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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를 쓴 태평양의 파수꾼: 오레곤 케이프 블랑코 등대(Cape Blanco Lighthouse)

sajintour
2017년 8월 17일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10일

지금까지 수많은 등대를 보아왔지만, 이만큼 완벽하게 예쁜 등대도 드물다. 그러나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늘 강한 바람과 심한 기상 변화로 등대의 제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 단점도 있는 곳이다. 바람이 심할 때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당연히 심한 안개로 지척이 분간되지 않고 등대 자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도 허다하다.


등대 입구의 입간판 너머로 밝고 힘차고 아름다운 등대가 빨간 모자를 쓰고 곱게 서 있다. 입간판에서 꽤 떨어진 곳으로, 족히 0.5마일 정도는 될 듯했다. 주차장 아래로 펼쳐지는 드넓은 바다가, 들어온 입구를 제외하고 삼면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등대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이 등대의 오픈 기간은 4월에서 10월까지다. 관람 시간도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로 정해져 있다. 왜 3시도 아니고 하필 3시 15분까지일까 조금은 궁금해졌다. 또한 입간판 상단에 작은 홈을 내어 등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아이디어가 무척 기발했다. 일 년 중 딱 7개월만 문을 열어두는 등대라 그런지 도리어 그 가치가 더욱 특별해 보인다.


입구에서 등대 쪽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운전하면서 내다보는 주변 풍경이 절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등대 쪽으로 걸어갔다. 파란 잔디밭 위에 곧게 선 등대의 자태가 한층 더 돋보였다. 등대 우측으로는 넓은 초원에 완만한 내리막이 펼쳐지고, 해안 끝자락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해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등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친절한 자원봉사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오레곤에 있는 여느 등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등대 꼭대기까지 직접 올라가 볼 수 있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자율적인 기부(도네이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분은 등대에 오르기 위해선 삼각대를 아래에 두고 올라가야 한다고 친절하게 일러주셨다.


등대 1층 아래에서는 등대의 유구한 역사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선형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르면 등대의 하이라이트인 거대한 렌즈(프레넬 렌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서도 등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비록 완벽하게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또 한 분의 자원봉사자가 계셨다.


여행을 다니면서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현역에서 은퇴하신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며 이토록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깊은 박수가 흘러나온다.


사방으로 탁 트인 언덕 위에 서 있는 등대와, 주변을 둘러싼 다채로운 바다 풍경이 방문객의 마음을 한순간에 압도해 버리는 참으로 기가 막힌 명소다. 따로 잘 다듬어진 하이킹 코스는 없지만, 바닷가 아래쪽까지 내려갈 수 있는 오솔길이 이어져 있어 직접 내려가 바다를 가깝게 마주하는 것 또한 색다른 정취와 즐거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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