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⑬] 파도와 기암이 빚은 해상 산책로, 삼척 초곡용굴촛대바위길에서 무릉계곡으로
어느덧 강원도에 여장을 푼 지 나흘째 아침을 맞았다. 언제나 그렇듯 카메라를 메고 여행길에 오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니, 이 또한 말릴 수 없는 기분 좋은 역마살이자 '직업병'이지 싶다.
오늘은 삼척의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을 먼저 걷고, 동해시의 대표 명소인 무릉계곡으로 발길을 옮겨볼 생각이다. 모두 생애 처음으로 마주하는 낯선 길이다. 평소보다 제법 많은 걸음을 걸어야 할 것 같지만, 새로운 풍경과 마주한다는 설렘 앞에 다리의 수고로움 따위는 가볍게 접어두고 길을 나선다.
이번 여정에서는 유독 바다를 끼고 걷는 해상 탐방로를 많이 만났다. 강릉의 정동심곡 바다부채길부터 삼척의 맹방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그리고 오늘 찾은 초곡용굴촛대바위길까지. 겉보기엔 비슷한 해안 데크길 같아도, 저마다 품고 있는 기암의 결이 다르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 군사작전 지역으로 묶여 굳게 닫혀 있던 숨은 비경들이라 발을 디딜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오전 9시부터 문을 연다는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아침 일찍 서둘렀다. 개방 시간인 9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포구는 한산했다. 하지만 나보다도 부지런한 여행자 몇 분이 벌써 입구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방로의 길이는 편도 660m(왕복 약 1.3km)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도 왕복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코스다.
하늘에 구름이 낮게 깔려 날씨는 다소 흐렸지만, 첫 방문에 완벽한 빛과 하늘까지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일 터.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출사를 위한 '답사'를 한다는 기분으로 데크길에 올랐다.



짧은 길이지만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은 알차게 채워져 있었다.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해상 출렁다리가 긴장감을 더하고, 깎아지른 절벽 틈에 자리한 옛 군 초소의 흔적은 분단의 시간을 묵묵히 전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피라미드바위 같은 독특한 기암괴석들이었다.
어제 만났던 동해 추암 촛대바위가 단아하고 선비 같은 풍모를 지녔다면, 이곳 초곡 촛대바위는 날것 그대로의 거친 파도와 암벽에 둘러싸여 한층 야성적이고 웅장한 기운을 뿜어냈다. 맑은 날 태양의 각도와 물때를 정확히 맞추어 찾아온다면 기가 막힌 빛과 파도의 대비를 담아낼 수 있겠다는 사진가로서의 욕심이 절로 솟았다. 훗날을 기약하며 꼼꼼히 프레임을 눈에 익혀둔다.




약 한 시간 동안 파도 소리를 길동무 삼아 기암들을 둘러보고, 다음 행선지인 무릉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실 무릉계곡은 애초 이번 여행 계획표에는 전혀 없던 곳이었다. 원래 산을 타는 일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등산을 하다 보면 울창한 숲과 거대한 산자락에 시야가 사방으로 꽉 막힌 듯한 특유의 답답함이 들기 때문이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탁 트인 시야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산보다는 가슴이 뻥 뚫리는 넓은 바다나 평야를 찾아다니는 편이다.
그런데도 '무릉계곡'이라는 이름만큼은 학창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보지 않았던가. 그 유명한 무릉계곡이 마침 내가 머무는 동해시에 자리하고 있다니,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가보랴 싶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무릉계곡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연상시키는 이름 석 자가 전부였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마주하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초곡에서 무릉계곡까지는 차로 40~50분 남짓. 미국에 살던 시절 편도 5시간 거리도 '지척'이라며 당일치기로 훌쩍 다녀오곤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1시간 안쪽의 이동은 그야말로 동네 마실 수준이다. 도로만 막히지 않는다면야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이제 선경(仙境)의 계곡으로 차를 달린다.
💡 초곡용굴촛대바위길 관람 안내
탐방 정보:
위치: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길 236-47 (초곡항 일원). 입장료 무료.
운영 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동절기(11월~2월) 09:00~17:00 (입장 마감 16:00). 눈·비, 너울성 파도 등 기상 악화 시 출입 통제.
코스: 데크로드 → 출렁다리 → 포토존 → 촛대바위 → 거북바위 → 용굴 (편도 660m, 왕복 약 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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