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청년이 굽는 인디언 연어: 퓨젯 사운드 틸리쿰 빌리지(Tillicum Village)
- sajintour
- 2017년 8월 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시간 전
워싱턴주의 퓨젯 사운드(Puget Sound) 지역은 29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러다 보니 해상 운송 수단이 크게 발달했다. 여기저기 오고 가는 페리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수상 택시도 활성화된 도시가 바로 이곳 시애틀이다.
틸리쿰 빌리지(Tillicum Village)로 향하는 배는 하루 두 번 뜬다.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6시 30분이다. 일요일 오후에는 4시 30분에 출발한다. 배는 시애틀 55번 부두(Pier 55)에서 출발한다. 시애틀에서 뱃길로 13킬로미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잠깐이면 갈 줄 알았는데 배로 40분 정도 이동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출항하는 배에는 항상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부둣가에서 출발한 배 뒤편으로 멀어지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더더욱 환상적이다.
틸리쿰 빌리지는 해상 주립공원인 블레이크 섬(Blake Island)에 위치한 인디언 마을이다. 사실 '인디언 마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하다. 실제 부족 마을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다분히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틸리쿰'이라는 말은 인디언 언어로 '친절하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블레이크 섬이라는 명칭은 미국의 여느 지명들이 늘 그렇듯 이곳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곧바로 따뜻한 조갯국을 나누어준다. 구수한 맛이 우리 입맛에도 꽤 잘 맞는다. 조갯살을 발라 먹고 남은 껍데기는 그대로 바닥에 버린다. 그렇게 수많은 방문객이 버리고 밟고 지나간 조개껍데기들이 부서져 어느새 해변에 하얗고 아름다운 산책길을 만들어 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단연 전통 방식으로 연어를 굽는 모습이다. 모닥불 주위로 꼬치에 꿰어 굽는 인디언식 연어구이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군침이 돈다. 다만 조금 아쉬웠고 헛웃음이 났던 점은, 그 전통 방식으로 연어를 굽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백인 청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곳은 1993년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애틀 추장의 고향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애석하게도 섬 어디에서도 시애틀 추장에 관한 역사적 자취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념관 옆으로 연결된 문을 지나 공연장 겸 식당으로 들어섰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당은 다채로운 음식으로 방문객의 미각을 돋운다. 당연히 메인 요리는 밖에서 굽던 훈제 연어구이다. 식사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갈 즈음 무대 위에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북미 원주민들의 문화를 알리는 전통 공연이다. 30여 분간 진행되는 무대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 인디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런데 섬 어디를 둘러보아도 실제 인디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간 날만 우연히 그랬던 것인지는 몰라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원주민은 없었다. 섬 전체가 페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거대한 상업적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어 내심 실망감도 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사람들을 모아 사라져가는 인디언 문화를 알리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공연과 식사를 마치면 타고 온 배가 다시 떠나기 전까지 섬 주변을 자유롭게 거닐며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섬의 다른 구역은 딱히 눈길을 끄는 시설 없이 그저 조용하고 호젓한 바닷가 풍경이 전부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뛰노는 야생 사슴들이 맑고 차분한 섬의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 바다 너머 아득하게 건너다보이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풍경이 못내 평화롭고 근사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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