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갈대밭 너머 우뚝 선 작은 등대와 여우의 인선: 워싱턴주 산후안 아일랜드(San Juan Island)
- sajintour
- 2017년 8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시간 전
산후안 아일랜드(San Juan Island)는 워싱턴주에서도 무척 유명한 휴양지다. 시애틀을 둘러싼 해안 지형을 '퓨젯 사운드(Puget Sound)'라 부르는데, 과거 빙하의 영향으로 해안선이 매우 복잡하고 수많은 섬과 반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에는 무려 290여 개의 섬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산후안 아일랜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자연경관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유혹하는 곳이다. 오늘은 그 산후안 섬의 중심인 '프라이데이 하버(Friday Harbor)'로 향해 본다.
프라이데이 하버로 가기 위해서는 시애틀 북쪽에 위치한 아나코테스(Anacortes) 선착장까지 차를 몰아야 한다. 아나코테스에서 페리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바닷길을 달려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선착장으로 향하기 전 만 만나는 아나코테스 도시는 대표적인 휴양지다운 차분하고 정갈한 면모를 보여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넓고 깨끗한 도로 풍경이 방문객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선착장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캐나다 빅토리아로 향하는 국제 페리도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
아나코테스에서 프라이데이 하버로 향하는 페리 여정 동안, 주변이 수많은 섬으로 안개처럼 둘러싸여 있어 거친 바다라기보다는 마치 은은한 호수 위를 누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항구에 다다르니 항 주변의 카페와 선물 가게들이 여행객을 맞을 준비로 활기차게 북적이고 있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캐틀 포인트 등대(Cattle Point Lighthouse)' 주변이다. 돌아갈 페리 시간에 맞추어야 하다 보니 마음과 일정이 조금은 촉박하다. 다운타운을 조금 벗어나자 시원하게 탁 트인 넓은 벌판이 펼쳐졌다. 들판 저 너머로 펼쳐진 바닷가와 바다 건너 솟아난 산세의 위용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적당하게 낮게 내린 구름과 아늑한 안개가 바다 건너 풍경에 그윽한 운치를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목에 수많은 차와 사람들이 모여있어 궁금한 마음에 천천히 서행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무슨 동물이 나타났는지 궁금해 우리도 차를 세우고 내렸다.
뜻밖에도 붉은 여우였다. 마운트 레이니어에서도 몇 번 마주쳤던 여우였지만, 이곳 산후안의 여우는 그 자태가 사뭇 멋스러웠다. 특히 바람에 흩날리는 풍성한 여우 꼬리의 모습이 탄성을 절로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의 손길에 익숙한 듯 도망치지도 않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자신만의 당당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었다. 보유한 망원 렌즈의 한계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몇 컷 정성껏 프레임에 담아낸 뒤 다시 이동했다.
아름다운 도로 풍경에 취해 조금 더 내려가니, 저 멀리 아주 자그마한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작고 소박한 무인 등대였다. 노랗게 물든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높다란 언덕 위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 사진가에게 더없이 훌륭한 프레임이 되어주었다. 주변 자연 풍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그 자태는 비록 덩치는 작지만 더없이 당당하고 위대해 보이는 등대였다.
오솔길을 따라 등대까지 천천히 걸어가 본다. 사뿐히 밟히는 산책길의 촉감이 무척 좋다. 도심에 살며 이런 오솔길을 걸어볼 기회가 드문 현대인들에게는 짧지만 무척 유익하고 귀한 시간이다. 등대 언덕에서 바라보는 해안의 풍광 역시 한없이 아름답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가 때로는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도리어 그 차분함이 마음을 시원하게 정화해 준다.
날씨와 시간, 그리고 뜻밖의 여우와의 만남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짧지만 감동적인 여행이었노라 스스로 뿌듯해하며 선착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많은 사람이 페리 갑판 위로 올라서서 석양빛으로 붉게 물드는 해안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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