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7. 그리고 10년의 시간차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19년 7월 2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십 년의 세월을 넘어 마주한 가을의 보상 (2012년의 기억)

그리고 야속했던 그날의 빗속 여행으로부터 정확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다시 한번 가야지 하며 마음속으로 벼르기만 했던 게 십 년이다. 2012년 10월 초, 한국의 큰 명절인 추석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엔 우리가 살던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출발하는 2박 3일의 짧고 무리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차 안에는 더 이상 조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없었다. 다들 제각각 대학에 가고 학업을 이어가느라 우리 품을 떠난 지 이미 꽤 되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 단둘이서 단출하게 출발한 길. 늘 여름의 푸르름만 보아왔던 터라,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옐로우스톤과 티턴으로 향하는 마음은 묘한 설렘으로 일렁였다.  


왕복 이동 거리만 이틀이 걸리는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이번엔 날씨가 온 우주를 다 바친 듯 맑고 화창했다. 오랜만에 달리는 와이오밍과 몬태나주의 대평원은 그간 일상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 보냈다. 쉬엄쉬엄 13시간을 달려 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하늘에는 고향의 명절을 알리듯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우리의 야간 운전을 다정하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공원으로 들어서자, 여름에 비해 한적하면서도 제법 많은 사진가가 거대한 대형 삼각대를 메고 진을 치고 있었다. 늘 옐로우스톤을 '그저 그런 심심한 공원'이라 치부했던 나와 아내에게, 가을의 옐로우스톤과 그랜드 티턴은 완벽하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선선한 바람과 여유로운 공기 속에 펼쳐진 풍광은 10년 전의 아쉬움을 단숨에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가을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옐로우스톤을 거쳐 닿은 그랜드 티턴이었다. 10월 초순임에도 인포메이션 센터는 벌써 겨울 채비를 하느라 문을 닫았지만, 그것조차 아쉽지 않을 만큼 티턴은 찬란했다. 산자락마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아래 평화롭게 풀을 뜯는 버팔로의 실루엣은 완벽한 피사체였다.  


특히 해 질 녘, 붉은 석양빛에 대지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며 마음속 모든 근심과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감동을 받았다. '아, 이 서늘하고 고독한 평화가 바로 이 공원의 진짜 매력이었구나.'  


비록 스네이크 강변의 대대적인 도로 공사로 통제 구역이 많아 구석구석 다 보지는 못했지만, 10년 전 비바람 속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사진가의 오랜 갈증을 달래기엔 차고 넘치는 대자연의 환대였다.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한밤중 12시를 훌쩍 넘긴 시각, 시간상으로는 3박 4일의 꽉 찬 강행군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신기하게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10년 전 아이들과 함께했던 서툴고 왁자지껄했던 빗속의 아날로그 추억 위에, 아내와 단둘이 고요하게 채워 넣은 황금빛 가을의 풍경이 더해져, 마침내 내 마음속 그랜드 티턴의 프레임이 완벽하게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