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자갈이 건넨 청량한 소리와 해안의 파수꾼: 오레곤 야퀴나 헤드 등대(Yaquina Head Lighthouse)
최종 수정일: 8월 10일
오레곤 코스트의 진짜 매력은 캐넌 비치(Cannon Beach) 아래쪽부터 시작된다. 각양각색의 이색적인 풍경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링컨 시티(Lincoln City)와 뉴포트(Newport) 역시 대표적인 관광 도시다. 오레곤 해안을 찾는 수많은 여행객이 들러가는 오레곤 코스트의 중심 휴양도시라는 인상이 강하게 드는 곳들이다.
모든 풍경을 오로지 '사진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나로서는 일반적인 관광지가 그리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과 흥미를 안겨주는 모양이다. 해변마다 북적이는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링컨 시티를 지나 뉴포트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뉴포트 역시 상당히 규모가 큰 도시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다 보니 생각만큼 거대한 도시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뉴포트 역시 그리 아주 커다란 도시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적인 관점에서는 제법 규모를 갖춘 도시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된 도시의 자태가 나름의 당당한 위용을 보여준다.
뉴포트 도심에 다다르기 조금 못 미친 지점에 기가 막힌 등대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이 등대의 정식 이름은 '야퀴나 헤드 등대(Yaquina Head Lighthouse)'다. 탁 트인 거친 바다와 넓게 펼쳐진 언덕 대지 위에 날렵하게 서 있는 높다란 등대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등대 입구로 들어서 조금 나아가면 나지막한 내리막길이 나타나는데, 그 내리막길 너머로 펼쳐지던 등대의 자태가 처음 방문했을 때 내 가슴을 크게 설레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등대 주변 해안 갯바위 여기저기에는 바다사자들이 한가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거친 바위 위로 올라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이 이곳의 차분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어느 날 찾아왔을 때는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이처럼 갈 때마다, 마주할 때마다 저마다의 다채로운 얼굴로 나를 반겨주는 매력적인 장소다.
이곳을 처음 들렀을 때의 일이다. 해안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바닷가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 찾아간 시각이 썰물 때라 바닷물이 빠져나가며 해안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느 일반적인 바닷가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소리가 나의 귓전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홀린 듯 소리가 나는 해안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 신비로운 소리의 실체를...
그것은 밀려났던 바닷물이 다시 빠져나가며 해안의 수많은 자갈을 쓸어 내리는 청량한 소리였다. 이곳 해변은 독특하게도 까만 검은 자갈(자갈 해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센 파도가 들어왔다 빠져나가면서 이 검은 자갈들을 쓸어내리는 소리가, 마치 커다란 체 위에 매끄러운 유리구슬들을 올려놓고 굴리는 듯한 소리로 들려왔다. 참으로 시원하고 경쾌하며 맑은 울림이었다.
물이 빠진 해안가에는 갖가지 해양 식물과 어패류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런 생태적 가치 때문인지, 언젠가 한번 찾아왔을 때는 수많은 학생이 선생님의 인솔하에 견학을 나와 바닷가를 탐구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곳은 대자연이 선물한 살아있는 완벽한 자연 학습장이었다. 우뚝 선 등대의 근사한 위용은 사진가에게 더없이 훌륭한 프레임이 되어주었고, 해안의 생태계는 대자연의 숭고함을 배우는 교육 현장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 바로 야퀴나 헤드 등대 주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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