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옥수수 궁전의 헛걸음과 미시시피강을 향한 7시간의 질주
- Sangwon Jung
- 2021년 12월 19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가는 날이 장날, 미첼의 '옥수수 궁전(Corn Palace)'
어제 시차 변경으로 한 시간을 빼앗긴 탓일까, 아침에 유난히 몸이 묵직해 마냥 침대 속에서 꾸물거렸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모텔 근처에 위치한 사우스다코타 미첼의 최대 명물 '세계 유일의 옥수수 궁전(World's Only Corn Palace)'을 찾아 나섰다. 이곳은 건물 외벽 전체를 수만 개의 진짜 옥수수 이삭과 곡물로 수놓아 거대한 벽화 장식을 만드는 아주 독특한 명소다.
사우스다코타의 주요 특산물인 옥수수를 홍보하기 위해 1892년 부터 시작되었으니 130년이 넘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셈이다. 보통 1~2년마다 벽화 테마와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바꿔가며 단장하곤 한다. 그런데 그야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하필이면 우리가 방문한 딱 그날, 작업 인부들이 건물 외벽에 붙어있던 기존 옥수수들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모조리 뜯어내며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록달록 완성된 옥수수 궁전의 장관은 보지 못했지만, 실내 체육관 겸 강당으로 쓰이는 내부 박물관에서 이 궁전의 역사 슬라이드 쇼를 감상하고 역대 옥수수 벽화 변천사 사진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자신들의 지역 농산물을 이토록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미국인들의 독특한 상업적 수완에 다시 한번 혀를 두르게 되었다.
🌽 끝없는 옥수수 대지와 7시간의 지루한 질주
미첼에서 마냥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미네소타(Minnesota)주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 코스는 I-90 고속도로를 타고 미네소타 동쪽 끝까지 내달린 뒤,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 방향에서 흘러내려 오는 미시시피강(Mississippi River) 줄기를 끼고 달리는 '61번 시닉 하이웨이(Scenic Highway 61)'를 둘러보고 위스콘신(Wisconsin)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미네소타로 접어들자 도로 양옆은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는 완벽한 옥수수밭의 바다였다. 사우스다코타에 있던 옥수수 궁전이 왜 정작 미네소타나 위스콘신에는 없을까 싶을 정도로, 위스콘신까지 넘어가는 내내 온 대지가 옥수수 재배지로 가득 차 있었다.
차선 하나 바꾸지 않고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대평원 도로를 수백 마일씩 운전하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지루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일이다. 오토 차량의 크루즈 컨트롤(Auto Cruise Control)에 속도를 맞춰놓고 한 손으로 핸들만 잡은 채 마냥 수평선을 향해 직진했다.
도중에 마땅히 눈을 사로잡을 만한 풍경이나 촬영 포인트가 나타나지 않아 쉬지 않고 7시간을 무작정 달려 미네소타 동쪽 끝까지 넘어왔더니, 뒷좌석의 아이들은 온몸을 비틀고 난리가 났다. 도중에 내려 사진도 찍고 바람도 쐬어주어야 몸도 가볍고 지루하지 않은법인데, 무심한 평야 지대 때문에 거리를 단숨에 벌리느라 온 가족이 길 위에서 고생을 좀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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