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⑫] 다시 찾아간 묵호등대, 그리고 도째비골의 바다 풍경
삼척 덕봉산의 시원한 바닷길을 빠져나와 숙소로 들어가는 길, 전날 휴무로 문이 굳게 닫혀 발길을 돌려야 했던 묵호등대로 다시 차를 몰았다.
'그냥 지나칠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동해시의 대표 명소를 코앞에 두고 그냥 지나치기엔 못내 마음에 미련이 남았다. 언덕을 올라 등대 입구에 다다르니, 전날과 달리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어 반가움이 앞섰다. 오후 늦은 시각이었지만 하절기에는 오후 8시까지 개방하는 덕분에 여유롭게 들어설 수 있었다. 아담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내에 들어섰다.

묵호등대는 1963년 6월 처음 불을 밝힌 이래, 묵호항을 오가는 수많은 어선과 화물선의 뱃길을 지켜온 든든한 파수꾼이다.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든 것은 야외 난간을 따라 전시된 전국의 아름다운 등대 사진들이었다. 앞서 "한국의 등대는 어디나 비슷하고 평범하다"며 섣부르게 읊조렸던 내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미국 해안가에서 마주했던 유서 깊은 등대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개성 넘치고 당당한 등대들이 우리나라 바닷가 곳곳에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사진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등대 사진들 곁에는 묵호항의 옛 시절 흑백 풍경들이 나란히 걸려 있어 치열했던 항구의 역사와 삶의 숨결을 엿보게 했다.

사진전을 지나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붉은빛의 옛 공중전화 부스였다.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마주한 이 빨간 박스는, 잊고 지냈던 아날로그 시절의 온도를 건네며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등대 바로 아래로 다가가 고개를 드니, 푸른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묵호등대의 자태가 자못 위풍당당하다. 원형 계단을 따라 등탑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굳이 발품을 팔지는 않았다. 등대가 서 있는 마당 자체만으로도 이미 해발 고도가 충분히 높아, 묵호항의 전경과 끝없는 동해의 수평선이 막힘없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등대 바로 곁에는 허공을 향해 시원스레 뻗어 나간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강원도 방언이라는데,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스카이워크의 날렵한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고소공포증도 있거니와 굳이 입장료를 내고 유리 바닥 위로 올라가고 싶지는 않아, 그저 렌즈 속 풍경의 조화로운 요소로 감상하는 것에 만족했다.
바다 쪽으로 시선을 멀리 던지니 해안가 물 위에 바다를 향해 둥글게 조성된 '해랑전망대'도 내려다보였다. 고성에서 들렀던 백섬 해상전망대의 날것 그대로의 자연미보다는 덜하지만, 푸른 파도 위를 거닐 수 있는 분위기만큼은 꽤 닮아 보였다.

둘러보니 묵호등대로 향하는 길은 참 다채롭다. 해안가 해랑전망대 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숨에 오르는 현대적인 길, 논골담길의 비탈진 골목을 굽이굽이 밟아 올라오는 옛길, 그리고 차를 몰고 입구까지 닿는 편안한 도로까지 저마다의 사정에 맞게 닿을 수 있다.
등대 주변을 천천히 거닐고, 전날과는 또 다른 저녁빛이 스며드는 논골담길을 다시금 눈에 담으며 언덕을 내려왔다.
해안 도로로 내려와 해랑전망대 근처에 차를 잠시 대고, 파도 소리가 철썩이는 해상 데크길을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침 일찍 삼척으로 내려가 추암 해암정, 죽서루, 장호항, 덕봉산을 쉼 없이 돌고, 다시 묵호로 돌아와 등대의 아쉬움까지 말끔히 털어낸 알찬 하루. 기분 좋은 노곤함과 충만해진 메모리 카드를 안고 마침내 숙소로 향한다.
💡 묵호등대 & 도째비골
운영 정보:
묵호등대 해양문화공간: 강원 동해시 해맞이길 289. 하절기 06:00~20:00 / 동절기 07:00~18:00 (등탑 전망대 입장은 마감 30분 전까지 가능, 무료 개방).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등대 바로 옆 위치. 유료 시설 (화요일~일요일 운영, 매주 월요일 정기휴장).
도째비골 해랑전망대: 해안도로 바다 위에 설치된 바다 인도교 (무료 개방, 기상 악화 시 출입 통제).








![[문경 2박 3일 사진 여정 ①] 영남대로의 관문, 천년의 성벽에 올라 진남교반을 굽어보다: 고모산성과 토끼비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3c0dd52d2cd84055af20ac3e0c0dbf70~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a39b6_3c0dd52d2cd84055af20ac3e0c0dbf70~mv2.jpg)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⑮(완결)] 천 년의 기도를 쌓아 올린 어머니의 숲, 강릉 노추산 모정탑길](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8edb4273ebc241309437e99e2d094e95~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a39b6_8edb4273ebc241309437e99e2d094e95~mv2.jpg)
![[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⑭] 신선이 노닐던 무릉도원의 물길, 동해 무릉계곡과 쌍폭포](https://static.wixstatic.com/media/ca39b6_a2dab544ac2147edacf7af8a1ca84c05~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a39b6_a2dab544ac2147edacf7af8a1ca84c05~mv2.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