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 위용과 픽처 레이크의 반영: 워싱턴주 마운트 베이커(Mount Baker)와 슉산(Mt. Shuksan)
- sajintour
- 2017년 7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시간 전
이곳은 한여름에만 도로가 개방되어 자주 찾기 힘든 곳이다. 물론 겨울에는 스키장까지만 개방이 되고, 겨울 등산 장비만 갖추면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눈신을 신고 걸어야 하는 길이 만만치 않으니 그마저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렇듯 거리도 멀고 여러 가지 자연조건이 맞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마운트 베이커다. 특히 지난겨울처럼 눈이 많이 온 상황에선 눈이 빨리 녹지 않아 더욱 방문하기 힘든 곳이다.
산 입구에 다다르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명소가 있다. 바로 누크삭 폭포(Nooksack Falls)다. 폭포 입구로 내려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다. 워낙 계곡이 깊어 철조망으로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 눈에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두 갈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참으로 시원하다. 더운 날씨에 귓전을 때리는 폭포 소리는 절로 시원함을 안겨준다.
폭포에서 나와 조금 가다 보면 스키 에리어가 나타난다. 여름철이라 폐장된 상태라 다소 휑해 보이는 풍경이다.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유난히 구불거린다. 거의 360도에 가까운 급커브를 도는 구간도 있는 듯하다. 스키장을 지나면서 산의 모습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맑고 쾌청한 날씨에는 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다가온다.
산 자체도 더욱 웅장하고 거칠게 보인다. 워싱턴주의 대표 명산인 레이니어와 비교하자면, 레이니어가 사뭇 여성스럽기까지 한 반면 이곳의 산들은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강인한 산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마운트 베이커로 알고 있는 산이 사실은 슉산(Mt. Shuksan)인 경우가 많다. 이곳에는 스키장을 중심으로 마운트 베이커와 슉산이 90도 정도의 각도를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런데 마운트 베이커는 스키장을 지나 산 정상 부근까지 가야 비로소 보이고, 산중턱에서 보이는 웅장한 봉우리는 사실 슉산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몇 번을 가보았지만 불행하게도 마운트 베이커는 매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날씨는 화창한데도 늘 베이커 봉우리만 구름에 가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생긴 모습으로 보자면 슉산이 훨씬 더 사진발을 잘 받는 스타일이다. 마운트 베이커는 그냥 뾰족한 봉우리 형태라 사진발은 상대적으로 조금 약하다.
마운트 베이커 지역의 주요 포인트는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픽처 레이크(Picture Lake)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호수인데, 호수 수면에 슉산의 반영이 고스란히 비쳐 진한 감동을 주는 장소다. 이름만 듣기로는 꽤 커다란 호수인 줄 알았으나 아주 아담한 규모의 호수다.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담으면 글자 그대로 명품 캘린더 사진이 완성된다.
두 번째 포인트는 픽처 레이크와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중간에 위치한 주차 공간이다. 약간 언덕 위에 공원 안내소 같은 건물이 자리하고 있고, 아래로는 수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자랑할 만한 계곡이 펼쳐져 있다. 주차장 주변으로 피크닉 에리어가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식사를 하며 쉬어가기에 참 좋다.
마지막 세 번째 포인트는 바로 아티스트 포인트다. 아티스트 포인트는 주차장에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야 비로소 정상이 나온다. 아티스트 포인트에 오르면 두 산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파노라마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워싱턴주는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대단한 고장이다. 어느 계절, 어느 시점이든 사계절의 별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서너 시간만 내면 하얀 눈이 쌓인 산들이 즐비하고, 서쪽으로 한두 시간만 달리면 한기를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며, 동쪽으로 고개만 넘으면 사막 지형의 동부 워싱턴이 반겨준다. 인간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환경이 이토록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산 정상 부근에는 여전히 많은 눈이 쌓여 있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이 순간순간 뼛속까지 한기를 느끼게 한다. 파랗고 짙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눈에 닿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지금 워싱턴주의 여름 날씨가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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