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길 위에서 마주한 대륙의 혈관, 미국의 도로 (A Way of America)
- Sangwon Jung
- 2019년 4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미국 여행의 시작과 끝은 결국 '도로' 위에 있습니다. 대륙을 촘촘히 연결하는 미국의 도로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리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 국도 개념인 US 도로(US Route), 그리고 각 지역을 잇는 지방 주도로(State Route)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대륙의 대동맥이라 불리는 '인터스테이트(Interstate)'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초기의 건설 목표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대륙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거대한 도로망의 완성은 도심과 교외를 잇고, 먼 거리의 도시들까지 인적·물적 유통을 눈부시게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 전역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든든한 기틀이 되어준 셈입니다.
이 주간 고속도로는 파란 바탕에 붉은 상단, 그리고 하얀 글씨로 'Interstate'라 적힌 방패 모양 표지판에 대문자 'I'와 숫자를 조합해 표시합니다. 렌즈를 들고 이 표지판을 마주할 때마다 대륙을 달리고 있다는 실감이 온몸으로 전해지곤 합니다.
인터스테이트가 빠르고 웅장하다면, 우리나라의 국도와 같은 'US 도로'는 자동차 여행의 진짜 묘미를 선물합니다. 도시와 도시를 아기자기하게 연결하는 이 도로는, 속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미국의 속살과 숨은 볼거리들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흰 바탕에 검은 숫자가 적힌 이 길을 달릴 때면, 마치 과거의 낭만을 찾아 떠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주(State)에서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주도로'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주도로 표지판에 자신들의 주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해 넣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Washington State)의 주도로 표지판을 유심히 보면,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두상 실루엣 가운데에 도로 번호가 콕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길 위의 표지판 하나하나가 작은 문화 박물관인 셈입니다.
미국은 전체 자동차 통행량의 70% 이상을 고속도로가 소화할 만큼, 도로는 삶 그 자체이자 가장 중요한 생활 기반입니다. 그래서인지 도로 번호판에 부여된 규칙도 과학적이고 정교합니다.
홀수 번호: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도로
짝수 번호: 동과 서를 연결하는 도로
세 자리 번호: 대도시 외곽을 도는 순환도로
5 또는 0으로 끝나는 번호: 대륙을 완전히 종단하거나 횡단하는 거대한 간선 도로
또 한 가지 여행자를 사로잡는 숨은 특징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유독 길게 뻗은 직선 구간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5마일마다 1마일은 반드시 직선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법에 방침에 따른 것입니다. 전시 상황이나 대형 사고 등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투기나 항공기가 비상 이착륙을 할 수 있도록 활주로 구간을 숨겨둔 것이지요.
번호 하나, 직선 한 구간에도 대륙을 경영하는 거대한 설계가 담겨 있는 길. 그 완벽한 규칙 위를 달리며, 우리는 매일 새로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가족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