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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횡단 일주기 35 - 시카고


일이노이즈로 들어오면서 지도에 Toll way라는 표시가 되어있어 혹시나 했더니 역시 고속도로 중간중간에서 통행료를 받는다. 우리나라 톨 게이트 같은 곳이다. 미국 도로를 웬만큼 달려 봤지만, 통행료를 내보기는 처음이라 상당히 생소했고, 처음 얼마 동안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미국 서부 지역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없다)


40센트씩 시카고 들어오기 전까지 4번을 냈다. 우리나라 외곽 순환도로도 김포에서 잠실까지 가는데 서너 번 통행료를 낸 기억이 있다. 그렇게 받아야 하는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사용자 로선 상당히 짜증이 났다. 한 번에 다 받든가 하면 좀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돈을 내는 도로의 표시 색이 달랐다. 우리가 가지고 간 지도에는 Toll way 도로는 초록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동부 지역 목적지 대부분이 Toll way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내야 할지 걱정이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많은 사람으로 인해 우리에 자연환경은 심하게 변형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부지역으로 들어오면서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서부 사람들의 여유 있고 순수했던 모습들이 동부로 들어오니 바쁘고 정신없어 보인다. 좋은 말로 활기차 보인다고는 하지만 뭔가에 쫓기는듯한 분위기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늘 느끼던 것이고 이번 여행에서도 동부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왠지 동부는 싫다. 어느 도시보다 복잡한 거대 도시 서울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조용하고 한적한 워싱턴주 같은 곳이 좋다. 집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단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동부는 그냥 마음에 닿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동부지역을 둘러봐야 미국을 봤다고들 한다.


동부에 있는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시카고는 더더욱 처음이다. 시카고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무겁고 음산한 그런 도시였다. 알 카포네가 생각나고 범죄가 생각나는 도시.


그러나 시카고 초입에서 본 도시의 모습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너무 질서정연하고 건물 하나하나가 중후하고 웅장했다. 도로에는 휴지 하나 없고, 마치 우리가 들어온 날이 토요일이라 관광객이 많아서 그랬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화사하고 밝아 거리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었다. 규모 면에서나 도시의 여러 모습이 워싱턴의 시애틀이나 캘리포니아의 LA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와 비교가 되지 않는 듯했다.


시카고에는 도시 중심은 물론 주변으로 51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이 모든 다리가 배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승 개교를 설치해 근사했다.


어떤 책을 읽다가 시카고가 가장 미국적인 도시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서부의 샌프란시스코나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동부의 뉴욕은 쉼 없이 해외에서 문화나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성이 희석돼 미국다운 면모가 적어진 반면, 깊은 내륙에 위치한 시카고는 그러한 영향을 덜 받아 가장 미국다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시카고를 둘러보면서 그 말이 실감 났다.


일정도 일정이지만 대도시에서의 주차 문제도 있고 해서 우리는 차로 시카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차로 돌았다. 군데군데 경찰들이 나와 차량의 흐름을 조절해서 그런지 차량이 많았지만 그렇게 혼잡하지 않았다. 차로만 보려고 하니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고 또 언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소 힘들더라도 차를 주차시킨 후 몇 시간 만이라도 걷기로 하고 주차장을 찾았다.


노스 미시간 애뷰뉴 로 가다 보니 도로 지하에 대형 주차장이 있었다. 상하행선 할 것 없이 주차장으로 진입하기가 쉬웠다. 또한 주차 공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도시 지하에 도로 길이만큼 만들어 놓은 상당히 넓은 주차장이었다. 이곳을 처음 찾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상당히 편리하게 느껴졌다.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바로 도심 한복판이다.


다운타운인데도 불구하고 2시간 주차를 했는데 주차비가 13불이다(2003년 가격). 10시간 이상은 18불로 생각보다 주차요금이 싼 듯했다. 경비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녀 주차장 안전은 전혀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많이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시카고의 역사와 문화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참으로 기분 좋은 관광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카고를 나와 인디애나 주로 넘어가기 위해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왔다. 일이로이주가 끝나는 부분에서 또 돈을 받는다. 이번에는 2불이었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도로가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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