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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⑥] 모래시계의 아련한 추억과 바다를 품은 간이역, 정동진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9월 27일
2분 분량

심곡항에서 차를 몰아 언덕 위 썬크루즈 리조트 옆길을 지나 정동진으로 내려섰다. 앞서 바다부채길을 걸으며 아래에서 올려다보았던 그 거대한 배 모양 건물을 도로 위에서 마주하니 색다른 반가움이 스친다.

정동진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곳이다. 특히 우리 세대에게는 9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드라마 《모래시계》의 애절한 여운으로 깊이 각인된 추억의 명소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이곳에 발을 디뎠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 듯도 하고, 워낙 매체를 통해 수없이 보고 들은 탓에 낯설지 않은 기시감 때문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이든 오랜만의 재회이든 그게 무슨 대수랴.



눈앞에 펼쳐진 정동진 바다는 내가 늘 기억하고 그리워하던 동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바다부채길의 거친 갯바위와는 또 다르게, 거침없이 넓고 푸른 수평선과 은빛 포말이 가슴속 묵은 먼지까지 말끔하게 씻어내린다.

정동진역으로 향하기 전, 해변 한편에 조성된 모래시계 공원에 먼저 들렀다. 한 편의 드라마가 한적한 어촌 마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지름 3.3m의 거대한 원형 모래시계와 웅장한 해시계, 그리고 옛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해 바다를 바라보며 늘어선 정동진 시간박물관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어 정동진역 주변 중심가로 발길을 옮겼다. 정동진역을 출발해 모래시계 공원을 돌아오는 해변 레일바이크 선로 위에는 바닷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는 여행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주한 정동진역.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간이역이라는 낭만을 간직한 붉은 벽돌의 아담한 맞이방은 옛 정취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역사 앞에는 정동진의 상징과도 같은 '고현정 소나무(모래시계 소나무)'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열차 탑승객이 아니면 승강장 안쪽의 실제 소나무 곁으로 갈 수 없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셔터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설레는 표정을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옛 간이역의 정겨운 외형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지만, 놀랍게도 이곳은 이제 KTX-이음 고속열차가 멈추어 서는 현대적인 역이 되었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타면 불과 2시간 남짓 만에 이 푸른 바다 앞에 닿는다고 하니, 밤차를 타고 밤새 덜컹거리며 해돋이를 보러 오던 옛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역 주변 골목마다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큰 묘미라지만, 나처럼 카메라 하나 메고 홀로 길을 나서는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식사하느라 좋은 빛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깝고, 혼자 식당에 들어가 눈치를 살피는 번거로움도 딱 질색이라 여행지의 식당가는 그저 묵묵히 스쳐 지나갈 뿐이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해양 레포츠 시설들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텅 빈 백사장을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오랜만에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정겹다. 하지만 푹푹 꺼지는 모래밭을 카메라 가방을 메고 걷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체력을 요구했다.

드라마의 옛 추억과 푸른 바다의 낭만을 뷰파인더 속에 차곡차곡 채워 넣고, 이제 베이스캠프가 있는 동해시 묵호로 차를 달린다. 다음 행선지는 바다를 굽어보고 선 묵호등대다.


💡 포토 트래블 가이드

  • 명소 정보:

    • 정동진역: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역길 17. 1962년 개업하여 석탄 수송을 담당하던 역이었으나,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후 최고의 관광 명소로 탈바꿈함.

    • 모래시계 공원: 정동진 해변 남쪽에 위치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시계(모래가 다 떨어지는 데 꼭 1년이 걸림)와 정동진 시간박물관(열차 8량 구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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