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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마천루의 중압감, 그리고 맨해튼 한복판 입성기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2024년 6월 12일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2일



🌤️ 쾌청한 하늘과 뉴욕을 향한 아득한 긴장감

로체스터를 빠져나와 뉴욕 주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날씨는 다행히 상당히 좋았다. 파란 하늘 위로 하얀 구름이 둥실 떠있어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었고, 코닥 박물관을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선 로체스터에서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듯했다. 뉴욕주 고속도로는 30마일 간격으로 깨끗하고 사람 적은 휴게소가 잘 갖추어져 있어 이동하기에 한결 편리했다.  


하지만 목적지인 뉴욕 시티(New York City)가 가까워질수록 가슴 한구석에서 묵직한 조바심과 걱정이 밀려왔다. 뉴욕이 어디인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우범 지대와 위험 요소가 도처에 도사린 대도시가 아니던가!  


혼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길이었고, 지난번 LA에 처음 갔을 때 지리를 몰라 고생했던 기억이 겹쳐 더욱 신경이 곤두 세워졌다. 여차해서 길이라도 잘못 들어 나쁜 동네로 들어간다면 소중한 카메라 장비와 가족의 안전에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미국에 살며 겪은 바에 의하면 언론에 보도되는 총기 사고가 나라 전체 크기에 비하면 아주 빈번한 편은 아니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친절하지만, 뉴욕만큼은 사뭇 예외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게 되었다.


☎️ 극적인 호텔 예약과 열흘 치 숙박비의 선택

뉴욕에 사는 처남 친구분께 숙소 도움을 청했으나 이민 생활이라는 게 워낙 팍팍하다 보니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분이 맨해튼 중심가 한인이 운영하는 호텔을 알아봐 주셨지만, 여행 성수기라 빈방이 전혀 없다는 답답한 소식이 전해졌다.  

가성비 좋은 체인 모텔들은 뉴욕 외곽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가격도 비쌌고, 무엇보다 비싼 고가의 카메라 장비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고민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한인 호텔로 직접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불과 조금 전까지 만실이라던 호텔에 방금 취소표가 나왔는지 스위트룸 하나가 방금 비었다는 것이 아닌가!  


하루 숙박비가 지난 열흘 동안 대륙을 건너오며 지불한 전체 숙박비와 맞먹을 만큼 어마어마한 거금이었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안전과 소중한 카메라 장비를 위해 망설임 없이 즉시 예약을 마쳤다. 뉴욕 입성을 눈앞에 두고 극적으로 숙소가 해결되자 비로소 얹힌 속이 내려가듯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 FDR 드라이브와 맨해튼 마천루의 묵직한 그림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맨해튼 외곽을 감싸는 FDR 드라이브(Franklin Delano Roosevelt Drive) 순환도로로 진입했다. 마침 퇴근 시간과 맞아떨어져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의 물결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고국 서울의 퇴근길 정체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차창 밖으로 들어온 뉴욕의 첫인상은 무겁고 침침했다. 빨간 불인데도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양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거친 운전 매너, 그리고 무채색의 어두운 건물들… 거대한 무언가가 도시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묵직한 중압감이 밀려왔다.  


마침내 힘들게 도착한 숙소는 맨해튼 한복판 32가 한인타운 중심가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을 까마득하게 가로막은 초고층 마천루들이 눈앞을 가로막아 비로소 도심 진입 시 느꼈던 어두운 중압감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 주차장 없는 호텔의 황당함과 대륙 횡단자의 깨달음

체크인을 하려 카운터에 "주차는 어디에 하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호텔 자체 주차장이 없다며 맞은편 유료 주차장에 대면 조금 할인해 준다고 되려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객실 요금도 어마어마한데 주차비까지 따로 내야 한다니 순간 기분이 상하고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나처럼 미국 서쪽 끝 태평양 연안에서부터 자기 차를 끌고 뉴욕 한복판 맨해튼까지 대륙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손님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오거나 다른 주에서 오는 대부분의 투숙객은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와서 택시로 호텔에 오니, 호텔 측에서도 굳이 비싼 맨해튼 땅에 주차장을 갖출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미국 서부 끝 시애틀에서 시작해 차를 몰고 대륙을 완주하여 마침내 뉴욕 맨해튼 중심가 한복판 한인타운에 우리 가족의 차를 세워둔 순간! 주차비의 씁쓸함도 잠시, 마침내 세계의 중심 뉴욕에 무사히 다다랐다는 북받치는 감격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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