들 역시 테러의 충격으로 여기저기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장 가림막 앞에는 그날의 비극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무고한 희생자들의 이름이 가득 새겨진 명패가 붙어있었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추모객들의 숙연한 발길이 이어졌다. 불과 몇 미터 떨어진 바로 옆 건물들이 거짓말처럼 멀쩡히 서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날 하늘에서 떨어진 비극의 잔혹함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당시엔 거대한 흙먼지와 공사 가림막뿐이었던 그라운드 제로 터에는, 2026년 현재 북미 대륙에서 가장 높은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1 WTC)'가 우뚝 솟아있다. 그리고 건물이 무너져 내린 두 개의 깊은 거대 사각형 터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음각된 거대한 인공 폭포 추모 공간 '9/11 메모리얼 파크(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가 조성되어,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는 평화의 성지가 되었다.)


🗽 자유의 여신상과 영화 〈혹성탈출〉의 잔상

그라운드 제로의 상흔을 가슴에 안고, 19세기 포병 부대가 주둔했던 역사적 장소이자 지금은 아름다운 시민공원이 된 배터리 파크(Battery Park)로 이동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Liberty Island)으로 향하는 페리 선착장엔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페리에 오르기 전 검문은 그야말로 비행기를 탈 때처럼 엄격하고 철저했다. 짐 검사와 소지품 검색대를 거치며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테러의 아픔을 겪은 직후였기에 모두들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일임을 알아 군소리 없이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공원 곳곳에는 중무장한 경찰들이 긴장감 속에 경비를 서고 있었다.


과거에는 자유의 여신상 왕관 머리 꼭대기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었으나, 9·11 테러 이후 안전상의 이유로 진입이 통제되어 주변에서만 감상해야 했다. (이 왕관 전망대는 훗날 정밀 보안 검사를 거쳐 다시 재개방되었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다가가자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이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라 부르는 그 여신상을 실제로 실물 영접한 바로 그 순간, 희한하게도 내 머릿속엔 어릴 적 보았던 SF 영화 〈혹성탈출〉의 충격적인 마지막 해변 장면이 강렬하게 스쳐 지나갔다! 거친 파도 속에 묻혀있던 여신상의 잔해가 주는 그 압도적인 인상이 현실의 여신상과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 이민사의 성지 '엘리스 섬'과 제이콥 리스의 사진들

여신상을 둘러본 뒤 바로 옆에 위치한 엘리스 섬(Ellis Island)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초창기 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오던 수많은 아메리칸드림 이민자들이 거쳐간 역사적인 이민 심사소였다. 훗날 악명을 떨친 알 카포네(Al Capone)도 불과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이곳을 통해 미국 땅을 밟았다고 한다.


지금은 거대한 이민사 박물관으로 탈바꿈하여, 컴퓨터 조회를 통해 누구나 자신 가문의 뿌리와 초기 이민 기록을 검색해 볼 수 있도록 완벽하게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초기 이민자들의 빛바랜 사진과 유품들을 관람하다 보니, 대학 시절 가슴 깊이 새겼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루이스 하인(Lewis Hine)'의 작업들이 떠올랐다. 20세기 초, 엘리스 섬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이민자들의 고단하면서도 숭고한 눈빛과 아동 노동의 현장을 카메라 렌즈로 고발해 사회를 바꾸었던 그의 뜨거운 프레임들이 전시관 구석구석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엘리스 섬을 빠져나오는 길, 배 위에서 건너다본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이상하리만치 비어있고 허전해 보였다. 마땅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어야 할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사라져 버린 탓에, 도시의 균형이 무너진 듯한 허전한 풍경이 여행자의 가슴을 다시 한번 차분하고 묵직하게 가라앉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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