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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눅눅한 빗줄기, 그리고 시카고의 속도 속으로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22년 2월 2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한국의 장대비를 닮은 아침 빗줄기

아침부터 창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였던 서부 워싱턴(Washington)주의 비와는 사뭇 다른 촉감이다. 겨울철 워싱턴주의 비는 연일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 같아 우산 없이도 맞을 만했지만, 이곳 중부의 빗줄기는 고향 한국에서 맞던 비처럼 굵고 눅눅하게 쏟아졌다.  


원래 모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으로 가볍게 떼우려 했으나, 로비에 도넛 몇 개만 덩그러니 놓아두고 생색을 내는 데다 식탁마저 지저분해 발길을 돌렸다. (사실 미국 모텔 중에는 손님이 직접 와플 소스를 부어 따끈따끈한 와플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해 두는 곳도 많다.)  핑계 삼아 숙소를 나와 맞은편에 보이는 맥도날드(McDonald's)로 향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가족들과 함께 들어선 첫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 대도시의 아침을 깨우는 맥도날드 풍경

비만 문제와 패스트푸드 경계령 속에서도 맥도날드는 여전히 미국인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가장 대중적인 공간이다. 미국은 시골 구석의 작은 마을에 가도 맥도날드만큼은 쉽게 찾을 수 있어 여행자에게 커다란 이정표가 되어주곤 한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점들은 아침 시간대(Breakfast Hours)에 전용 메뉴를 선보인다. 팬케이크나 시리얼도 있지만, 무엇보다 따끈한 계란과 소시지, 베이컨을 넣은 에그 머핀(Egg McMuffin)이나 토스트 종류가 바쁜 직장인들과 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메디슨 시내의 맥도날드는 매장 규모도 크고 실내도 대단히 깨끗했다. 토요일 아침이었음에도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화이트칼라들과 분주히 이동하는 도시인들로 가득 차 있어, 과연 대도시다운 넘치는 생동감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당시엔 매장 카운터 앞에서 줄을 서서 주문하던 아날로그 풍경이었지만, 2026년 현재의 미국 맥도날드는 키오스크나 모바일 앱을 통한 간편 주문이 보편화되었다. 메뉴 역시 오트밀, 과일, 고단백 에그 머핀 등 웰빙 옵션이 풍성해졌지만, 빗길 속에서 따스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머핀으로 아침을 깨우던 그 시절의 온기만큼은 변함이 없다.)


🚘 55마일의 규정 속도와 시골 사람이 된 나

든든하게 아침을 마치고 마침내 일리노이(Illinois)주 시카고(Chicago)를 향해 차를 몰았다. 위스콘신의 주도 매디슨의 거대한 시가지를 빠져나오며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그런데 도로 위에 올라서자마자 낯선 긴장감이 밀려왔다. 대도시로 진입하는 구간이라 그런지 도로 규정 속도는 시속 55마일로 제한되어 있었는데, 도로 위의 그 어떤 차도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 경계를 넘어서자 차량들의 과속과 거친 질주는 한층 더 심해졌다. 핑핑 소리를 내며 나를 질러가는 차들로 도로 전체가 어수선하고 팍팍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밀집해 살수록 삶의 템포가 급해지고 운전도 거칠어지는 법.  

규정 속도인 55마일을 고집스레 지키며 달리는 나만 괜히 바보가 된 듯한 기분 속에서, 광활한 서부의 대자연에 길들여진 내가 어느새 온전한 '시골 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으며 실없이 헛웃음을 지어본다. 빗물 튀기는 도로 너머로 마침내 거대 미시간호와 마천루의 도시 시카고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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