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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풍력발전기 너머 후드산과 알록달록 언덕: 존 데이 화석층 국립기념물 탐방기

sajintour
2017년 9월 20일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10일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무척 닮아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오래전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과거에는 하나의 주였다가 나중에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두 지역은 참 많은 점이 비슷하다. 당연히 기후 또한 부대끼듯 똑같다.


오늘은 오레곤주에 위치한 '존 데이 화석층 국립기념물(John Day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로 향해본다. 내가 있는 곳에서 목적지까지는 편도로만 무려 7시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당연히 당일치기로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르는 일정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 이날도 당일치기로 출발했다. 그것도 늦은 시각인 오전 10시에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쉬러 들어온 아들과, 나의 여행에 늘 동행해 주는 아내까지 이렇게 셋이서 길을 나섰다.

이미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이지만, 여행이란 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저마다 다른 풍경을 선보이는 대자연의 변주가 매번 새롭기 때문이다.


I-5 고속도로를 달리다 I-205로 갈아타서 다시 I-84 도로로 진입한다. Exit 104로 빠져나가기까지 한참을 달렸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콜롬비아강 협곡 국립경관지역(Columbia River Gorge National Scenic Area)'을 거쳐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오레곤주는 유난히 폭포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명소가 바로 이곳 콜롬비아 협곡이며, 특히 '멀트노마 폭포(Multnomah Falls)'가 으뜸이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중간중간 이런 명소에 들러주면 피로를 한결 덜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그대로 지나쳤다. 출발 시각도 늦었던 데다 이미 자주 들렀던 장소라 미련 없이 패스하기로 했다.

Exit 104로 나와 206번 도로로 갈아탔다. 최종 목적지인 페인티드 힐스(Painted Hills)의 비경도 훌륭하지만, 그곳까지 이어지는 206번 국도는 전형적인 미국의 아늑한 농촌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길이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거대한 풍력발전소 단지를 지나치게 된다. 아니, 단지 한복판을 관통해서 달린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작고 귀여운 바람개비 같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돌아가는 소리 또한 대단했다. 그 풍력 단지 너머로 아득히 바라다뵈는 마운트 후드(Mt. Hood)의 자태는 그저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절경이었다.


이곳은 벌써 추수철이 다가온 듯했다. 길가 여기저기 묶여 있는 짚가리(Hay)들과 고개 숙여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 풍경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일사량이 풍부해 이모작이 가능한 지역인가 싶기도 했다.


쉬엄쉬엄 운전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행히 해 질 때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었으나, 나중에 다시 먼 길을 돌아 올라갈 일이 은근히 걱정되긴 했다.^^ 그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미뤄두고 우선 눈앞의 풍경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처음 방문한 아내와 아들은 마냥 기뻐하며 새로운 대자연의 미감 속에 푹 빠져들었다.


오랜 세월 지각변동이 빚어낸 지층이라 하지만, 어쩌면 장소마다 이토록 색다른 빛깔과 형상으로 우리를 맞아주는지 바라볼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아쉽지만 구석구석을 둘러본 뒤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는 족히 될 듯한 먼 거리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했기에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 깊이 새긴 뜻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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