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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4박 5일 사진 여정 ⑧] 기암괴석과 바다를 품은 선비의 누정,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10월 5일
2분 분량

강원도 땅을 밟은 지 어느덧 사흘째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동해시의 대표 명소인 추암 촛대바위로 향한다. 숙소인 묵호에서 지척의 거리라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채비를 마쳤다.   


추암 하면 누구나 애국가 첫 소절의 붉은 일출을 떠올린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도 털어놓았듯 나와 일출은 도무지 인연이 닿지 않는다. 평생을 올빼미로 살아온 내게 해 뜨기 전 새벽바람을 가르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닐뿐더러,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일출보다는 시간의 두께와 묵직한 무게감이 배어나는 늦은 오후의 일몰 빛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걸음의 진짜 목적은 촛대바위 그 자체보다, 그 곁을 묵묵히 지키고 선 '해암정(海岩亭)'이라는 정자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내 렌즈가 가장 집요하게 쫓고 있는 피사체는 바로 우리 옛 누정(樓亭)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선조들의 담백한 삶과 낭만을 증언하는 그 그윽한 조화를 온전히 프레임에 담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촛대바위 구경도 하고 정자도 담는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마음으로 추암으로 차를 달렸다.   



서두르지 않았음에도 워낙 가까운 거리라 이른 시각에 닿았다. 본격적인 관광철이 아니라 한적했고, 아기자기하게 가꿔진 공원 산책로 위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기분 좋게 내려앉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역시 해암정이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어김없다. 전국을 돌며 누정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모든 정자를 셔터 속에 담지는 않는다. 정자 내부의 자잘한 치장보다는, 그 정자가 딛고 선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주변 산수(山水)가 빚어내는 전체적인 조화와 품격이 맞아야 비로소 셔터에 손이 간다.   

첫날 들렀던 천학정이나 청간정이 현대식 울타리와 주변 환경 탓에 사진가로서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면, 거친 기암괴석을 병풍처럼 두르고 단아하게 내려앉은 해암정의 자태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이상적인 풍광이었다.   



해암정은 고려 공민왕 10년(1361)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沈東老)가 관직에서 물러나 후학을 양성하며 세운 정자다. 조선 중종 때 소실되었다가 다시 지어졌으며, 송시열이 함경도 덕원으로 유배 가던 길에 들러 남긴 글귀가 전해지는 유서 깊은 곳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뒤편의 깎아지른 바위와 어우러진 담백한 멋이 가히 일품이다.

해암정의 그윽한 자태를 눈과 렌즈에 먼저 담고, 언덕을 따라 촛대바위가 있는 전망대로 올랐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기묘한 형상의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거친 파도 속에 솟구친 바위들이 저마다 독특한 표정으로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가장 높은 전망대 정자에 올라 망망대해를 굽어본 뒤,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서니 바다 위에 솟아 있던 바위들이 손에 잡힐 듯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어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길이 72m의 추암 출렁다리로 발길을 옮겼다. 높이가 아주 아찔하거나 흔들림이 심하진 않지만, 시퍼런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 해상 인도교라는 점이 색다른 시원함을 안겨준다. 다리를 건너 추암 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크게 한 바퀴 돌고 나니 온몸에 상쾌한 바닷바람이 가득 차오른다.   



산책을 마치고 다시 해암정을 거쳐 광장으로 내려오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오리 무리가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유유히 길을 가로지른다. 낯선 여행자의 발걸음마저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사이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의 차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 서둘러 일찍 둘러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른 오전 시간대라 태양의 각도와 광선의 방향이 정자의 정면과 맞지 않아 셔터를 누르는 손길에 100% 만족을 느끼진 못했지만, '해암정'이라는 보물 같은 누정을 만난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수확이었다.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로 목을 축이고, 이제 관동팔경의 또 다른 백미이자 웅장한 누각인 삼척 죽서루(竹西樓)를 향해 핸들을 잡는다.   


💡 포토 트래블 가이드

  • 명소 정보:

    • 동해 해암정: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뒷면의 날카로운 기암괴석(능파대 암석군)과 정자 건물의 담백한 목조 선이 어우러져 동해안 누정 중에서도 독보적인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 추암 촛대바위 & 출렁다리: 동해시 추암동. 출렁다리(길이 72m, 폭 2.5m)와 촛대바위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한 해안 산책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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