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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⑭] 신선이 노닐던 무릉도원의 물길, 동해 무릉계곡과 쌍폭포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7일 전
2분 분량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바닷바람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핸들을 돌려 찾아간 곳은 동해시의 자랑인 무릉계곡(명승)이다.   

명성이 자자한 명소답게 초입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풍경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도로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창밖으로 스치는 기암과 울창한 숲의 풍광은 계곡에 닿기도 전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평일이라 오가는 차량도 드물어 한적한 드라이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넓고 쾌적한 주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를 세우고 트레킹화의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 맸다. 평소 산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제법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고쳐 메고, 깊은 심호흡으로 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첫발을 내디뎠다.



안내판을 살펴보니 탐방 코스는 대략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내가 선택한 길은 가장 완만해 보이는 '초급 코스', 바로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왕복 약 5.4km 구간이었다.   


요즘 카메라와 렌즈에는 손떨림 보정 기능이 워낙 탁월하게 탑재되어 있어 웬만한 저속 셔터는 핸드헬드(Hand-held)로도 거뜬히 소화해 낸다. 하지만 한국의 계곡 폭포를 실로 오랜만에 마주한다는 설렘과 욕심 탓에, 흐르는 물줄기를 섬세한 실크처럼 장노출로 담아내고자 무거운 삼각대까지 기꺼이 둘러메고 올랐다.   


왕복 5km가 넘는 산길은 등산 애호가들에게야 가벼운 산책로일지 모르나, 평지나 바닷가 위주로 걷던 내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그래도 걷는 것만큼은 늘 자신 있었기에 걱정 대신 렌즈의 시선을 다잡았다.   


울창한 숲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계곡은 초입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수천 명이 앉아도 넉넉할 만큼 광활한 흰색 암반(무릉반석) 위로 맑은 물이 너럭바위를 타고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바위 표면에는 조선의 명필 봉래 양사언의 글씨를 비롯해 수백 년간 이곳을 다녀간 묵객들의 풍류가 담긴 암각서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한자의 깊은 뜻을 일일이 헤아리지는 못해도, 단단한 바위를 뚫고 뿜어져 나오는 유려하고 힘찬 필력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계곡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숲속에 고요히 자리 잡은 천년고찰 삼화사(三和寺)가 나타났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이 백성의 화합과 평안을 기원하며 '삼화사'라는 이름을 내렸다는 내력처럼, 두타산과 청옥산의 거대한 품에 안긴 도량은 묵직하면서도 편안한 기운을 내뿜었다.   

사찰 경내를 조용히 거닐며, 마음 한구석에 늘 걸려 있던 부모님의 건강과 평안을 두 손 모아 빌어보았다.   



절집을 지나 계곡 상류로 발길을 재촉할수록 '무릉도원'이라는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실감했다. 거대한 기암괴석과 바위틈을 비집고 쏟아져 내리는 우렁찬 물소리가 가슴속에 맺혀 있던 답답함을 단숨에 씻어내린다.   

숲의 향기와 자연의 위용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다리의 뻐근함도 잊은 채 이번 산행의 종착점이자 하이라이트인 폭포 앞에 당도했다.   



두 개의 바위 절벽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한곳으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쌍폭포, 그리고 바로 그 곁으로 이어지는 용추폭포의 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미국 대륙에서 보았던 거대하고 압도적인 폭포들과는 또 달랐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과 푸른 소(沼), 그리고 짙푸른 녹음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우리 산천만이 품을 수 있는 단아하고도 깊은 격조를 지니고 있었다. 챙겨간 삼각대를 단단히 받쳐놓고, 셔터스피드를 늦춰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의 궤적을 정성스레 담았다.   

폭포가 뿜어내는 서늘한 물보라와 빼어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동안 바위에 걸터앉아 멍하니 쉼을 누렸다. 산이 답답하다며 바다만 고집했던 지난 생각들이 무색해질 만큼, 무릉계곡의 물길은 사진가의 지친 몸과 마음에 더없이 맑고 깊은 위안을 안겨주었다.   


💡 무릉계곡 트레킹 & 사진 촬영 팁

  • 코스 정보: 관리사무소 → 무릉반석/금란정 → 삼화사 → 학소대 → 쌍폭포/용추폭포 (편도 약 2.7km, 왕복 2시간~2시간 30분 소요). 초입부터 삼화사까지는 완만한 평지길이며, 이후 폭포 구간까지는 완만한 흙길과 돌계단, 데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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