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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타인에게 건넨 따스한 인사, 그리고 인디언의 성지 '데빌스 타워'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2019년 11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1일


🥶 춥고 서운했던 아침, 낯선 길 위에서 건넨 "안녕하세요"

밤새 오들오들 떨다 결국 식구들 모두가 일찍 눈을 떴다. 6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으스스했는데, 모텔 측에서 히터를 틀어주지 않은 모양이다. 짐 카트도 없던 3층 방의 삭막함이 아침까지 이어져 들어올 때부터 찜찜했던 기분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아침 식사조차 주지 않는 모텔이라 (원래 모텔 6는 박하게 아침을 안 준다), 어제 저녁 챙겨둔 밥으로 요기를 하려 했으나 다들 피곤하고 서운해서인지 선뜻 수저를 들지 않았다.


짐을 실으러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뜻밖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워싱턴주 페더럴웨이(Federal Way)에서 오셨다는 한인 분들이었다. 워싱턴 D.C.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최근 날씨가 짓궂어 고생하셨다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사실 해외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상하리만치 한국 사람들끼리 서로 모른 척 피하는 경향이 있다. 나부터도 괜히 쑥스러워 눈길을 피하곤 했는데, 우리 아내는 낯선 한국 사람만 보면 먼저 환하게 인사를 건넨다. 가끔은 무응답이나 무표정한 반응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도 아내의 따뜻한 첫인사 덕분에 낯선 대륙 한복판에서 잠시나마 정겨운 한국어를 주고받으며 아침의 서운한 마음을 훈훈하게 녹일 수 있었다. 동포를 만나면 반가운 것이 당연한 인지상정인데, 나부터 왜 그리 굳어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차를 타고 밖으로 나오자, 아침 햇살을 받은 와이오밍의 들판이 어제 석양 못지않게 평화롭고 아름답게 펼쳐졌다. 끝없이 늘어선 푸른 초원 위에서 소와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은 어제 모텔에서의 고생을 깨끗이 잊게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 대지 위로 솟아오른 기적, 데빌스 타워(Devils Tower)

오늘의 첫 목적지는 와이오밍의 동쪽 끝에 우뚝 솟은 미국 최초의 국립기념물(National Monument), '데빌스 타워(Devils Tower)'다. 와이오밍 자동차 번호판의 카우보이 그림 옆에 우뚝 그려진, 이 주(State)를 대표하는 명물 중의 명물이다.


몬태나, 와이오밍, 사우스다코타, 노스다코타, 네브래스카 일대는 과거 북미 서북부 인디언들의 비극적인 멸망사와 전설적인 영웅들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특히 데빌스 타워부터 사우스다코타 영역까지는 원주민들에게 신성시되는 대표적인 성지이기도 하다.


곰이 긁어놓은 듯한 수직 절벽의 거대한 기둥 바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그저 "광활한 벌판에 특이한 바위 하나 솟아있겠지" 하고 무심코 들렀다가 기대 이상으로 장엄한 자태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각 변동과 마그마가 만들어낸 대자연의 조각품 앞에 "역시 오길 잘했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당시에는 입장료가 차량당 $8불 수준이었으나, 2026년 현재는 차량당 $25불로 올랐다. 물론 앞서 구입한 $250불짜리 '외국인 전용 연간 패스'가 있다면 아무런 추가 요금 없이 무사 통과할 수 있다.)


공원 내부에는 바위 주변을 바로 밑에서 다각도로 둘러볼 수 있는 약 1.3km의 정갈한 '타워 트레일 코스(Tower Trail)'가 잘 꾸며져 있어 웅장한 바위를 바짝 끼고 걸어볼 수 있다. 사전 허가를 받은 전문 산악인들이 90도 수직 암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액티비티도 여전히 유명하다.


🐿️ 땅굴 속 귀요미들의 대단지, 프레리독 타운(Prairie Dog Town)

데빌스 타워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프레리독 타운(Prairie Dog Town)'이라는 표지판을 만났다. 수많은 차가 길가에 멈춰 서 있기에 우리도 차를 대고 다가갔다가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수풀 언덕 전체가 조그만 프레리독(Prairie Dog)들의 거대한 주거 단지였던 것이다. 땅굴에서 쏙 솟아올라 두 발로 우뚝 서서 경계를 서다가, 소리를 지르며 쏙 들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겉보기엔 꼬리가 짧은 다람쥐나 며칠 전 길가에서 본 피카(Pika)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땅다람쥐과에 속하는 이 귀여운 녀석들 덕분에 아이들은 물론 우리 부부도 카메라 렌즈를 대고 한참을 웃었다.  


셔터를 부지런히 누르고 나오는 길, 공원 입구의 아담한 상점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드디어 새로운 주,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로 기수를 돌렸다.


사우스다코타의 첫인상은 와이오밍과 수평선 풍경이 무척 닮아있었다. 하지만 이곳엔 그 이름도 유명한, 사우스다코타 자동차 번호판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미 대통령 4인의 얼굴 조각상 '러시모어(Mt. Rushmore)'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대륙 횡단의 새로운 하이라이트를 향해 다시 한번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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