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미국 횡단 96] 고요한 대자연의 품,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North Rim)의 장엄한 석양과 카납(Kanab)의 밤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10월 8일
3분 분량
사우스림의 번잡함을 벗어나 만난 호젓한 절벽의 노을, 그리고 한밤중 야간 운전과 빼앗긴 1시간의 시차 소동

🌲 사막 폭염을 지나 만난 서늘한 고원, 그리고 호젓한 노스림

산 아래의 살인적인 사막 폭염을 뚫고 마침내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Grand Canyon North Rim)의 높은 고도에 다다르자, 조금 전까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던 열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청량하고 서늘한 고원의 숲 공기가 온몸을 기분 좋게 감싸 안았습니다.

도로를 따라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북적이는 사우스림(South Rim)과 달리, 이곳 노스림은 차를 대고 울창한 숲과 호젓한 오솔길을 한참 걸어 들어가야만 비로소 협곡의 참모습을 수줍게 드러냅니다.

화려한 편의시설 대신 사람의 발길이 적어 훨씬 깊고 고요한 대자연의 호흡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 황금빛 노을에 물드는 사암 절벽, 셔터를 누르는 환희

때마침 아득한 협곡 너머로 붉고 장엄한 석양이 비스듬히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공기가 투명했던 3월의 시야보다는 한여름 특유의 자외선과 아지랑이가 살짝 남아있었지만, 뉘엿뉘엿 지는 황금빛 노을에 온몸을 적시는 거대한 사암 절벽의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이었습니다.

동부를 떠나온 이후 이동하느라 한참 동안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카메라 셔터를 참으로 오랜만에 기분 좋게, 그리고 거침없이 눌렀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대자연 앞에서 사진가로서의 충만한 환희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차올랐습니다.



🦌 헤드라이트에 쏟아지는 벌레 비와 튀어나오는 야생 사슴

해가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저물고 짙은 어둠이 깔린 뒤에야 아쉬운 발길을 돌려 공원을 빠져나왔습니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칠흑 같은 고갯길,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 속으로 수천 마리의 야간 벌레들이 마치 장대비처럼 차창을 향해 후두둑 부딪쳐 왔습니다. 게다가 어두운 도로변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슴과 소, 낮게 날아드는 야행성 새들 때문에 운전대를 쥔 손에 땀을 쥐며 조심스럽게 가속페달을 밟아야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 꼬불꼬불한 산길을 무사히 빠져나와, 마침내 오늘 밤 우리 가족의 쉼터가 되어줄 유타주의 작은 마을 '카납(Kanab)'으로 접어들었습니다.


⏱️ '작은 할리우드' 카납 도착, 억울하게 빼앗긴 1시간?

수많은 고전 서부 영화의 단골 촬영지여서 '작은 할리우드(Little Hollywood)'라는 정겨운 별명을 가진 동네, 카납.

안도하며 마을에 들어서 모텔 체크인을 하는 순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차의 습격이 찾아왔습니다.

애리조나에서 유타주로 경계를 넘어오면서 시간대가 마운틴 타임(Mountain Time)으로 변경되어 시간이 1시간 앞으로 당겨진 것입니다! 밤 9시에 넉넉하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모텔 로비의 벽시계는 이미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낮에 페이지에서 벌었던 1시간을 다시 고스란히 빼앗긴 것 같아 조금은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노스림에서 눈에 담았던 눈부신 석양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고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습니다.


📌 [미 서남부 여행 정보] 애리조나 & 그랜드 캐니언 & 캐니언 데 첼리

🌵 1. 애리조나 주 (Arizona) - "The Grand Canyon State"지리와 기후: 대한민국 면적의 약 3배 크기로, 연중 일조량이 85% 이상에 달해 미국 내에서 맑은 날이 가장 많은 주입니다. 피닉스(Phoenix) 등은 은퇴자들의 대표 휴양 도시로 꼽힙니다.
인디언 문화의 중심: '아파치 주(Apache State)'라는 별명처럼 나바호, 아파치, 호피 등 미 대륙에서 가장 많은 원주민이 거주하는 주입니다. 카우보이들이 목에 매는 끈 형태의 넥타이인 '볼라 타이(Bola Tie)'가 주의 공식 넥타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2.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Grand Canyon National Park)지질학적 가치: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500만 년 동안 콜로라도강이 깎아 만든 깊이 1.6km, 길이 445km의 대협곡입니다. 탐험가 존 웨슬리 파월은 이곳을 두고 "지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 페이지를 담은 책"이라 극찬했습니다.
노스림(North Rim) vs 사우스림(South Rim): 사우스림은 1년 내내 개방되어 관광객이 붐비는 반면, 해발고도가 300m 이상 더 높은 노스림은 겨울철(10월말에서 이듬해 봄) 폭설로 도로가 전면 패쇄 됩니다. 두 림 사이는 눈앞에 보이지만 차로 돌아가려면 약 215~250마일(약 350~400km)을 우회해야 합니다. (※ 입장료는 2003년 당시 차량당 $20에서 현재 승용차 1대당 $35로 인상되어 운영 중입니다.)
🛖 3. 캐니언 데 첼리 (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역사와 주거지: 카엔타 남동쪽에 자리한 인디언 성지입니다. 메사버드처럼 험준한 사암 절벽의 움푹 파인 틈새에 지은 인디언 주거지 유적이 남아있습니다. 우기 범람과 맹수를 피하기 위해 세워진 절벽 요새였으나, 스페인 침략기 시절 장정들이 사냥을 나간 사이 절벽에 숨어있던 아녀자와 노약자들이 비극적으로 학살당한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도서 출간 및 사진투어 안내

  • 📖 포토에세이 『길 위에서 셔터를 누르다』 출간 안내

    • 광활한 미국 대륙의 풍경과 30일간 길 위에서 마주한 가족의 생생한 순간들을 담은 포토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