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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끊임없는 톨게이트, 그리고 반전의 도시 시카고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2년 2월 25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초록색 도로의 징수원과 동부의 서막

일리노이주로 들어서자 지도에 'Tollway'라 표시된 구간이 어김없이 나타나며 끊임없이 주머니를 털어갔다. 그동안 태평양 연안부터 서부의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내내 미국 고속도로는 당연히 통행료가 없는 무료 도로(Toll-free)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서부에서는 톨게이트라는 존재 자체를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도로 위에서 돈을 받겠다는 표지판은 사뭇 생소하고 당황스러웠다.


40센트씩 시카고 도심에 들어서기 전까지 네 번이나 동전을 던져 넣어야 했다. 과거 한국의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릴 때 요금소가 잇따라 나타나 짜증스럽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번에 한꺼번에 받으면 편할 것을, 찔끔찔끔 끊어 받는 유료 도로 시스템은 여행자의 기분을 묘하게 망쳐놓곤 했다.


지도상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이 톨웨이 구간들은 공교롭게도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동부 목적지 대부분에 그려져 있었다. 앞으로 치러야 할 유료 도로 비용에 지레 걱정이 밀려왔다.


(당시엔 요금소마다 정차해 40센트 동전을 넣던 아날로그 요금소였지만, 2026년 현재의 일리노이 톨웨이는 현금 부스가 완전히 사라지고 100% 무인·무선 번호판 인식(I-PASS / Pay by Plate)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 동전 상자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차판을 인식해 추후 인터넷으로 요금이 청구되는 이 현대식 톨게이트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행자들의 주머니를 알뜰하게 비워가고 있다.)


🌆 싫어하던 동부의 편견을 깨뜨린 미시간호의 거인

서부 사람들의 여유롭고 순수한 표정과 달리, 동부로 들어올수록 사람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고 팍팍해 보였다. 거대 도시 서울에서 평생을 살아와 시끄러운 게 딱 질색인 나로서는 한적하고 푸르른 워싱턴주 같은 곳이 그저 그립기만 했다. 나이가 들어 서부의 조용함이 더 좋아졌다는 아내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카고 역시 나에겐 음산하고 무거운 이미지였다. 알 카포네와 마피아, 암두의 범죄가 떠오르는 어두운 도시. 그러나 도심 초입에 들어선 순간, 나의 고정관념은 완벽하게 깨어지고 말았다!


눈앞에 펼쳐진 시카고는 놀라울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웅장했으며, 고풍스러운 중세와 현대 건축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도로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주말을 맞아 미시간호를 거니는 관광객들의 표정은 화사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서부의 LA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과는 차원이 다른 중후한 마천루의 품격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도심 곳곳 미시간호와 시카고강을 연결하는 51개의 도강 승개교(Bascule Bridge)는 배가 지나갈 때마다 상판이 들려 올라가는 장관을 연출했다. 과거 한 책에서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은 해외 문물이 섞여 순수성을 잃었지만, 깊은 내륙의 시카고야말로 가장 미국다운 순수함을 간직한 진짜 미국 도시"라 읽었던 기억이 절로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 노스 미시간 에비뉴 지하 주차장의 편리함

차창 밖으로만 둘러보기엔 아쉬움이 너무 커, 우리는 차를 대고 잠시 도심을 걷기로 했다. 노스 미시간 에비뉴(North Michigan Avenue)로 접어들자 도로 지하 전체를 통째로 뚫어 만든 거대한 대형 지하 주차장이 나타났다. 진출입이 대단히 편리한 데다 주차 공간이 까마득하게 넓고 security 경비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아 안심할 수 있었다.


당시 2시간 주차에 13불, 10시간 이상에 18불이라는 가격은 이 거대한 대도시의 한복판치고는 꽤나 합리적으로 느껴졌다.(당시 $13불~18불이던 노스 미시간 애비뉴/밀레니엄 파크 지하 주차장은 2026년 현재 평일/주말 기본 $35~$50불을 넘나드는 어마어마한 도심 주차료를 자랑한다. 그 시절의 $18불 10시간 주차권은 지금 돌아보면 감격스러운 금액이었던 셈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마주한 시카고 마천루의 활기찬 거리. 감탄을 연발하며 짧고 강렬한 시카고 도심 산책을 마친 뒤, 다시 차를 몰아 다음 주(State)인 인디애나(Indiana)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탔다. 일리노이주가 끝나는 경계선 요금소에서 마지막으로 $2불의 톨비를 더 내라며 징수원이 손을 내밀 때 헛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환장할 노릇이지만, 가슴속엔 시카고라는 거대 도시가 남긴 기분 좋은 잔향과 함께 씁쓸한 뒷모습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글에는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시카고의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도심 다운타운(Loop)은 더없이 화려하고 질서정연하지만, 이 아름다운 도심을 조금만 벗어난 외곽 지역은 차창 문을 잠그고 지나가야 할 만큼 분위기가 살벌하고 험악하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겨울이면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뼈를 깎는 '살인적인 추위(Windy City의 본색)' 때문에 외부 활동이 완전히 마비되곤 한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장사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여름 단 한 철에 벌어들인 밑천으로 긴 오프시즌인 겨울을 견뎌내며 살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일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 화려한 마천루의 그늘 뒤에 숨겨진 동부 거대 도시의 살벌한 치안과 매서운 겨울의 생존 방식… 짧은 방문이었지만 그 명암을 모두 가슴에 품은 채, 일리노이를 빠져나가는 톨게이트 너머로 시카고의 거대한 마천루들이 아득히 멀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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