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책자 속 사진의 함정, 파나마시티 비치와 동·서부 도로의 깨달음
- Sangwon Jung
- 7월 23일
- 2분 분량
📖 정보의 빈곤,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 한 컷

아침 8시 반, 마침내 플로리다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오늘 목표는 가능하면 서쪽 앨라배마(Alabama)주까지 내달리는 것. 뉴욕시를 떠난 이후 거의 온종일 운전만 거듭하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이다.
당초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려던 코스를 취소하고 무더위와 피로를 줄이기 위해 고속도로 I-75를 택해 속도를 냈다. 그러나 이대로 플로리다를 미련 없이 떠나자니 한구석 아쉬움이 남아, 미 동남부 마지막 해안 코스로 '파나마시티 비치(Panama City Beach)'를 들러보기로 했다.
이번 대륙 횡단 코스의 주요 길잡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행한 책자들 중 하나인 《Scenic Highways and Byways》였다. 어제 들렀던 세븐마일 브리지도, 오늘 찾아가는 파나마시티도 그 책에 실린 환상적인 한 컷의 사진에 매료되어 결정한 코스였다.
하지만 현장에 다다를 때마다 느껴지는 이 거대한 격차라니!
그 멋진 사진들은 그 지역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가 가장 극적인 순간과 빛을 포착해 낸 '연출된 프레임'이었던 것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반 여행자가 만나기엔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풍경이었음을, 사진가인 나조차 지독한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비로소 자책하듯 깨닫고 있었다.
🏖️ 파나마시티 비치(Panama City Beach)의 어수선한 생얼굴
오후 5시 무렵 들어선 파나마시티 비치의 풍경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안선을 따라 좌우로 어지럽게 늘어선 상점들, 도로 확장 공사와 새로 들어서는 호텔 세트장으로 어수선한 거리… 마치 한여름 한국의 복잡한 피서지 바닷가를 보는 듯 혼잡했다. 고급 휴양지 냄새가 나던 마이애미 비치와 달리, 이곳은 서민들과 수많은 유색인종, 그리고 평생 처음 바다 구경을 나온 듯 해천에서 신기해하는 인파로 북적였다.
멍하니 그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나를 보고, 옆에 있던 아내가 무안했는지 옆구리를 툭 치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대했던 아름다움보다는 대중 피서지의 어수선함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 '뷰 포인트(View Point)'가 없는 길, 동부와 서부의 차이
파나마시티를 빠져나와 다시 길을 달리며, 동부와 서부 도로가 지닌 결정적인 차이점들을 반추해 보았다.
미 서부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운전자의 피로를 씻어주는 '뷰 포인트(View Point)'나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 팻말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경관이 빼어난 곳마다 차를 대고 웅장한 대자연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쉼터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 동부의 고속도로에는 그런 팻말을 단 한 번도 만나볼 수 없었다. 팻말이 없다는 뜻은, 역설적으로 멈춰 서서 바라볼 만한 압도적인 자연 경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전거 가방을 빽빽하게 짊어지고 가파른 서부 산맥을 오르던 도전자들의 모습도 이곳 동부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주(State) 경계를 넘을 때마다 지형과 풍광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던 서부와 달리, 동부는 어느 주를 지나든 나무 장벽과 평탄한 풍경이 반복되어 표지판이 없다면 어느 주에 있는지조차 구분하기 힘들었다.
🌅 서부를 향한 정직한 기대
시중에 나와 있는 화려한 여행 가이드북이 모든 여행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정직한 깨달음. 그리고 준비 부족으로 플로리다를 제대로 품어내지 못했다는 씁쓸함. 그러나 이 모든 시행착오야말로, 우리 가족이 미 대륙의 진짜 생얼굴을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나가는 소중한 자양분이 아니겠는가.
붉은 황야와 거대한 뷰 포인트가 곳곳에서 피서객과 사진가를 기다리고 있을 광활한 서부를 떠올리며, 우리는 파나마시티의 먼지 섞인 바닷바람을 뒤로하고 앨라배마의 주경계를 향해 더욱 힘차게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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