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횡단 93] 메사버드를 뒤로하고, 한 발로 4개 주를 밟는 '포 코너스(Four Corners)'의 기묘한 국경점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유타가 만나는 단 하나의 점! 나바호 부족의 흥미진진한 국경 관광지
🛖 메사버드의 아쉬움과 탈출하듯 나선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며 멀리 메사버드(Mesa Verde)의 실루엣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아봅니다.
깎아지른 절벽 벼랑 움푹 들어간 곳(Alcove)에 흙벽돌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고대 푸에블로 인디언들. 그들은 도대체 왜, 무엇을 피하려고 그 험준한 절벽 틈새에 터전을 잡았을까요? 아직도 인류에게 풀리지 않는 거대한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2년 전 방문했을 때도 유적 보호를 이유로 촬영 제한이 워낙 엄격해 진땀을 뺐던 기억이 스칩니다. 이번엔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워낙 빡빡한 횡단 일정 탓에 어젯밤 입구 주변 풍경만 눈에 담고 차머리를 돌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어젯밤 묵었던 저렴한 모텔은 아침까지 골치를 썩였습니다. 조식은 손이 갈 데가 없을 만큼 형편없었고, 다 고쳤다던 코인 세탁기는 안쪽이 엉망이라 밀린 빨래조차 건지지 못한 채 찝찝한 기분으로 모텔 문을 나섰습니다.

🧭 "웰컴 투 뉴멕시코?" 길 위에서 마주친 황당한 표지판
아침 공기를 가르며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방면으로 차를 달렸습니다.
콜로라도 남서부로 접어들수록 주변 풍경은 완연한 사막 기후로 바뀌어갔고, 붉은 사암들이 솟구치는 황야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기분 좋게 내달리는데, 길가에 불쑥 커다란 환영판 하나가 나타나 눈을 의심케 했습니다.
'Welcome to New Mexico'
"어라? 우리가 뉴멕시코를 떠나 콜로라도로 넘어온 지가 언젠데, 왜 여기서 또 뉴멕시코 표지판이 나오는 거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해 차를 돌려 안내판이 가리키는 흙길 진입로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 한 발로 4개 주를 딛다! 나바호 자치구의 이색 명소
알고 보니 그곳은 미 대륙 전체에서 유일하게 4개 주의 경계선이 정확히 열십자(+) 모양으로 맞물리는 지정학적 명소, 바로 '포 코너스(Four Corners Monument)'였습니다!
콜로라도 (Colorado)
뉴멕시코 (New Mexico)
애리조나 (Arizona)
유타 (Utah)
지도를 펼쳐보니 정말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네 주의 모서리가 이 한 점에서 딱 만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달려온 길은 콜로라도였는데, 진입로는 뉴멕시코 땅이었고, 조금만 발을 뻗으면 애리조나와 유타가 되는 기묘하고도 재미난 지점이었던 것이죠.

이곳은 인디언 원주민인 나바호 자치구(Navajo Nation)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구역이었습니다.
바닥에 십자 모양의 둥근 동판 하나 박아놓고 1인당 3달러씩(당시 기준)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솔직히 관광지 개발이라기엔 너무 소박해서 ‘참 별것 아닌 국경점 하나로도 기막히게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는구나!’ 하는 실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매표소 앞에서 가격을 보곤 차를 돌려 나가는 알뜰한 여행자들도 꽤 보였습니다.
💡 여행자를 위한 포 코너스 팁 (Four Corners Monument)특징: 미국 50개 주 중 유일하게 4개 주가 한 점에서 만나는 곳입니다. 중앙 동판에 엎드리면 손발을 각각 다른 주에 두는 이색 포즈가 가능합니다!
입장료 참고: 2003년 당시엔 1인당 $3였지만, 현재는 나바호 부족 공원 규정에 따라 1인당 약 $8~$10 수준으로 인상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변 편의시설: 나바호 원주민들이 수공예품(은 세공, 전통 보석 등)과 인디언 프라이 브레드(Frybread)를 파는 노점들이 동판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바닥의 십자 동판 위에 식구들과 옹기종기 발을 얹어보며 유쾌하게 숨을 돌렸습니다.
포 코너스의 소소한 재미를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오르니, 차창 밖으로 이글거리는 붉은 대지, 언제 보아도 반갑고 익숙한 애리조나(Arizona)의 광활한 황야가 우리 가족을 다정하게 맞이해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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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에세이 『길 위에서 셔터를 누르다』 출간 안내
광활한 미국 대륙의 풍경과 30일간 길 위에서 마주한 가족의 생생한 순간들을 담은 포토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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