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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2010년 여름: 세계 지성의 요람, 하버드 대학과 '존 하버드 동상'의 유쾌한 거짓말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4년 5월 3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2일



붉은 전철을 타고 다다른 '지성의 도시'

보스턴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교육의 도시'다. 실제로 다운타운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캠퍼스로 둘러싸여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비리그 명문인 MIT와 보스턴 대학교 등 무수한 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 관심사는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였다.  


행정구역상 하버드는 찰스강 건너 캠브리지(Cambridge)시로 분류되지만, 마치 우리가 워싱턴주 타코마에 살면서 외지인들에게 편의상 "시애틀에 산다"고 말하는 것처럼 다들 묶어서 보스턴이라 칭하곤 한다.  


지하철 레드 라인(Red Line)을 타고 20분가량 이동했다. 그린 라인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깔끔한 열차에서 내려 '하버드 스퀘어(Harvard Square)' 광장으로 빠져나왔다. 광장 주변은 예상과 달리 수많은 상점과 행인들로 북적여 마치 고국 서울의 '이대 입구' 번화가를 연상시켰다. 대학교 앞이라기보다는 잘 정돈된 쇼핑몰 같아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세계적인 명소이니 이 정도 활기는 기분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 존 하버드 동상이 품은 '3대 거짓말'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자 개학 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재학생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단체로 이동하는 관광객 인파로 활기가 넘쳐났다. 역시 세계 최고의 명문대다운 풍경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 줄이 늘어선 장소는 단연 '존 하버드(John Harvard) 동상' 앞이었다. 재학생 가이드 청년이 신나게 열변을 토하고 있었는데, 듣다 보니 참으로 기막히고 유쾌한 비화였다. 이 동상과 하버드 대학에는 이른바 '3대 거짓말(Three Lies)'이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이다.  

  1. 설립자 거짓말: 존 하버드는 대학의 '설립자'가 아니며, 초기 도서와 재산을 기증한 수많은 기부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실제 설립은 매사추세츠 식민지 의회)  

  2. 설립 연도 거짓말: 동상에 새겨진 '1638년'은 설립 연도가 아니라 존 하버드가 기부금을 낸 해이며, 실제 하버드 대학교의 개교 연도는 1636년이 맞다.  

  3. 얼굴의 거짓말: 동상 기단에는 선명하게 'JOHN HARVARD'라 기재되어 있지만, 존 하버드의 초상화나 얼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훗날 조각가가 당시 하버드 재학생 중 잘생긴 모델을 뽑아 흉상으로 조각한 '가짜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 반짝이는 왼발 구두와 자유로운 캠퍼스

누군지도 모르는 모델의 동상이라는 재학생 가이드의 솔직하고 코믹한 설명에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상의 왼쪽 구두 발등을 손으로 잡으면 자식이 하버드 대학에 합격한다"는 속설 때문에, 수많은 부모와 방문객들이 뙤약볕 아래서 줄을 서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얼마나 사람들의 손길이 거쳐갔는지, 동상의 왼쪽 구두 발등만 금빛으로 번쩍번쩍 빛이 나고 있었다.  


미국 최초의 대학이자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는 위상을 이처럼 유쾌하게 관광 상품화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그들의 문화적 발상에 마음속 깊이 박수를 보냈다.  


동상 주변을 벗어나자 캠퍼스는 다시 차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가득 채워졌다. 푸른 잔디밭에 편안하게 누워 책을 읽는 학생들,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특유의 지적인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짧지만 강렬했던 나의 하버드 방문기는 이렇듯 정겹고 자유로운 여운을 남긴 채 기분 좋게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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