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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국경 검문소의 여권 소동, 멕시칸의 삶과 마침내 터진 서부의 셔터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7월 23일
  • 2분 분량

🛂 검문소와 여권 가방 소동



빅벤드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한참을 달리는데, 도로 한가운데에 엄숙한 분위기의 '검문소'가 나타났다. 멕시코와 인접한 남부 지역 도로 특성상, 불법 입국자를 가려내기 위해 고속도로 길목마다 설치해 둔 상시 검문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아내의 표정이 순간 상기되며 차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정한 제복의 경찰관이 차로 다가와 미소로 인사를 건네더니 시민권자인지 물었다. 아니라고 하자 곧바로 여권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짐 가방 깊숙이 차곡차곡 넣어두었던 여권을 서둘러 찾아 꺼내 보여주었다. 얼굴과 여권 사진을 대조해 본 경찰관은 이내 "고맙다, 좋은 여행 되라"며 친절하게 길을 터주었다.


9·11 테러 이후 입국 심사와 보안이 한층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정당한 비자가 있더라도 쓸데없는 마찰을 피하려 캐나다나 멕시코 국경을 넘지 않기로 했던 사전 결정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 삶을 찾아 국경을 넘는 이들, 낙천적인 멕시칸의 초상

삼엄한 검문소를 통과해 차머리를 몰며, 국경 지대 멕시코 이주민들의 고달픈 삶에 생각이 미쳤다.

매년 목숨을 걸고 브로커를 통해 차나 도보로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하는 수많은 멕시칸들. 어떻게든 영주권이나 신분을 얻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국인들과 달리, 그들은 신분증에 연연하지 않고 불법 체류 상태로 일하다가도 고향이 그리우면 유유히 국경을 넘나들곤 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품으로 한식당이나 힘든 막노동 현장에서 적은 임금에도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그들. 비록 불법체류 단속이 강화되며 그들의 삶이 한층 팍팍해지고 있다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해 위험을 무릅쓰는 그들의 피땀 어린 눈물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번영해 온 또 다른 차가운 그늘이었다.


📸 섭씨 38도의 사막 열기, 그리고 다시 터진 서부의 셔터

검문소를 뒤로하고 고속도로 I-10에 다시 올라 텍사스 국경 도시 '엘파소(El Paso)'를 향해 달렸다.

오후 6시가 지나도 기온은 화씨 100도(섭씨 38도)를 가볍게 웃돌며 후끈한 사막 열기를 뿜어냈다. 시간이 지체되어 당초 목적지였던 뉴멕시코 진입을 포기하고 엘파소에 미리 잡아둔 숙소로 차를 돌렸다.


모텔 체크인을 할 때 직원이 국경 지대 신원 확인용이라며 이례적으로 신분증(ID)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피로와 지침을 단번에 날려버린 건 바로 나의 카메라였다!

동부 내내 어수선한 풍경과 더위에 눌려 셔터 한번 마음껏 누르지 못하고 필름 통만 만지작거렸는데, 마침내 접어든 서부 사막과 빅벤드의 장쾌한 프레임 안에서 오늘 하루 참으로 오랜만에 원 없이 셔터를 눌러댄 것이다!

땀방울이 온몸을 적셨지만, 가슴속에는 사진가로서의 벅찬 뿌듯함과 기쁨이 샘솟았다. 서부는 마침내 나에게 정직한 대자연의 시선을 건네주고 있었다.


🏛️ [미 서남부 주요 국립공원 스크랩] 빅벤드 국립공원 (Big Bend National Park)


  • 지정과 역사: 1944년 6월 12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76년 유네스코(UNESCO) 국립 생물권 보존 지역으로 등록되었다. 선사시대 인디언 유적이 공원 곳곳에 남아있다.

  • 지리적 특징: 텍사스주와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Rio Grande) 강'이 거대하게 굽이쳐 돌아가는 굴곡부(Big Bend)에 조성되었다. 강 너머 바로 맞은편이 멕시코 땅이며, 엘파소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져 있다.

  • 생태계: 1,000여 종의 사막/산악 식물과 함께 코요테, 여우, 퓨마(쿠거) 등 다채로운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7~8월은 무시무시한 혹서기이며,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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