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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년 여름: 7년 만의 약속, 예지의 이삿짐과 보스턴의 첫인상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2년 12월 2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2일



✈️ 밤비행기와 아틀란타 경유, 7년 만에 찾아온 보스턴

지난 2003년 미국 대륙 횡단 시절, 빡빡한 일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냥 지나쳐버려 늘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남아있던 도시가 바로 보스턴(Boston)이었다.  


번호판마다 'Spirit of America(미국의 정신)'라는 문구를 당당히 새겨 넣을 만큼, 보스턴은 사실상 미국 역사의 시작이자 거대한 자존심을 품은 도시다. 그런 보스턴을 보지도 않고 미국을 다녀왔노라 말하는 게 내심 부끄러웠는데, 그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2010년 8월 말, 딸아이 예지가 보스턴의 대학에 입학해 1, 2학년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면서 딸의 이삿짐을 도울 겸 드디어 보스턴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사는 게 바빠 넉넉한 일정을 내진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설렜다. 한 푼이라도 경비를 아껴볼 생각으로 밤 11시에 출발해 아틀란타를 경유하는 야간 비행기 편을 골랐다. 밤새 이동하며 시간을 절약할 수는 있었지만, 좁은 기내에서 밤을 지새우느라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묵직하게 밀려왔다.


🧳 초라했던 공항의 첫인상과 승합택시의 짐 값

비몽사몽 상태로 아침 10시가 되어 마침내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세계적인 교육과 문화의 도시라는 명성에 비해 눈앞에 펼쳐진 공항의 자태는 생각보다 좁고 복잡하며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첫눈에 들어온 공항의 모습에 솔직히 약간의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예지의 이삿짐까지 챙겨왔기에 우리 가족의 수하물은 가방마다 매달려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했다. 짐을 모두 찾아 택시 승강장으로 나섰다.  


"보스턴의 여름은 한국처럼 고온다습하다"는 말을 들어 지레 걱정했으나, 다행히 아침 공기는 과하게 덥지 않고 습도도 낮아 상쾌했다. 짐이 너무 많아 일반 세단 택시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거대한 승합택시(Van Taxi)를 잡아 탔다.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미터기 요금 외에 짐 개수마다 별도의 추가 수수료를 꼼꼼하게 요구했다. "역시 대도시는 대도시구나, 세상에 공짜는 없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 현대와 고전이 교차하는 '미국의 정신'

택시 창밖으로 내다본 보스턴의 첫 풍경은 예상외로 소박하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사방이 아찔한 초고층 빌딩으로 도배된 도시가 아니라, 다운타운 몇 곳을 제외하면 나지막하고 차분한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modern한 현대식 건축물 사이사이마다 붉은 벽돌의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낸 유서 깊은 고건축과 현대의 가치가 단절되지 않고 함께 숨 쉬는 곳.  


7년 전 횡단길에서 아쉽게 놓쳤던 도시, '미국의 정신' 보스턴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깊이 있고 은은한 클래식의 향기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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