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이방인의 눈으로 본 노동, 앨라배마의 밤과 공돈 같은 1시간
- Sangwon Jung
- 7월 23일
- 2분 분량
👁️ 이방인이 바라본 길 위의 노동
플로리다에서 앨라배마로 이어지는 도로변을 달리며 마주친 노동자들의 모습에 마음이 다소 무거워졌다.
도로 공사현장, 편의점, 텍시 운전석, 뙤약볕 아래의 밭일… 미국 사회의 가장 고되고 궂은일들을 맡아 처리하는 이들은 대다수 흑인이거나 멕시코계 이주민들이었다.
시간당 임금을 받으며 자신이 일한 만큼 대접을 받고 산다고는 하지만, 불법체류라는 그늘 아래 은밀한 불공평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으리라. 타국에서 미 이민자로 살아가다 보니, 멀리 고국 한국에서 학대받고 차별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픈 소식들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가슴 묵직하게 스며들었다.
🏙️ 12시간 운전 끝에 만난 모빌(Mobile)시의 헤매임
당초 계획했던 파나마시티 해변을 나와 다시 고속도로 I-10에 올려 차머리를 서쪽 앨라배마주 '모빌시(Mobile City)'로 틀었다. 플로리다 북쪽으로 접어들자 지독했던 습기는 미세하게 가라앉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낮은 구릉지대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장장 12시간에 달하는 강행군 운전 끝에 마침내 모빌시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노을이 진 바다 위로 길게 뻗은 해상 다리에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멀리 모빌시의 야경이 연출해 내는 풍경은 어제 보았던 7마일 다리보다 훨씬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름다운 감상도 잠시, 모텔을 찾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앨라배마 특유의 '서비스 도로(Service Road)' 시스템 때문이었다. 메인 도로와 측면 도로 사이에 중앙 분리대가 가로막혀 있어, 한번 빠져나오면 반대편 차선이나 메인 도로로 다시 진입하기가 지독하게 어려웠던 것이다. 초행길에 길을 헤매다 보니 예쁜 도시에 품었던 좋은 첫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짜증이 밀려왔다.
⛽ 주유소 직원의 친절, 그리고 거저 얻은 1시간

길을 헤매다 지쳐 막무가내로 들어간 주유소. 카운터에서 일하던 흑인 여성분에게 모텔 주소를 보여주며 길을 묻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직접 우리 모텔로 전화를 걸어 지배인과 통화하며 세밀한 약도를 메모지에 적어주었다.
긴 운전에 누적되었던 피로와 도로 위의 짜증이, 이름 모를 타인의 다정한 친절 한마디에 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렸다. 낯선 타국을 여행하며 만나는 이런 순수한 사람들의 온기야말로 여행자를 다시 달리게 만드는 진짜 연료였다.
무사히 모텔에 여장을 풀고 시계를 바라본 우리는 순간 입가에 픽 웃음을 지었다.
동부 시간대(Eastern Time Zone)에서 앨라배마의 중부 시간대(Central Time Zone)로 넘어오면서, 시계 바늘이 한 시간 뒤로 늦춰진 것이다!
동부 시간으로는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이곳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길 위에서 공돈이라도 주운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거대한 대륙을 차로 횡단하는 여행자만이 맛볼 수 있는 소소하고 정겨운 특권이었다.
🏛️ [미 남부 주요 주(State) 역사 스크랩] 앨라배마 (Alabama) - "Yellowhammer State"

지리 & 역사: 남한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 450만 명의 남부 중심 주다. 주도는 몽고메리(Montgomery). 미 건국 당시 대농장과 노예제가 발달했으며, 링컨 대통령 당선 후 미 연방을 가장 먼저 탈퇴하고 남부연합(Confederacy)을 창설했던 역사적 중심지다.
인권 운동의 상흔: 1950년대까지 극심한 인종차별 정책이 지속되었던 곳이다. 1955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381일간의 흑인 승차 거부 시위)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셀마(Selma) 행진 등 현대 흑인 민권 운동의 가장 뜨거운 도화선이 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아이러니의 땅: KKK단의 본부가 투스칼로사에 위치하는 등 오랜 사회적 불평등과 가난의 상흔을 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류 최초로 달에 도달했던 '아폴로 11호' 새턴 V 로켓이 제작된 헌츠빌(Huntsville) 우주 센터를 품고 있는 거대한 역설의 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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