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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5시간 밤길의 벌레 소나기, 톨게이트 할머니의 인사와 플로리다의 마지막 밤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7월 23일
  • 2분 분량

🐜 소나기처럼 퍼붓는 벌레 떼와 밤 10시 30분의 칼국수

키웨스트 입구에서 차를 돌려 다시 예약해 둔 모텔까지 돌아가는 길은 아득했다. 최소 5시간 이상은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고된 장거리 밤길 운전이었다.


마이애미 근처에 2곳의 국립공원이 있었지만, 들어간 들 날이 곧 어두워질 게 뻔해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했다. "자연 습지 공원이라 별로 볼 건 없었을 거야" 스스로를 위안해 보았지만, 사진가로서 또 한 번 후회할 일을 저질렀다는 아쉬운 속상함은 쉽게 털어지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리는 동안 무시무시한 남부의 날벌레 떼가 차로 사정없이 덤벼들었다. 차 앞유리에 부딪혀 터지는 소리가 꼭 거센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 같았고, 터져 나온 사체 액체는 워셔액으로도 지워지지 않아 시야를 가렸다.

지칠 대로 지쳐 모텔에 도착하니 어느덧 밤 10시 30분. 뜨끈한 칼국수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카메라 장비를 정돈하고 나니 시계는 어김없이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모텔 세탁실의 경제학과 간편한 짐의 지혜

여행길에 큰 힘이 되어주는 건 모텔마다 갖춰진 동전 세탁실(Laundry)이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마련되어 있어 1달러 남짓한 동전 몇 개면 밀린 빨래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여행할 때는 이런 시스템을 잘 몰라 사계절 옷을 가방 가득 채워 넣느라 짐이 무겁고 묵직하기 짝이 없었다. 여행에서는 무조건 짐이 간편한 게 최고라는 진리를 체감하면서도, 매번 모텔에 도착해 가방을 옮길 때마다 만만치 않은 무게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 톨게이트 할머니의 "Good Evening"과 마음의 묵은 때

가슴에 생각지도 않은 아쉬움만 남긴 채, 플로리다에서 어느덧 사흘이라는 시간이 자리를 잡고 흘러갔다. 한여름의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 본 모습만으로 이 거대한 주를 다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어서 빨리 이 미증유의 열기를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이 지독했던 플로리다 길목에서 잊지 못할 다정한 순간 하나가 가슴에 남았다.

밤길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요금을 받던 흑인 할머니 한 분이 우리 가족에게 환한 미소로 "Good evening!" 하고 친절한 인사를 건네오셨던 것이다. 내가 반갑게 "Hello!" 하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고맙다는 듯 말을 이어받으셨다.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오는 사람들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도, 다들 피곤해서 그런지 무뚝뚝하게 그냥 지나쳐버려 늘 기분이 상하곤 했어요. 이렇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니 너무나 고맙습니다."


평소 미 서부에서 나누던 형식적인 인사말들에 익숙해져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던 나였지만, 무뚝뚝한 인심에 지쳐가던 동부의 끝자락에서 만난 그 할머니의 진심 어린 한마디는 그 어떤 풍경보다 따뜻하고 반갑게 가슴을 울렸다.


🌅 내일부터는 다시 서쪽을 향해!

다행히 모텔 아침 식사는 7시 30분부터 시작되니, 내일 아침 기상 시간은 7시로 조금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차머리를 북쪽으로 틀어 올려, 마침내 우리 가족이 그토록 갈망하던 붉은 황야와 거대한 국립공원이 기다리는 미 서부(West)를 향해 본격적으로 내달릴 것이다!


동부에서 마음껏 누르지 못했던 셔터의 한과 사진가로서의 조바심을, 저 광활한 서부의 프레임 속에 남김없이 쏟아부으리라 다짐해 본다. 창밖으로 벌레 소리 여전한 플로리다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우리 가족의 마음은 이미 저 먼 서부의 찬란한 노을 속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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