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만 허락되는 만년설의 대지: 마운트 레이니어 선라이즈
최종 수정일: 8월 10일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레이니어 국립공원(Mt. Rainier National Park)은 크게 두 개의 대표적인 진입로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파라다이스(Paradise)'와, 그 반대편에 위치한 '선라이즈(Sunrise)'가 바로 그것이다. 선라이즈는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는 고지대라 겨울철에는 진입로가 통제되고, 매년 6월 말에 개방되었다가 10월에 다시 문을 닫는다. 한마디로 한여름철에만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귀하고 특별한 장소다.
이곳을 7월 12일에 다녀왔다. 마침 언론에서 12일부터 시애틀 특유의 전형적인 화창한 여름 날씨가 시작된다고 보도했던 날이다. 예년과 달리 6월까지도 궂은 날씨가 길게 이어져 레이니어의 얼굴을 보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심지어 전날에도 파라다이스에서 7월에 내리는 빗방울을 마주했었으니 말이다.^^ 그랬던 날씨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개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신선하고 청량한 바람이 맞물려 여행길을 더없이 기분 좋게 밝혀주었다.
선라이즈는 파라다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아주 많지는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예상과 달리 수많은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넓은 주차장이 이미 만차를 이루고 있었다. 서쪽 해안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장엄한 일출 광경을 온전히 내다볼 수 있는 위치라 해서 '선라이즈(Sunrise)'라는 정겨운 이름이 붙었다. 파라다이스처럼 다채로운 위락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레이니어산의 웅장한 봉우리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다채로운 트레일 코스가 갖추어진 곳이다.
선라이즈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프로즌 레이크(Frozen Lake)'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이 호수는 그리 거대하진 않지만, 한여름에도 호수 주변으로 하얀 잔설이 얼어붙어 있는 이색적인 명소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얼음 창고나 냉장고 문을 연 듯 시원하고 찬 바람이 순간순간 불어와 한기를 느끼게 한다.
프로즌 호수 갈림길에서 두 갈래 길로 나뉘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올라보는 '퍼스트 버로스 마운틴 트레일(First Burroughs Mountain Trail)' 코스를 선택했다. 아래서 건너다보기에는 상당히 가파르고 길 폭도 좁아 보여 다소 까다로운 산행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발걸음을 옮겨보니 생각보다 그리 험하지 않고 무난한 길이었다. 중간중간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이 나타나 잠시 긴장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자칫 한발짝이라도 잘못 내딛으면 가파른 내리막으로 미끄러질 듯한 아찔한 구간이었다.
아래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만 올라가면 레이니어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마주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 꼭대기에 도달해 보니 왼쪽으로 뻗은 고원 길을 한참 더 걸어가야 했다. '저 길 끝까지만 다녀오자' 다짐하고 다시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길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아, 그 높은 고산지대에 이런 공간이 숨어있었구나' 싶을 만큼 넓고 평평한 고원이 눈앞에 장엄하게 펼쳐졌다. 레이니어의 아주 색다르고 위엄 넘치는 얼굴을 다각도로 발견하게 해준 보물 같은 장소였다. 오르는 길목 사이사이 피어난 가녀린 야생화들도 무척이나 작고 사랑스러웠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걷는 여정을 한층 더 다정하게 만들어주었다. 발걸음을 높일수록 레이니어의 웅장한 만년설 봉우리가 더욱 또렷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세컨드 버로스 마운틴 트레일(Second Burroughs Mountain Trail)' 코스로 연결된다. 그 코스는 다음 기회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선라이즈 주차장 방향으로 순환하여 내려가는 또 다른 오솔길을 선택했다. 하산하며 내다보는 사방의 파노라마 풍광은 감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한 바퀴를 크게 돌아서 나오는 이 원형 순환 코스는 대략 4마일이 조금 넘는 거리지만, 생각보다 전혀 힘들지 않고 상쾌하게 걸을 수 있는 훌륭한 길이다. 레이니어산의 가장 역동적이고 색다른 진면목을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라는 사실을 깨달은 뜻깊은 산행이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길고 가파른 두 번째 트레일 코스(Second Burroughs)까지 완주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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