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남부의 방탄유리와 미시시피, 그리고 24마일 퐁차트레인 다리를 지나
- Sangwon Jung
- 7월 23일
- 2분 분량
🧊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방탄유리 뒤의 차가운 눈빛들
아침에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간 앨라배마 모텔 식당, 백인 노인들은 인사나 미소는커녕 무뚝뚝한 표정으로 우리를 건너다보았다. 서부나 다른 지역에서는 노인들이 먼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오곤 했기에 묘한 섬뜩함이 감돌았다. 방으로 들어와 자료를 찾아보니, 앨라배마와 이어서 들어선 미시시피(Mississippi)주 모두 1950년대까지 극심한 인종차별 정책이 유지되던 미 남부의 핵심지였다.
서부나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들의 피부색은 유난히 짙고 검었으며, 백인이나 흑인 할 것 없이 길거리의 사람들은 잘 웃지 않았다. 동양인 가족을 마치 '동물원 구경하듯' 생소하게 바라보는 시선 속에 집사람의 신경도 예민해져 갔다. 하기야 이 깊은 남부 길목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같은 동양인을 마주친 적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더욱 삭막했던 것은 그로서리(슈퍼마켓)나 모텔 오피스마다 등장한 '방탄유리 수납창'이었다. 돈과 물건을 유리 아래 작은 구멍으로 주고받는 그 풍경은 남부의 높은 범죄율과 치안 불안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길가에 선 방탄유리 벽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가족이 살던 서부가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 땅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 미시시피 휴게소의 스페이스 센터와 미국의 교육




미시시피주를 지나던 중, 화장실을 들르려 무심코 진입한 마지막 휴게소(Rest Area)에서 뜻밖의 풍경을 마주했다.
바로 미시시피의 NASA 스페이스 센터(Stennis Space Center)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상 우주 체험과 간접 과학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휴게소 현장 프로그램이었다.
예지와 도희에게 우주 체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이론이 아닌 '현장 체험'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미국의 다채로운 교육 인프라만큼은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 바다 같은 호수, 24마일(38.6km) 퐁차트레인 코즈웨이 다리



미시시피를 신속히 관통하여 마침내 루이지애나(Louisiana)에 발을 디뎠다. 지형 특성상 호수와 늪지대가 많아 수많은 교량들이 시원하게 놓여있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지도상에 '퐁차트레인 호수(Lake Pontchartrain)'라 적힌 곳을 가로지르는 자그마치 24마일(약 38.6km)짜리 해상 다리(Lake Pontchartrain Causeway)였다!
얼마 전 플로리다에서 보았던 7마일 다리가 세계에서 가장 긴 줄 알았더니, 이 다리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호수라 부르기엔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나 다름없는 물 위를 38.6km나 직진하는 동안 다소 지겨운 감마저 들 정도였다. 다리 구조 자체는 단조로웠지만, 대륙의 미친 스케일과 길이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뉴올리언스(New Orleans)를 지나 서쪽으로
호수 건너편, 프랑스풍의 고풍스러운 거리와 재즈(Jazz)의 발상지로 저명한 '뉴올리언스(New Orleans)'가 손짓하고 있었다.
수많은 예술가와 관광객이 몰려드는 낭만의 도시라지만, 복잡한 인공 도시의 소음보다는 한적한 대자연의 프레임을 갈망하던 나에게는 별다른 매력으로 와닿지 않았다.
복잡한 도시로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곧바로 서쪽을 향해 차머리를 고정했다.
씁쓸했던 인종차별의 상흔과 방탄유리 차단막, 그리고 끝없는 24마일 호수 다리를 뒤로하고, 우리 가족의 차는 마침내 대륙의 거대한 거점 텍사스(Texas)를 향해 지평선 너머로 내달리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